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디지털 금' 될 수 있을까, 경제 요동에 '달러보다 안정' 주장 부활

▲ 조사기관 글래스노드에 따르면 9일(현지시각) 기준 비트코인과 금 가격 사이 30일 상관계수가 양수로 유지되고 있다. <글래스노드> 

[비즈니스포스트]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의 자격을 얻고 안전자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유예하는 사이 시장 전체가 요동친다.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오히려 안정적 투자자산일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안정성을 기대하기보다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충고하면서도, 몇 가지 변화의 실마리를 전하고 있다. 

10일 조사기관 글래스노드 데이터에 따르면 9일(현지시각) 기준 비트코인과 금 가격의 30일 상관계수는 0.15를 기록했다.

이 상관계수는 ‘–1~1’ 사이에서 움직인다. 이 계수가 양수이면 두 자산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리고 값이 1에 가까울수록 상관의 강도가 높아 두 자산의 가격 흐름이 비슷하다는 것을 뜻한다.

3월15일부터 약 3주 동안 지속된 비트코인과 금 사이 음의 상관관계는 지난 5일 양의 상관관계로 돌아선 뒤 이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내러티브에 힘을 싣는다.

이번 미국 행정부 상호관세 발효와 유예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경제 전반이 큰 폭으로 흔들리고 있다. 

새로운 안전자산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비트코인 및 가상화폐가 기존 화폐보다 안정적일 수 있다는 주장이 다시금 주목받을 단서를 제공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iM증권 리서치팀은 보고서에서 “상호관세로 미국 위상 약화 및 경기침체 가능성이 제기되며 달러화 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이에 일각에서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서 달러화 대체자산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헌터 호슬리 비트와이즈 최고경영책임자(CEO)도 “최근 상호관세 정책 등으로 미국 달러 신뢰도가 낮아졌다”며 “금은 운송 및 보관 측면에서 단점이 있다는 점에서 결국 비트코인이 유일한 투자 선택지가 될 것”이라며 달러를 넘어 금보다 나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는 비트코인이 또 다른 위험 헤지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트코인이 다른 맥락에서 ‘안전자산’으로 변화해 나갈 가능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바이낸스는 7일(현지시각) 연구 보고서에서 “최근 관세 발표 뒤에도 비트코인은 일부 회복 징후를 보였다”며 “주식 등 다른 위험 자산이 흔들린 날에도 안정을 유지하거나 가격이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 '디지털 금' 될 수 있을까, 경제 요동에 '달러보다 안정' 주장 부활

▲ 바이낸스는 연구 보고서에서 비트코인과 주식(S&P500지수 기준) 등 기존 자산과 장기(90일) 상관관계가 약하다는 점에서 독립적 자산 성격을 가진다고 분석했다. <바이낸스리서치, 인베스팅닷컴>

근거 자료로는 비트코인과 주식 등 기존 투자 수단과의 장기(90일) 상관관계가 낮다는 점을 들었다. 바이낸스와 인베스팅닷컴 데이터 기준 2020년 이후 비트코인과 주식(S&P500지수 기준) 상관관계는 평균 0.32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논의의 연장선에서 비트코인이 포트폴리오 다각화 수단으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다고 바라본다. 

관세 부과, 무역 전쟁 등에 따라 기존 자산 중심으로 시장이 혼란스러운 지금, 전통적 화폐나 증시에서 한 발짝 떨어진 비트코인이 오히려 안정적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23년 3월 뉴욕증시가 요동칠 당시에도 비트코인은 증시와 반대로 움직이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을 보이며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블록체인에 기반을 두고 있는 가상화폐의 비주권적 특성도 국가 사이 무역 경쟁이 심화한 시점에 의미 있다고 평가된다.

바이낸스는 보고서에서 “시장 참여자들은 비트코인이 보호무역주의 속에서 비주권적 자산으로서 매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고 바라봤다.

다만 전문가들은 시장 혼란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투자자들이 과도한 기대감에 성급히 투자하는 게 아니라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분석가 오렐리 바테르는 가상화폐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현재로서 가상화폐는 위험자산과 더 상관관계가 높은 ‘베타 위험자산’”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맥글론 블룸버그 분석가는 “최근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라는 내러티브가 시험대에 올랐다”며 “가상화폐 시장을 비롯한 모든 시장이 조정을 겪을 수 있는 상황인 만큼 투자자들은 현실적이고 보수적인 포지셔닝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