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이 자사주를 삼성생명에 넘겨주고 거액을 확보하면서 4조 원대 초대형 종합투자금융(IB)사업자로 발돋움할 채비를 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강점을 보유한 자산관리(WM)서비스를 활용해 투자금융사업에서도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다른 증권회사들도 덩치를 불리며 초대형 종합투자금융사업자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 수익원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 삼성증권, 초대형 종합투자금융사업자 준비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강점으로 꼽히는 자산관리서비스을 바탕으로 투자금융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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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 |
삼성증권 관계자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영업지점들을 합쳐 대형 금융센터를 만들 것”이라며 “대형 금융센터에서는 자산관리 상담뿐 아니라 법률서비스와 세무서비스도 함께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대형 금융센터를 통해 개인고객뿐 아니라 법인고객을 상대로 하는 자산관리 서비스도 강화할 계획을 세웠다.
대형 금융센터에 법인고객을 전담하는 인력을 배치해 법인고객의 자산관리를 맡은 뒤 투자금융사업의 고객으로 관계를 이어나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은 별도의 사업부인 ‘WM본부’를 통해 자산관리를 전담하고 있을 뿐 아니라 ‘WM리서치팀’을 통해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을 세우고 있다.
삼성증권은 국내 증권업계에 가장 먼저 자산관리영업을 도입한 데다 글로벌 인프라를 통한 고객 맞춤형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며 자산관리부문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원재웅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증권이 초대형 증권사로 도약할 준비가 시작됐다”며 “삼성증권이 자기자본 4조 원을 넘어서면 국내 증권사 가운데 자산관리(WM)와 투자금융(IB)사업 양쪽에서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증권은 자사주 10.94%를 삼성생명에 매각했는데 매각대금이 2017년 2월 회계에 반영되면 자기자본은 3조8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증권이 매년 벌어들이는 순이익 가운데 이익잉여로 남는 금액을 감안하면 내년 1분기 안에 자기자본 4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도 삼성그룹 계열사 차원에서 협력하고 있지만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하는 금융지주회사가 세워질 경우 지금보다 체계적이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협력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삼성증권, 다른 종합투자금융사업자와 어떻게 차별화할까
삼성증권이 자기자본 4조 원대에 올라서도 다른 증권회사들도 몸집을 불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 수익원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11월 기준으로 통합 미래에셋대우 6조7천억 원, NH투자증권 4조5800억 원, 한국투자증권 4조300억 원이다. 통합 KB투자증권도 자기자본 3조98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까지 자기자본이 4조 원을 넘는 국내 증권회사는 NH투자증권이 유일했다.
국내 증권회사들이 확실한 수익원이나 장기적인 목표없이 덩치를 불리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새롭게 조달된 자본을 활용할 단기적인 수익확보에 조직자원을 배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초대형 종합투자금융사업자 효과는 지연될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몸집이 커지면서 투자금융업을 전담할 인력과 네트워크도 함께 구축해야 균형잡힌 수익모델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아직 자기자본이 4조 원에 이르지 못한 상황에서 수익성을 말하기는 시기상조”라며 “저금리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투자금융 상품을 내놓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