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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환 하나투어 회장 |
하나투어는 여행업계 독보적 1위다.
국내여행 점유율은 20%를 웃돌며 해외여행 점유율을 가늠할 수 있는 송출객수 점유율 역시 20%에 육박한다.
하나투어는 한때 본사를 제외한 영남사업부 매출만으로도 업계 2위가 가능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만큼 다른 여행사를 따돌리고 독주하고 있다.
박상환 하나투어 회장은 각종 조사에서 한국 여행산업을 이끄는 영향력 있는 인물 1위에 꼽힌다. 8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박 회장의 뿌리는 모두투어다. 박 회장은 우종웅 모두투어 회장과 함께 모두투어의 전신인 국일여행사의 창업멤버다.
박 회장은 잘 나가던 모두투어를 나와 여행사를 창업했다. 그리고 마침내 모두투어를 제치고 창업 6년 만에 여행업계 1위에 올랐다. 제자가 스승보다 더 나음을 비유하는 청출어람을 실현해 낸 것이다.
하나투어는 그뒤 15년 가까이 1위의 아성을 지키고 있다.
하나투어는 지난해 3079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업계 최초로 매출 3천억 원을 돌파했다. 업계 2위 모두투어의 매출은 1379억 원으로 하나투어의 절반이 채 안 된다.
정기윤 하나투어 홍보팀장은 “하나투어의 성장은 여행산업 전체의 성장 때문”이라며 “여행산업에 대한 인식 확보로 전체 시장의 파이를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여행업계는 세월호 참사를 만나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하나투어는 세월호 위기도 극복했다. 하나투어는 더 좋은 실적을 냈다. 올해 2분기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4.04%와 3.23% 늘었다.
하나투어는 상반기 항공권 판매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7% 늘어났고 점유율도 15.2%를 차지해 영향력을 넓혔다.
전문가들은 “하나투어가 세월호 참사와 태국의 불안한 정세 등의 위기를 잘 모면했다”며 “하반기에 해외여행 수요 증가와 유리한 환율 등 개선된 여건으로 실적이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 여행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박상환 회장
박상환 회장은 지난달 여행신문이 여행업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선정한 ‘한국 여행산업을 이끄는 영향력 있는 인물’ 1위에 올랐다.
박 회장은 선도적 이미지 구축과 사업확장, 여행업 위상 강화 등의 이유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혔다. 박 회장은 조사가 처음 실시된 이우 이번까지 8번 연속 1위 자리를 단 한 차례도 내주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관광진흥 유공자로 금탑산업훈장도 받았다.
박 회장은 1981년 고려여행사에 입사해 30년 넘게 여행산업에 몸담고 있다. 그는 고려여행사에서 일할 때 만난 우종웅 모두투어 회장과 뜻을 합쳐 회사를 설립했다.
박 회장은 1989년 고려여행사를 나와 최초의 홀세일(도매) 여행사인 국일여행사(현 모두투어)를 창업했다. 홀세일 여행사는 소비자에게 직접 여행상품을 팔지 않고 대리점을 확보해 간접적으로 여행상품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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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환 하나투어 회장이 지난해 9월 제40회 관광의 날 행사에서 금탑산업훈장을 받고 있다. <뉴시스> |
박 회장과 우 회장은 지금은 업계 라이벌로 경쟁관계에 있지만 지금도 박 회장은 연초에 우 회장에게 문안인사를 갈 정도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박 회장은 모두투어 창립자 자격으로 올해 모두투어 25주년 창립기념식에도 기꺼이 참석했다.
박 회장은 1993년 국일여행사를 나왔다. 박 회장은 공격적인 스타일이었는데 반해 우 회장은 다소 보수적인 경영을 펼쳤고 이런 의견 차이로 갈라섰다.
박 회장은 하나투어의 모태인 국진여행사를 창업해 그만의 방식으로 회사를 키워나갔다.
박 회장은 국일여행사에서 했던 것과 같이 홀세일 영업을 했지만 후발주자로서 다른 방식을 도입했다.
국진여행사는 업계 최초로 항공요금을 선납했다. 이전에는 여행사가 항공사로부터 좌석을 공급받고 판매대금은 나중에 지급했지만 박 회장은 미리 좌석대금을 지급했다. 이 방식으로 항공사와 신뢰관계를 형성하며 입지를 굳혔다.
국일여행사는 1996년 하나투어로 이름을 변경했다. 새로운 출발을 다짐한 것이다. 그런데 그 이듬해 외환위기가 터졌다. 여행사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살아남은 곳은 인력을 80%까지 감축했다.
그러나 박 회장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됐다. 박 회장은 “돈보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직원을 한 명도 줄이지 않았다.
