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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우 감독. |
“지진이 실제로 크게 한 번 나면서 놀랐다. 시나리오 쓸 때 그 시점에 지진이 크게 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영화 ‘판도라’를 연출한 박정우 감독이 개봉에 앞서 한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7일 개봉한 판도라는 원전사고를 소재로 한 재난영화다. 강진으로 노후원전 시설에서 사고가 나고 인물들이 사투를 벌이는 과정을 그린다. 스토리만 놓고 보면 새로울 게 없다. 지진 대신 태풍이나 그밖의 어떤 재해를 넣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박 감독은 재난영화의 흔한 공식을 따르지만 강렬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 듯 보인다.
판도라는 개봉 이틀째인 8일 기준 누적관객 30만 명을 넘어서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개봉 첫주를 맞는 9일 실시간예매율에서도 1위로 올라있다.
판도라는 150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됐다. 한국영화 제작규모에 비춰보면 대작이라 부를만하다. 기획부터 제작에 이르기까지 4년이 넘게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박 감독이 영화기획 당시 지진이 날 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말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지진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한반도에서 진도 5.8 규모의 경주 지진이 올해 발생해 큰 피해가 났고 여진과 다른 지역에서도 크고 작은 지진이 발생했다. 영화적 현실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
판도라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개봉 타이밍이 절묘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불가능성이었던 지진이란 소재가 가능성으로 바뀐 만큼 관객의 몰입도 역시 높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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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판도라' 포스터. |
판도라는 재난영화란 소재적 측면 외에도 사회적 울림도 크다.
대규모 재난이 일어나도 이를 수습할 국가적 재난컨트롤타워의 부재,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지도자들의 무능과 책임회피를 통렬하게 꼬집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또 한번 개봉 타이밍이 절묘했다. 영화 속 현실보다 더한 정치현실을 마주하고 있으니 말이다.
박 감독은 특별한 이슈가 없는 상황에서 영화가 개봉되길 바랐다고 했다. 영화 자체로 평가받고 싶다는 뜻이다. 이런 바람은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공교롭게도 박 감독은 2012년 연출작 ‘연가시’도 메르스가 전국을 휩쓸면서 미리 예견했던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대통령 탄핵정국과 맞물려 영화는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가 흥행할 조짐을 보이자 원전을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까지 긴장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배우 김남길씨가 재난 속 사투를 통해 소시민에서 영웅으로 거듭나는 주인공을 맡았고 정진영 김영애 문정희 이경영 김명민 등 연기파 배우들이 호연을 펼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