현대차가 취임한 지 2년 된 미국법인장을 갑작스레 교체하면서 ‘특이한’ 연말 임원인사 방식에 외국 언론이 관심을 보였다.
현대차의 글로벌 홍보업무를 담당했던 프랭크 에어런스가 21일 미국 자동차전문매체 오토모티브뉴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현대차 미국법인장이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부적절한 시점에서 물러나면서 현대차가 급작스럽게 인사를 단행한다는 인식이 미국에서 커지고 있다”며 “그러나 한국의 기업문화를 감안하면 일반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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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브 주코브스키 전 현대차 미국법인장. |
에어런스는 미국 워싱턴포스트에서 18년 동안 기자로 일하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현대차 글로벌 홍보부문에서 일했다. 올해 8월 미국에서 현대차의 기업문화와 성공전략을 담은 책 ‘Seoul Man(서울 맨)’을 출간했다.
현대차그룹은 연말에 임직원들이 상사의 사무실을 찾아가 신년인사를 나누는 따듯한 문화와 함께 임원이동이라는 어두운 문화가 공존한다고 에어런스는 지적했다.
그는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그리고 LG그룹 등 한국의 대기업들은 유능하고 경험이 많은 임원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며 “연말에 업무 재분담과 임원이동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지만 이런 절차는 갑작스럽게 진행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몇몇 현대차 임원들을 더 작은 계열사 임원진에 배치하는데 작은 계열사로 자리를 옮긴 임원들이 좋은 실적을 내면 몇 년 뒤 현대차 임원진으로 다시 복귀할 수 있었다고 에어런스는 전했다.
그는 “부진했던 몇몇 임원들은 짐을 싸는 경우도 있었다”며 “한국의 유교적 문화에서 이는 완곡하게 표현됐는데 직원들은 사임한 임원들을 집에 갔다고 표현하거나 퇴직연금을 받은 경우 기분이 좋았다고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등에서 전문경영인이 오랜 기간 경영을 맡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한국에서 재벌이라고 불리는 오너일가만이 회사 고위직을 오랜 기간 유지할 수 있다고 에어런스는 지적했다. 오너가 아닌 경우 고위직을 맡더라도 길어봤자 4~5년이라는 것이다.
에어런스는 “일정부분 임원이동 때문일 수도 있고 재벌들이 사람들을 고용하고 승진하는 방식 때문일 수도 있다”며 “재벌들은 갓 대학을 졸업한 직원들을 고용하고 20년이 지난 뒤에서야 고위직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주는데 직원들이 고위직에 오르면 정년까지 3~4년의 시간밖에 남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데이브 주코브스키 전 현대차 미국법인장은 법인장에 오르기 전부터 현대차에서 일하면서 이런 기업문화를 알고 주의했겠지만 법인장 직위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에어런스는 바라봤다.
주코브스키는 2007년 현대차 미국법인에 입사해 2014년부터 법인장을 맡았다.
에어런스는 “확신하건데 주코브스키는 현대차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 더 많은 SUV를 만들길 희망했을 것”이라며 “주코브스키는 곧 눈에 띄는 행보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