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가 박근혜 게이트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삼성그룹이 인사와 조직개편 등에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약속한 미래전략실 해체와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도 앞날을 기약하기 어려울 수 있다.
|
|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하지만 삼성전자 등 계열사의 전략수립은 급격한 시장변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9일부터 IM부문을 시작으로 각 사업부문별 현안을 논의하고 내년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시작한다. 20일 CE부문, 21일 DS부문의 전략회의가 열린다.
삼성그룹을 겨냥한 특검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연말인사와 조직개편 등 대부분의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지만 내년 경영전략수립은 늦출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영수 특검은 삼성그룹을 상대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하기 위한 수사에 전력을 쏟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출국금지되고 특검이 공식수사에 들어가기 전에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을 비공식적으로 조사했다.
삼성그룹은 특검 대응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인데다 인사와 전략수립 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삼성 미래전략실의 해체도 예고된 만큼 인사와 조직개편에서 살얼음을 걷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연말로 예정됐던 임원인사는 특검수사 기간에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라며 “미래전략실 해체와 이에 따른 영향 등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향후 개편도 조심스럽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이와 별개로 내년을 대비한 전략수립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전략회의가 예정대로 진행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예상되는 무역환경 등 시장변화와 갤럭시노트7 단종 뒤 스마트폰사업 반등전략 등 내년 초부터 긴밀하게 대응해야 하는 현안들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사업에 올해 대규모 생산투자를 벌인 성과를 내년부터 극대화해야 한다. 미국 전장부품업체 하만 인수를 통한 사업확대도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되는 만큼 선제적인 재편이 필요하다.
이미 반도체사업부 등 주요 사업조직은 자체적으로 사업재편안을 마련해 인력 재배치를 실시하는 등 삼성그룹 차원의 인사와 조직개편보다 앞서 경영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부터 본격화될 삼성전자의 인적분할과 지주사 전환계획도 차질없이 진행돼야 할 과제로 꼽힌다.
경제민주화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은 크게 불리해지는 만큼 서둘러야 한다.
또 미래전략실이 이재용 부회장의 약속대로 해체될 경우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에 공백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삼성전자의 지주사를 세워 이런 기능을 대체해야 한다.
삼성그룹은 특검수사가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에 끼칠 영향을 분석해야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번 글로벌 전략회의가 끝나면 이른 시일 안에 내년 사업계획의 밑그림을 내놓을 공산이 크다. 특검수사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안정적으로 경영되고 있다는 점을 시장에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향후 사업에 차질을 빚지 않기 위해 전략발표를 오래 늦추지 않을 것”이라며 “미래전략실의 해체를 앞두고 자체적인 전략수립체계를 시험해볼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