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가 ‘리니지’ 지식재산(IP)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포스트 리니지’ 전략 속에 비(非) 리니지 신작들을 잇달아 내놓았지만 시장 안착에 실패하면서 ‘구관이 명관’이라는 속담처럼 다시 리니지 기반의 신작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탈리니지 외치던 엔씨소프트, 개발자 채용 나서며 다시 리니지 IP로 돌아왔다

▲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지식재산을 다시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2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최근 자사 채용 홈페이지를 통해 ‘프로젝트 NL’의 아트 직군 인력 채용 공고를 게시했다. 

모집 분야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아트, VFX 등 3개 부문으로, 키 애니메이션 및 몬스터·캐릭터 그래픽 리소스 제작 등을 맡게 된다.

해당 공고를 통해 ‘프로젝트 NL’이 리니지 IP를 기반으로 3D 그래픽 특화 엔진인 언리얼 엔진5를 활용한 차세대 3D MMORPG임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공고에는 “리니지 IP로 언리얼 엔진5를 사용해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갖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를 제작한다”, “리니지 IP에 대한 이해가 깊은 지원자를 우대한다”는 설명이 명시돼 있어 기존 리니지 시리즈의 정통성을 잇는 후속작 혹은 스핀오프 작품일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이번 프로젝트는 엔씨소프트의 3인 CBO 체제 중 리니지 IP 전반을 총괄하고 있는 이성구 CBO(최고브랜드책임자) 산하 조직에서 개발되고 있다. 이 CBO는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 등 모바일 확장을 이끌었던 인물로 현재 리니지 IP 전반을 관리하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다시 리니지에 기대는 배경에는 잇따른 신작 부진과 실적 하락이 자리잡고 있다. 

김택진 대표는 2021년 ‘리니지W’ 출시 당시 “마지막 리니지를 만든다는 심정으로 준비했다”며 “24년 동안 쌓인 리니지의 모든 것을 집대성한 리니지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말했다.  
 
탈리니지 외치던 엔씨소프트, 개발자 채용 나서며 다시 리니지 IP로 돌아왔다

▲ 2021년 8월 리니지W를 소개 중인 김택진 대표. 사진은 리니지W 온라인 쇼케이스 영상 갈무리. 

이후 ‘저니 오브 모나크’ 등 일부 리니지 IP를 활용한 방치형 게임은 출시됐지만 핵심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계열의 신작은 출시되지 않았다. 한때 리니지 IP 기반으로 개발되던 신작 쓰론앤리버티(TL)도 리니지 시리즈와 연관성을 끊어내고 이름을 교체했다. 

다만  ‘TL’, ‘블레이드앤소울2’ 등 리니지를 대체할 차세대 타이틀로 주목받았던 비리니지 신작들이 기대 이하의 성과에 그치며 위기감이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 

장르 다변화, 신규 IP 창출 등 ‘포스트 리니지’ 전략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회사는 지난해에는 1092억 원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역시 하반기 ‘아이온2’를 제외하면 주목할 만한 신작이 부재한 상황이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내놓은 신작 3종이 모두 흥행에 실패하면서 신작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지만 아직까지 강점이 있는 MMORPG에 대해서는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아이온2가 출시되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이익 성장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로젝트 NL’은 아직 개발 초기 단계로 추정되는 만큼 당분간 실적 기여는 어려울 전망이다. 리니지 IP를 둘러싼 이용자들의 불신도 과제다. 이용자 커뮤니티에서는 벌써부터 “엔진을 바꿨을 뿐 결국 리니지”는 반응과 함께 비판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리니지는 여전히 엔씨소프트가 보유한 가장 강력한 무기다. 충성도 높은 이용자 기반과 축적된 콘텐츠 자산을 활용해 다시 한 번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리니지 IP는 여전히 엔씨소프트 매출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핵심 수익원인 만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카드”라며 “과거 리니지가 전성기를 누리던 시기와는 달리 게임 트렌드와 이용자 성향이 달라진 만큼 어떤 전략으로 대응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