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에 트럼프 관세는 기회, 박준경 중국산 제칠 고부가제품 경쟁력 담금질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총괄사장이 고부가제품 경쟁력을 다금질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총괄사장이 올해 고부가가치(스페셜티) 제품군의 경쟁력 강화에 힘을 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본격화한 관세전쟁 가운데 금호석유화학은 수혜를 보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위한 힘을 쌓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가능성이 크다.
 
2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연설을 통해 세계 주요국을 상대로 한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는 오는 5일부터 기본관세 10%에 더해 오는 9일부터 국가별로 상호관세를 추가로 부과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가별 상호관세율을 보면 한국은 25%이고 중국 34%, 유럽연합 20%, 일본 24%, 영국 10% 등이다.

이를 놓고 증권업계에서는 기존 예상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강경한, 최악의 시나리오에 가까웠던 발표”라며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발표된 이후 모든 지표는 경기 침체 가능성을 반영 중”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특히 중국을 강도 높게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상호관세율은 34%로 베트남 46%, 라오스48% 등 가장 높은 수준의 상호관세율이 설정된 동남아시아 국가들보다는 다소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미 중국에 부과되고 있는 20%의 관세율에 이번 상호관세율이 더해지는 것이라는 점, 미국과 중국 사이의 교역 규모 등을 고려하면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되는 관세가 미칠 효과는 다른 국가산 수입품에 부과되는 관세의 효과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새 관세 정책의 시행일까지 국가별 협상 등 진행에 따라 관세율에 변동은 있을 수 있으나 중국 역시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미국의 대중국 관세가 단기간에 낮아지는 방향으로 결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현지시각으로 3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을 놓고 “국제 무역 규칙에 부합하지 않고 관련국의 정당하고 합법적 권익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전형적이고 일방적인 괴롭힘 행위”라며 “단호하게 반대하고 반격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향한 중국산 제품에 강한 관세가 붙으면 수혜를 볼 한국 석유화학 기업으로는 금호석유화학이 꼽힌다.

금호석유화학의 주력 제품인 NB라텍스는 주로 고무장갑 제조에 사용된다. 미국 시장에서 이전에는 중국산 고무장갑의 점유율이 높았다.

하지만 이번 관세정책으로 금호석유화학이 원료를 제공하는 동남아시아산 고무장갑의 미국 점유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금호석유화학이 판매하는 NB라텍스는 80%가 말레이시아와 태국에 판매된다. 말레이시아와 태국에는 세계 최대 장갑회사인 탑글로브(Top Glove)를 비롯해 하르탈레가(Hartalega), 스리트랑(Sri Trang) 등 금호석유화학의 주요 고객사들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상호관세율만 보면 말레이시아에는 중국보다 10%포인트 낮은 24%의 관세율이 책정됐다. 태국에는 36% 관세율이 적용되지만 기본관세까지 고려하면 말레이시아 및 태국산 고무장갑은 새 관세 정책에 따라 중국산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가 생긴다.
 
금호석유화학에 트럼프 관세는 기회, 박준경 중국산 제칠 고부가제품 경쟁력 담금질

▲ 금호석유화학의 주력 제품인 NB라텍스는 고무장갑의 재료로 주로 말레이시아, 태국 등에 팔린다. 미국의 새 관세 정책으로 중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가 부과되면 동남아시아산 고무장갑의 점유율 확대가 예상된다.


게다가 이미 조 바이든 행정부의 결정에 따라 지난 1월부터 중국산 고무장갑에는 50%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중국산 고무장갑의 가격 경쟁력은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고래 싸움에 새우가 득을 볼 기회”라며 “고무장갑 관련 관세 조치가 강화 또는 장기화하면 금호석유화학에는 긍정적 영업여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총괄사장으로서는 주력 제품인 NB라텍스의 수출 확대 기회를 맞으면서 올해 실적 상승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 가운데 괄목할 수준인 273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올해는 4천억 원 수준으로 영업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석유화학 업계가 전반적으로 스페셜티 강화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박 총괄사장은 탄탄한 실적을 통해 생산라인 확보 등 자신이 힘을 주는 스페셜티 대응 역량을 강화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올해로 금호석유화학의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마무리되고 박 총괄사장을 중심으로 하는 오너3세 경영에 탄력을 받는 시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적절한 시기에 순풍이 불어주는 셈이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호석유화학에 올해 큰 폭의 증익이 기대된다”며 “합성고무 업황의 업사이클을 고려하면 주가 재평가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