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 사옥 매각하며 비용절감 '버티기', 김유진 B2C 강화로 막힌 실적 혈 뚫기

▲ 김유진 한샘 대표집행임원(사진)이 에이블씨엔씨에서와 달리 한샘에서는 다소 아쉬운 경영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유진 한샘 대표집행임원(이하 대표)이 에이블씨엔씨에서와 달리 아쉬운 경영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유진 대표는 2021년 에이블씨엔씨 대표로 선임된 후 화장품 수요 회복 흐름을 타고 1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한샘은 내수 중심 사업 구조와 높은 전방산업 의존도로 인해 역량을 온전히 발휘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한샘은 단기적으로 주택 매매 거래 증가에 따른 인테리어 수요 회복에 기대는 것 외에는 뚜렷한 실적 반등 요인이 없다.

김 대표는 강점을 지닌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부문 경쟁력 강화를 통해 고객 수요를 잡고자 하는데 주택 매매 심리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시장 변수에 민감한 만큼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22일 증권가에서는 한샘 주식 매수는 주가 상승보다는 배당 수익 목적으로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에 인수된 이후 배당 매력은 높아졌지만, 산업 구조 성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 주가 상승 여력 기대감은 낮은 편이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방 업황의 급격한 개선세가 나타나지 않는 한 배당수익을 취하기 위한 투자로만 접근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샘 배당금은 2019년 211억 원, 2020년 224억 원, 2021년 194억 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IMM PF에 인수된 이후에는 2022년 131억 원, 2023년 747억 원, 2024년 1416억 원으로 훌쩍 뛰었다.

인수 시점(9만 원대)과 비교해 현재 절반 수준(22일 종가 기준 3만9800원)으로 하락한 주가를 상쇄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올해에는 배당금마저도 지난해보다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미래에셋증권은 “2024년 배당은 상암동 사옥 매각대금(3200억 원 규모)을 활용했던 것”이라며 “전방산업 업황이 부진한 데다 사옥 매각에 따른 연간 150억 원 가량 임차료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 대표가 한샘을 이끈 이후 매출은 역성장했다. 한샘 매출은 2023년 1조9669억 원, 2024년 1조9083억 원으로 줄면서 가구업계 1위를 간신히 지켰다. 같은 기간 가구업계 2위 현대리바트와 매출 격차는 2023년 3800억 원에서 2024년 377억 원으로 좁혀졌다.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기대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다. 한샘의 영업이익은 2023년 19억 원에서 2024년 312억 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특수를 누리기 전인 2018년과 2019년에도 각각 557억 원, 560억 원의 이익을 냈다. 

김 대표는 2017년부터 할리스에프앤비 대표를 맡아 직접 경영에 나섰고, 2020년 KG그룹에 회사를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이후 2021년 에이블씨엔씨 대표로 취임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던 회사를 1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킨 경험도 있다.

이러한 전력을 바탕으로 2023년 한샘 대표에 선임되면서 기대도 컸지만 현재까지의 성과는 아쉬움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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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 매매거래지수 동향. <국토교통부>

한샘의 기업 간 거래(B2B) 부문은 부동산 공급 물량 감소로 인해 2026년까지 장기 부진이 예상된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가 3월 발표한 ‘공동주택 입주 예정 물량 정보’에 따르면 2026년 전국 공동주택 전국 입주 물량은 19만773호로 집계됐다. 올해 공동주택 입주예정물량(27만4360호)보다 30.5% 줄어드는 것이다. 주택 착공 실적이 크게 감소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결국 단기적으로 한샘 실적 반등 요소는 주택 매매 거래 회복에 달려 있다. 주택 거래가 활발해지면 이사 수요에 따라 홈퍼니싱과 리모델링 수요도 동반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한샘은 B2C 비중이 높아 주택 거래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올해 주택 매매 거래는 회복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가 발표한 전국 주택매매시장 심리지수는 1월 103.1(전년 동기대비 0.1포인트↑), 2월 109.1(1.9포인트↑), 3월 114.3(8.7포인트↑)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년 동월대비로는 각각 1월 0.1, 2월 1.9, 3월 9.7 늘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 매매거래지수도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올해 1월 거래량은 3만8322건으로 전년 동월대비 10.9% 감소했지만 2월에는 5만698건으로 16.6% 증가하며 2021년(8만7천여 건)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다만 시장의 변동성이 주택 매매 심리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는 2월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했다가 3월 다시 지정하면서 시장 혼선을 초래했다. 여기에 조기 대선으로 정책 방향과 금리 등 외부 변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김 대표는 이처럼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본연의 B2C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한샘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경기 위축이 길어지다 보니 자체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B2C 부문 브랜드 이미지와 인지도를 올리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샘은 최근 ‘단품 리모델링’ 시장 공략에도 주력하고 있다. 집 전체가 아닌 특정 공간이나 품목만 부분적으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전체 리모델링보다 가격 부담이 적고 소비자 니즈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또한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한 차례씩 진행하는 대규모 할인 행사 ‘쌤페스타'를 통해 소비자 접점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2023년 봄부터 시작한 쌤페스타는 최근 총 주문액이 지난해 하반기 대비 22% 증가해 역대 최다 주문액을 기록했다. 

한샘 관계자는 “쌤페스타는 회를 거듭하면서 최대 매출을 다시 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