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올해 1분기에 준수한 성적표를 받아들며 실적 반등의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에 따라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신 부회장은 긴장의 끈을 늦추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으로 분석된다.
 
LG화학 1분기 실적 반등 발판 마련, 신학철 관세전쟁 불확실성에 긴장감 팽팽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에 긴장하고 있다.


8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LG화학은 올해 1분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11조7천억~11조8천억 원, 영업이익 1400억~1700억 원 수준의 실적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LG화학의 1분기 실적을 놓고 시장기대치가 영업이익 700억 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존 전망을 크게 웃도는 성적을 냈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셈이다. 

LG화학은 지난해 4분기에 2019년 4분기 이후 5년만에 처음으로 분기 기준 영업손실을 봤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한 분기 만에 다시 영업이익을 내면서 흑자로 돌아선 것은 신 부회장에 의미가 남다를 수 있다.

신 부회장은 실적 반등 흐름에 발맞춰 배터리 소재인 분리막 사업에서 인력을 재배치하고 기존 투자계획을 다시 점검하는 등 구조조정과 자산매각 등 재무적 노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은 1분기 실적에서 석유화학 회복 가능성을 엿볼 것”이라며 “올해 상반기 재무부담 축소 노력은 주가 회복을 이끌 것”이라고 바라봤다.

다만 신 부회장이 위기 극복에 분주히 움직이는 가운데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전쟁을 본격화하면서 세계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현지시각 5일부터 미국으로 들어오는 수입품에는 기본관세 10%가 부과되며 9일부터는 국가별로 책정된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가 추가로 부과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각 8일 “상호관세 유예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상호관세는 영구적일 수 있으며 협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높아지는 관세 장벽이 LG화학에 미칠 영향을 놓고는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일단 LG화학이 미국의 관세에 직접적으로 받을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것이 견해가 많다.

LG화학이 한국에서 직접 미국으로 수출하는 범용 기초소재 비중이 높지 않은 대신 배터리 제조에 주로 쓰이는 고부가제품인 양극재를 수출해왔다.

더구나 LG화학은 2023년 12월부터 미국에서 양극재를 생산하기 위해 테네시주에 2조 원을 투자해 양극재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테네시주 양극재 공장은 내년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관세 전쟁에 앞선 선제적 대응이 이미 이뤄진 셈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은 국내 양극재 생산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에서 생산 공장의 가동을 앞두고 있다”며 “상호관세 발표에 따라 미국으로 수입되는 배터리 소재에 관세가 커지면서 LG화학의 협상력도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미국이 베트남에 가장 높은 수준인 46%의 상호관세를 부과한 데 따라 LG화학을 비롯한 한국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LG그룹 차원에서 LG화학을 비롯해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을 통해 7개 생산법인을 포함해 12개 현지 법인을 베트남에서 운영하고 있다.
 
LG화학 1분기 실적 반등 발판 마련, 신학철 관세전쟁 불확실성에 긴장감 팽팽

▲ LG화학은 미국 테네시주에 건설되는 생산시설을 통해 2026년부터 미국 내에서 양극재를 생산하게 된다.


특히 LG화학은 하이퐁 경제구역에서 현지 법인을 통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편광판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베트남 자동차 제조기업인 빈패스트와 합작을 통해 리튬이온 배터리팩 생산공장도 보유하고 있다.

미국으로 들어오는 수입품에 전반적으로 높은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내 소비 위축이 발생하고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LG화학에 부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현지시각 7일 블룸버그 칼럼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따른 영향을 놓고 “스태그플레이션은 낙관적 시나리오에 불과하다”며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동반한 완전한(full-blown recession) 경기 침체로 빠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 산업의 업황은 세계 경기의 흐름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관세전쟁의 장기화는 LG화학을 비롯해 한국 석유화학 기업들의 실적에도 전반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강동진 연구원은 "관세 측면에서 한국 화학산업에 가장 큰 불확실성은 자유무역 퇴보로 인한 공급망 재편"이라며 "이는 나프타분해설비(NCC)를 중심으로 하는 LG화학 같은 한국 기업에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