박 회장은 “직원 180명을 그대로 끌고 가는 대신 월급은 30만원씩만 받기로 했다”며 “보유한 현금 2억 원으로 6개월만 버티자고 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석 달 만에 여행수요가 회복하기 시작했고 감원을 실시한 경쟁사들은 수요에 대응하지 못했다. 그러나 하나투어는 급증하는 수요를 소화하며 마침내 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 상장으로 몸집 불려 규모의 경제 실현
하나투어는 선두기업으로 올라서면서 급속도로 몸집을 불렸다.
1999년 업계 최초로 태국에 해외 직영점을 낸 것을 시작으로 해외거점을 늘려 현재 23곳의 지사를 두고 있다. 계열사도 국내 23곳과 해외 14곳을 거느린 대형 관광전문그룹으로 성장했다. 하나투어는 홀세일(도매)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영업이 유리하고 수익도 높아졌다.
하나투어가 독보적 위치를 굳힐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여행업 최초로 코스닥에 등록한 것이었다.
박 회장은 국일여행사 시절에도 상장을 제안했으나 우종웅 회장 등 동업자들은 “아직 이르다”며 거절했다. 여행업 특성상 회계가 투명하지 못한 부분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회장은 여행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자본을 유치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나투어 상장을 추진했다.
상장은 쉽지 않았다. 여전히 여행업을 산업으로 보는 인식이 부족했다. 여행업이 소비향락사업이라는 이유로 금융위원회에서도 반대했다. 박 회장은 그러나 집요한 시도 끝에 엄격한 심사를 거쳐 2000년 최초로 코스닥에 등록했다.
하나투어는 코스닥 등록 후 2위와 격차를 더욱 벌렸다. 2005년 모두투어와 자유투어 등이 하나투어의 뒤를 따라 증시에 입성했지만 주가와 시가총액에서 차이가 벌어졌다. 하나투어는 2006년 코스닥 등록기업 중 최초로 런던증권거래소에도 상장했다.
하나투어의 시가총액은 2007년 한때 1조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나투어는 2011년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자리를 옮겼다. 22일 현재 시가총액은 8천억 원으로 모두투어(3천억 원), 롯데관광개발(4천억 원), 인터파크INT(6천억 원) 등을 따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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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하나투어 여행박람회 개막식에서 박상환 회장(맨 오른쪽) 등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
◆ 홀세일 중심 하나투어의 약점
하나투어도 고민은 있다.
여행자가 급증하면서 불만도 따라 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처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다. 특히 해외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한 보상, 선택관광 등의 바가지 요금 문제는 항상 도마 위에 오른다. 하나투어는 업계 1위인만큼 자주 논란의 대상이 된다.
이는 홀세일영업을 하는 하나투어의 태생적 약점이다. 직판여행사들은 상품을 고객에게 직접 판매하는 B2C사업을 하지만 하나투어는 직접 고객에게 상품을 팔지 않고 대리점에 판매하는 B2B방식의 사업을 하고 있다.
하나투어 상품을 판매하는 대리점은 일반대리점, 온라인대리점, 제휴사 등 여러 형태로 존재한다.
홀세일여행사는 본사가 기획한 상품을 가지고 대리점 별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패키지여행의 최소출발인원 구성이 직판여행사보다 수월하다.
반면 본사가 고객과 직접 접촉하지 않기 때문에 고객의 문의사항에 응대하는 것이나 의견을 수용하는 것이 한발 늦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고객의 불만이 높다.
소비자뿐 아니라 대리점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대리점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받는다. 대리점들은 홀세일여행사가 이름만 빌려줄 뿐 소통은 전무하다고 비판한다. 일부 대리점주는 “소비자 관리에만 힘을 쓸 뿐 정작 B2B 영업의 고객인 대리점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꼬집는다.
하나투어는 올해 경영방침으로 열린회사, 강한회사, 사랑이 있는 회사를 내걸었다. 고객과 소통을 강화하고 협력사에 대한 투자도 늘리는 목표도 세웠다. 하나투어는 최고경영자 직속으로 고객만족부를 설치하고 고객만족 개선위원회를 통해 고객관계관리(CRM) 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하나투어는 2012년부터 2회 연속 소비자중심경영 인증을 획득했다. 여행업계에서 소비자중심경영 인증을 획득한 것을 하나투어가 처음이다.
여행사에 대한 고객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부터 국외여행상품 정보제공표준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여행상품 판매 때 여행정보를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하도록 하는 제도다. 고객이 바가지요금, 강매, 일정변경 등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특히 고객의 불만이 가장 많은 선택관광에 대해 필수옵션의 경우 해당비용을 상품가격에 포함하도록 했다.
하나투어 등 12개 대형여행사들은 정보제공표준안에 동의했다. 이번 표준안 시행으로 패키지여행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이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관광공사는 “국외여행상품 정보제공표준안은 관광부문 최초의 민관협 공동 자율규제 시스템”이라며 “여행사들이 소비자 중심의 여행상품을 제공하고 소비자와 소통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