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전력기기' 트럼프 관세 놓고 셈법 분주, 북미 전력 수요 증가에 오히려 더 기회 될 수도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현지시각 2일 한국산 제품에 상호관세 25%를 매기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북미시장 호황에 힘입어 최근 실적 호조를 보이고 있는 국내 전력기기 업계의 셈법이 분주해지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리나라 대상 상호관세 25% 부과 결정에 따라 국내 주요 전력기기 업체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북미 전력기기 시장의 공급 부족이 지속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국내 전력기기 제조사들이 관세부담을 수입처로 전가할 수 있는데다, 북미 생산거점 구축을 마치면 관세 ‘무풍지대’에 놓이게 돼 큰 타격이 없을 것이란 전망을 일각에선 내놓는다.

또 트럼프의 관세 폭탄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각국 기업들이 현지에 제조시설을 잇달아 건설하면 중장기적으로 미국 전력 수요가 더 늘어나고, 이에 따라 전력기기 판매가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이란 시각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철강, 전선 등 주요 원재료에도 관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미국 현지 전력기기 생산거점의 원가부담 상승에 따른 마진 감소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또 관세 부담이 늘어남에 따라 기존 체결된 전력기기 수출 계약에서 재협상을 요구하는 사례들이 잇따를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온다.  

3일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 전력기기 업계 안팎 취재를 종합하면, 상호관세 부과에도 북미 전력기기 시장의 ‘공급자 우위’ 상황이 유지돼 타격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으로 나온다.

앞서 현지시각으로 2일 미국 정부는 모든 한국산 제품에 관세 25%를 부과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상호관세(기본관세, 개별관세) 부과 결정을 발표했다.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하는 전력기기에도 관세가 부과돼 향후 수주 영업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내 생산된 고압변압기(650kVA 이상)의 83.6%, 초고압변압기(10MVA 이상)의 42.7%가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미국 전력기기 시장의 공급 부족에 따른 것으로, 전력기기 기업들은 현재 고가의 계약만 가려받는 ‘선별 수주’를 취하고 있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전력망에 연결 대기 중인 신재생 발전설비,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 데이터센터 확대 등 송전망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데, 기술장벽과 미국 내 숙련공 부족으로 현지 설비능력 확장은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따라서 관세가 확대되더라도 전력기기 제조사들이 현지 수입사에 전가하기 수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일부 한국 전력기기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거점을 이미 확보해 둬 관세 ‘무풍지대’의 이점을 누릴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앨라배마주에, 효성중공업은 테네시주 멤피스에 각각 초고압변압기 생산공장을 운영 중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24년 북미 매출 1조62억 원 가운데 앨라배마공장 매출 비중이 6037억 원으로 60%, 울산공장 매출 비중은 4025억 원으로 40%를 차지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의 2024년 미국 매출 6825억 원 가운데 멤피스 공장 매출은 3천억 원 안팎이며, 국내 창원공장 매출은 3825억 원으로 추산됐다. 

여기에 더해 HD현대일렉트릭은 올해 하반기부터 앨라배마 공장에 1850억 원을 투입, 공장을 증설할 예정이다. 비슷한 시기에 진행하는 울산 공장 증설과 합쳐 연간 추가 매출 3000억 원을 기대하고 있다. 효성중공업도 멤피스 공장 증설을 연초부터 검토해왔다. 
  
이들은 품목별 관세, 상호관세 등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 강화에 따라 세계 각국 기업들의 미국 제조업 공장 건설이 늘어나면 전력수요가 더 늘어나 미국 수요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김도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2030년까지 미국의 전력 수요는 연평균 2.4%씩 증가할 전망인데, 제조업 리쇼어링(유치)의 기여치는 연간 0.4%로 데이터센터와 운송 분야 기여도 다음으로 높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재 대기 중인 북미 전력기기 수출 계약의 가격 재협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 각사의 2024년 말 수주잔고를 보면 HD현대일렉트릭이 55억4100달러(8조13523억 원), 효성중공업 중공업부문 9조2천억 원, LS일렉트릭 2조9천억 원 등이다.  

전력기기 업체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상호관세 부담을 온전히 수요자들만 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재협상 여지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K-전력기기' 트럼프 관세 놓고 셈법 분주, 북미 전력 수요 증가에 오히려 더 기회 될 수도

▲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 국내 주요 전력기기 제조사들의 회사 로고 이미지. <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



또 미국 전력기기 수출 경쟁국의 상호관세율과 한국 관세율을 비교해봐야 상호관세에 따른 '최종 승자'가 가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점유율 기준 변압기 미국 수출 상위 국가들은 멕시코, 캐나다, 브라질, 콜롬비아, 네덜란드, 대만 등이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이번 상호관세 부과국가에서 제외됐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국가들의 국경·마약 문제 해결 노력에 따라 25% 관세를 부과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브라질과 콜롬비아, 네덜란드 등은 기본관세 10%만 부과돼 한국산 전력기기보다 가격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올라갈 수 있다. 대만이 기본관세 10%, 개별관세를 더해 총 32%의 상호관세가 부과돼 가격경쟁력 하락이 예상된다.

또 전기강판, 구리 등 변압기 원재료에 부과하는 수입관세에 따라 미국 현지 공장 원가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통상 변압기의 제조원가에서 전기강판이 약 30%, 구리(전선)가 25~40% 가량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압기에 쓰이는 방향성 전기강판은 규소를 첨가한 특수 강철이다. 국내에서는 포스코가 주요 공급업체로 연간 73만 톤을 생산할 수 있지만, 포스코가 미국 내 생산법인이 없어 미국정부가 지난달 12일부터 부과한 보편관세 25%를 오롯이 감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전력기기 업체 관계자는 “미국 외에도 유럽, 중동, 오세아니아 등 수출국 다변화 포트폴리오를 미리 구축해놔 미국 관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