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중국 화웨이의 주요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사로 자리 잡았으며, 바이두에는 ‘로직칩’을 비롯한 AI 반도체를 공급해왔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3일 삼성전자가 미국 반도체 제조 공장에 수천억 달러를 투자했음에도 대형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중국 빅테크 기업에 의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 "삼성전자 중국 화웨이에 HBM, 바이두엔 AI칩 공급해와"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앞줄 왼쪽 네번째)이 2025년 3월23일 중국 베이징의 댜오위타이 영빈관에서 열린 중국발전고위급포럼(CDF) 행사에서 기념 사진을 찍기 전에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빅테크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중국 기업들로부터 주문을 수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삼성전자가 지난해 중국 바이두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인 ‘쿤룬’에 3년 치 이상의 ‘로직다이’를 제작해 공급했다고 보도했다.

로직다이는 HBM 가장 밑단에 배치되는 핵심 부품으로, 중앙처리장치(CPU)와 같은 프로세서 역할을 한다. HBM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또 삼성전자는 바이두가 지난 2월 출시한 AI 칩인 ‘코어 P800’을 생산하기 위해 쿤룬에 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칩에는 삼성전자의 HBM도 탑재됐다.

삼성전자는 또 중국 화웨이의 주요 HBM 공급업체로 자리잡은 것으로 파악된다.

대만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세미아날라시스는 "삼성전자는 중국에 HBM을 가장 많이 공급하는 기업으로, 화웨이의 AI칩인 '어센드910 시리즈'에 삼성 HBM이 사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기업들이 삼성 HBM을 주로 구매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SK하이닉스 HBM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미 굿리치 랜드연구소 수석 고문은 “중국 기업은 SK하이닉스의 HBM을 살 기회조차 없다”며 “SK하이닉스 HBM은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과 같은 미국 AI 칩 업체가 모두 매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굿리치 고문은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HBM은 부족하지만, 중국에는 충분히 좋은 수준”이라며 “아직 중국 내 HBM 대체품이 없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중국을 방문해 현지 빅테크 기업 CEO들은 물론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동하는 등 중국에서 반도체 대형 수요처를 발굴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첨단 반도체 중국 규제가 강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삼성전자와 중국의 협력이 계속 유지되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CW 청 노무라증권 아시아태평양 리서치 공동 책임자는 “삼성전자와 중국은 서로가 필요하다”며 “중국 고객은 삼성전자에 더욱 중요해졌지만, 함께 사업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삼성전자가 바이두의 자회사 쿤룬과 협력해 더 진보된 AI 칩을 생산하기를 원했지만, 지난 1월 발효된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로 이 사업은 보류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TSMC가 화웨이의 ‘유령회사’를 통해 AI 칩을 제조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대중국 파운드리 규제를 강화한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관계자를 인용해 “올해 1월 강력한 미국의 수출 통제가 발표된 이후 삼성전자와 바이두의 사업은 불확실해졌다”며 “삼성전자는 미국 당국에 더 많은 이해를 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현재 삼성전자가 바이두 자회사 쿤룬에 AI 칩을 제조해 공급하거나 로직다이를 공급하는 것은 미국 반도체 규제를 위반한 것이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규제 대상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칩 성능이 파악돼야 하는데, 구체적 정보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굿리치 고문은 “삼성전자가 바이두에 매우 경쟁력 있는 칩을 생산한다는 것은 미국 규제를 강화해야하는지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한다”며 “미국이 기다릴수록 이같은 칩이 중국을 위해 더 많이 생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