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제도 개편이 보험사에 장기적인 리스크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제도개편이 보험사의 손해율 관리에 당장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실손의료보험에 다른 상품을 끼워파는 일이 금지되는 등 손해를 볼 요인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김태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21일 “이번 실손의료보험 제도개편안에 제시된 단독형상품 의무화와 보험금 미청구자를 위한 할인제도 도입 등이 보험사에 리스크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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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오른쪽)이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위와 보건복지부의 실손의료보험 제도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20일 발표한 실손의료보험제도 개편안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2018년 4월부터 실손의료보험을 사망보험이나 암보험 등에 끼워 팔 수 없다.
보험사들은 실손의료보험의 비교적 적은 판매수당을 보완하기 위해 다른 보험상품을 끼워 파는 일이 잦았다. 이 때문에 소비자가 지나치게 높은 보험료를 내게 된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김 연구원은 “실손의료보험을 이용한 끼워팔기가 금지될 경우 보험사들의 계약 1건당 보험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설계사들의 판매유인이 줄어들고 보험사의 자체적인 보험심사(언더라이팅)도 강화돼 보장성보험의 신계약 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소비자가 내년 4월부터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뒤 2년 동안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으면 다음 1년 동안 보험료의 10%가 할인되는데 보험사의 수익을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사람 가운데 76.8%가 보험금을 청구한 적이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금 미청구자 할인제도는 내년 4월부터 가입하는 사람들에게 적용돼 당장은 영향이 크지 않겠지만 앞으로가 문제”라며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이 높은 상황에서 보험사들이 보험료 할인을 위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지난해 기준으로 실손의료보험 손해율 123.6%를 기록해 적정손해율 100%를 훌쩍 뛰어넘었다. 손해율은 보험사에서 받은 보험료 가운데 고객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로 77~78%보다 낮을수록 보험영업이익이, 높을수록 보험영업손실이 증가한다.
실손의료보험제도 개편안에는 과잉진료 논란에 올랐던 도수치료와 MRI 등을 특약에 포함시켜 기본형 상품과 분리하는 방안이 들어갔다. 이 경우 원칙적으로 보면 과잉진료가 줄어 손해율도 떨어질 수 있지만 실효성이 있을지 불확실한 것으로 금융권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한승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상품개정을 통한 손해율 하락 등의 효과는 신계약에만 해당돼 보험사의 실적에 영향을 곧바로 주지 않는다”며 “손해보험사의 주된 성장동력이 운전자보험 등으로 바뀌고 사망담보 판매도 실질적으로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손해보험사의 한 관계자도 “기본형 실손의료보험상품에 가입할 소비자는 이전에도 과잉진료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특약형 상품관리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는데 지금 상황만으로는 앞으로 수익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