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문형배 "지금은 오전 11시22분", 코스피·환율 흐름이 바뀌었다

▲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 판결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4일 11시22분 이렇게 말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인용 결정문을 마무리했다.
 
문형배 권한대행은 주문을 선고하기 전 주변을 둘러보며 정확한 시간도 확인했다.

“탄핵 사건이므로 선고시각을 확인하겠다. 지금 시각은 오전 11시 22분이다.” 

탄핵 사건은 헌법재판소의 주문이 나오는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주문 선고와 동시에 대통령 권한이 없어지는 만큼 정확한 시각을 확인한 것이다.

같은 시간, 오전 11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재판이 시작된 뒤 코스피와 코스닥은 상승세 키웠고 원/달러 환율은 지속해서 하락 곡선을 그렸다.

이는 정치 안정성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잘 보여준다.

문 권한대행의 이번 판결문에는 거침이 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에 대한 적법요건부터 시작해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할 때까지, 문 권한대행이 20여분 판결문을 읽어가는 동안 코스피와 코스닥, 환율 곡선은 일관된 방향을 유지했다.

문 권한대행은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이 부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로 시작해, 

“이 사건 탄핵심판청구는 적법하다”

“경고성 또는 호소형 계엄이라는 피청구인(대통령 측)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이 사건 계엄 선포는 비상계엄 선포의 실체적 요건을 위반한 것이다”

“헌법 및 계엄법이 정한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요건을 위반했다”

“비상계엄 하에서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한 요건을 정한 헌법 및 계엄법 조항, 영장주의를 위반해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 단체행동권,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했다”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했다” 등 주문이 나오기 전 판결문을 읽는 내내 탄핵 인용에 대한 시장의 불확실성을 차단했다.

문 권한대행 판결문의 일관된 방향에 시장이 반응한 것인데 이는 분명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와 다른 양상이다.

당시 판결문에는 주문이 나오기 전 20여분 동안 탄핵 인용과 기각 가능성이 혼재됐고, 이에 시장도 이정미 당시 헌법재판관의 한마디 한마디에 요동쳤다.

2017년과 현재 상황을 비교해 볼 때 정치적 이슈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한 번, 명확히 확인시켜 준 셈이다.

문형배 권한대행은 이번 판결문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도 동시에 헤아리며 청구인인 국회를 향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문 권한대행은 똑바른 눈빛으로 청구인(국회) 쪽을 바라보며 “피청구인이 국회의 권한 행사가 권력 남용이라거나 국정마비를 초래하는 행위라고 판단한 것은 정치적으로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는 소수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 관계에서 관용과 자제를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헌재 문형배 "지금은 오전 11시22분", 코스피·환율 흐름이 바뀌었다

▲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은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한국 헌정 사상 2번째로 탄핵 당한 대통령이 됐다. 사진은 2023년 10월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제44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윤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모습. <연합뉴스> 


국회 과반 이상을 차지한 야당을 향해 협치의 미덕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음을 강조한 것인데 이는 정치의 관용이 사라졌다는 비판을 받는 현재 한국 정치 상황에 던지는 메시지로 해석됐다.

이날 결과적으로 코스피는 0.86% 하락 마감했다.

하지만 전날 2020년 이후 최대 하락폭을 보이며 급락한 미국 증시와 비교해 봤을 때 한국사회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신뢰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로 해석된다.

증권업계에서도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가 향후 국내 금융시장에 안정감을 더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그동안 금융시장을 압도했던 정치적 불확실성 요인이 크게 해소됐다”며 “곧이어 치러질 조기 대선이라는 정치 변수가 있으나 적어도 전례가 없었던 계엄과 탄핵 정국이라는 정치 변수가 주는 경직성은 크게 줄었다”고 평가했다.

문형배 권한대행은 1965년 경남 하동 출신으로 진주 대아고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서 법학으로 학사 학위를 받았다.

사법연수원 18기로 부산지방법원 판사를 시작으로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 부산가정법원장 등을 거쳐 2019년 4월 헌법재판소 헌법재판관에 올랐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