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금융지주가 인터넷전문은행인 K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치는 구조를 계속 유지할까?

한국투자증권이 우리은행 과점주주로 참여하면서 한국투자금융이 카카오뱅크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난감한 한국투자금융, K뱅크와 카카오뱅크에 모두 참여  
▲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투자금융은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우리은행 과점주주로 참여하면서 K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의사결정에 동시에 참여하게 됐다.

우리은행은 K뱅크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는데 은산분리를 완화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아 K뱅크는 우리은행을 대주주로 삼아 출범한다. 다른 주주들은 비금융사업자로 분류돼 의결권이 4%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한국투자금융은 카카오뱅크 지분 58%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법 개정 전에 카카오뱅크가 출범하려면 한국투자금융이 대주주가 된다.

K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직접적인 경쟁관계인 데다 금융지주회사법의 이해상충방지 조항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투자금융과 한국투자증권이 은행법상 동일인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한국투자금융은 K뱅크와 카카오뱅크 지분을 동시에 보유하는 특수관계인이라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지분구조가 인터넷전문은행사업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은 우리은행의 최대주주가 아닌 데다 우리은행 역시 K뱅크를 자회사로 두지 않은 상황”이라며 “금융지주회사법상 이해상충방지는 자회사 간 이해상충을 막기 위해서인 만큼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지분과 관련된 문제는 주주 간 합의 등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금융위원회 차원에서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한국투자금융이 카카오뱅크 지분을 처분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투자금융은 은행업 진출을 위해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했는데 한국투자증권이 우리은행 과점주주가 되면서 은행업을 다룰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K뱅크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사업과 시너지도 얻을 수 있는 만큼 카카오뱅크 지분을 들고 있을 이유도 없게 된 셈이다.

K뱅크가 카카오뱅크보다 한 발 먼저 출범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을 감안하면 카카오뱅크 지분매각 가능성에 힘이 더욱 실린다. K뱅크는 12월에 본인가 심사결과가 나오는 반면 카카오뱅크는 아직 금융위원회에 본인가를 신청하지 않았다.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국투자금융이 카카오뱅크 지분을 모두 매각해 자금을 마련한 뒤 우리은행 최대주주를 노릴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원래 카카오뱅크 지분 58% 가운데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4%가량은 소유할 계획이었는데 카카오뱅크에서 아예 발을 뺀다는 것이다.

다만 한국투자금융이 카카오뱅크 지분 58%를 다른 곳에 넘기려 해도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 카카오가 지분을 인수할 수 없는 데다 은행법 개정안 논의가 뒤로 미뤄지면서 반쪽짜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로 나설 산업자본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투자금융이 다른 카카오뱅크 주주들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지분 58%를 매각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 한국투자금융이 우리은행과 시너지를 얻을수록 카카오뱅크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