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라이프생명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모두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현대라이프생명은 20일 이사회를 열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65억 원을 전액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현대라이프생명은 “그동안 대주주인 대만 푸본생명에 세부 내용을 설명하고 지급을 결정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며 “보험업법과 약관, 대법원 판결문, 사회적 이슈 등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현대라이프생명도 자살보험금 지급, 금감원에 속속 항복  
▲ 이주혁 현대라이프생명 대표.
대만 푸본생명은 현대라이프생명의 지분 48%를 소유한 2대 주주다. 1대 주주는 지분 52%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다.

금융감독원은 현대라이프생명을 놓고 현장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제재수위를 통보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이 앞서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미지급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에게 중징계를 예고하자 현대라이프생명도 미리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업계는 파악한다.

현대라이프생명이 입장을 바꾸면서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곳은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만 남게 됐다.

교보생명은 2011년 1월 이후 청구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했고 삼성생명과 한화생명도 비슷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생명보험사들이 사실상 금융감독원의 뜻을 따르는 모양새인데 금융감독원이 생명보험회사들에게 내릴 제재수위를 낮출지는 미지수다.

현대라이프생명의 경우 액수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은 데다 조건없이 전액 지급하기로 하면서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반면 교보생명 등은 지급하기로 한 자살보험금 액수가 미지급한 자살보험금의 15%~20%에 불과한 데다 특정 시기를 기준으로 자살보험금 지급여부가 달라지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이른 시일 안에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생명보험회사들에게 내릴 최종 제재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모두 지급하기로 결정할 경우 지급해야 하는 자살보험금규모는 삼성생명 1585억 원, 교보생명 1134억 원, 한화생명 83억 원에 이른다.

한화생명의 경우 특약뿐 아니라 주계약에 재해사망보장을 약속한 계약까지 포함하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규모는 1천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