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1인CEO체제에서 위기를 넘을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줄까?
LG전자는 스마트폰사업의 적자폭이 확대되고 가전사업도 업황악화를 피하지 못해 5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영업손실을 볼 위기에 처해있다.
◆ 5년 만에 적자전환 위기 직면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12일 “LG전자는 MC사업본부의 실적개선요인 부재와 가전사업의 수익성 악화로 이중고를 겪어 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할 것”이라고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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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
LG전자는 4분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13조7151억 원, 영업손실 261억 원을 볼 것으로 추정됐다. 2011년 3분기 이후 5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의 영업손실이 역대 최대인 4810억 원으로 커지는데다 그동안 LG전자의 수익성을 견인하던 TV와 생활가전도 원가상승으로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됐다.
김 연구원은 “LG전자는 TV수요정체에다 LCD패널가격의 강세로 당분간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며 “생활가전의 주요 원자재 가격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LG전자가 MC사업본부의 적자폭 확대에 대응해 추가적인 구조조정을 이어갈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 경우 내년에도 구조조정 비용으로 큰 폭의 적자가 이어지는 악순환이 예상된다.
김 연구원은 “LG전자 스마트폰의 실질적 상대는 삼성전자나 애플이 아닌 오포와 비보 등 중저가업체로 봐야 한다”며 “경쟁강도가 더욱 심화되며 실적개선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LG전자는 내년부터 소니 등 경쟁업체의 올레드TV시장 진출로 독주체제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이에 따라 올레드TV의 가격을 낮춰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 가전업체들이 급성장하고 삼성전자도 빌트인 가전업체 인수와 사물인터넷 플랫폼 확대로 역량을 강화해 프리미엄 가전사업을 점점 강화하는 점도 LG전자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김 연구원은 LG전자의 내년 상반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5717억 원에서 3863억 원으로 32.4% 낮췄다.
◆ 조성진의 역할 주목
LG전자가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3인 각자대표체제를 1인CEO 체제로 전환하며 키를 쥐게 된 조성진 부회장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LG전자는 각자대표체제에서 스마트폰사업의 비용통제가 어려워지는 등 약점으로 큰 타격을 입자 과거 구본준 LG 부회장이 대표를 맡던 시절과 같이 1인CEO체제를 부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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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 프리미엄 세탁기 '트윈워시'. |
1인CEO체제 아래서는 의사결정 권한이 집중돼 강력해지는 만큼 비용 효율화와 사업전략 수립에 장점을 보일 수 있다.
구 부회장이 LG그룹 오너일가인데 비해 조 부회장은 전문경영인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하지만 LG전자의 가전사업이 급성장한 공을 인정받은 만큼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조 부회장은 LG전자의 생활가전 성장전략과 같은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줄 것”이라며 “스마트폰사업 비용축소와 주력사업 역량집중에 효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 부회장이 품질경영과 중장기적인 브랜드이미지 강화를 주요 경영철학으로 삼고 있는 만큼 이른 시일 안에 LG전자의 실적을 극적으로 반등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LG시그니처 등 프리미엄 가전 담당조직이 조 부회장 체제에서 본격적으로 강화되는 등 장기적인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어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조 부회장은 최근 미국 리뷰드닷컴과 인터뷰에서 “세탁기 ‘트윈워시’와 같은 흥행작은 장기간의 시장조사와 연구개발 끝에 나온 결과물”이라며 “조금 늦더라도 완벽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LG전자 가전의 성공비결”이라고 말했다.
가전 외 사업에 대한 경영전략 수립은 사실상 조 사장의 첫 도전인 만큼 쉽지만은 않을 수 있다. LG전자가 3인 각자대표체제를 유지하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로 해석할 수 있다.
USA투데이는 “조 부회장은 위기를 맞은 LG전자의 TV와 스마트폰을 되살릴 시급한 과제를 안게 됐다”며 “가전제품보다 업황이 더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성공전략을 재현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라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