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과 녹십자, 한미약품 등 주요 제약회사들이 주주친화정책 등을 내세우면서 한미약품 사태의 여파로 흔들리고 있는 주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1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신주를 발행해 내년 1월 기존 주주들에게 나눠주기로 최근 결정하며 주주들의 마음붙잡기에 나섰다.
|
|
|
▲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 |
유한양행은 모두 51만3천여 주를 새로 발행해 1월1일 기준으로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에게 1주당 신주 0.05주를 배정하기로 했다. 단순계산하면 15일 종가를 기준으로 보유한 주식 1주당 1만375원어치의 주식을 나눠주는 셈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무상증자를 결정했다”며 "과거에도 무상증자를 꾸준히 실시해왔다"고 말했다.
무상증자는 기업이 보유한 돈으로 주식을 발행해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절차이기 때문에 배당과 함께 대표적인 주주친화정책으로 꼽힌다. 유한양행은 1962년 상장한 뒤 무상증자를 모두 42번 했는데 이번에 5년 만에 다시 실시하기로 했다.
적극적인 주주친화정책을 내놓아 최근 신약개발을 놓고 불안해 하는 주주들의 마음을 잡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9월 말 한미약품의 기술수출계약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진 뒤 제약회사의 ‘고수익 고위험’이라는 특성이 부각되는 한편 기업윤리가 해이해졌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제약회사들이 주가에 악영향을 받았고 유한양행 주가도 16일 현재 9월30일과 비교해 28% 떨어졌다.
녹십자와 한미약품도 유한양행과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는데 내놓은 해법도 유사하다. 기업 운영의 투명성을 높여 시장의 믿음을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녹십자는 10월 중순 미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신약 임상시험을 중단하기로 한 사실을 자발적으로 알리면서 시장의 신뢰를 얻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
|
|
▲ 허은철 녹십자 사장(왼쪽)과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 |
논란의 주역인 한미약품은 이른바 ‘롤러코스터 공시‘와 같은 사례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방안이 정해진 것은 없다”며 “논의를 지속해 이른 시일 안에 구체적인 재발방지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요 제약회사들이 한미약품 사태로 악영향을 받는 데 더해 전반적으로 실적도 주춤한 상황”이라며 “구체적인 방법은 각각 다르지만 주요 제약회사들이 공통적으로 기업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 줄었다. 녹십자도 같은 기간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4% 감소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