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동서발전이 풍력발전이 많은 제주도에서 국내 최대 용량으로 전력을 안정화할 수 있는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사업 착수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사실상 임기를 시작한 권명호 동서발전 사장은 BESS사업 대상지역을 호남으로 더욱 넓히며 신재생에너지 사업 경쟁력을 더욱 높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동서발전 제주도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 사업 가시화, 권명호 신재생 선두주자 지키기 온 힘

권명호 한국동서발전 사장이 신재생 선두 자리를 지키기 위해 힘쓰고 있다.


21일 동서발전에 따르면 BESS 사업을 통해 신재생으로의 에너지 전환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관련 기업 및 주민들과의 협력을 강화할 계획을 세웠다.

동서발전은 제주 BESS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2023년 11월부터 제주에너지공사, 에퀴스에너지코리아, LG에너지솔루션과 협업했다.

오는 3월 동서발전이 착공하는 제주 BESS는 140MWh급 대용량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를 갖춘 시설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풍부한 제주지역에서 전력이 과잉 생산될 때 이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저장한 전력을 발전량이 부족할 때 적절히 공급해 일정 수준의 전력량을 유지하며 전력계통 안정화에 도움을 준다. 풍력발전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는 자연 조건에 따라 전력 생산이 들쑥날쑥하다는 단점을 갖고 있는데 BESS가 이를 보완해주는 것이다.

동서발전은 2023년에 국내 최초로 개설된 저탄소 중앙계약시장 입찰에 참여해 제주 북촌 BESS 사업을 수주했다.

또다른 한국전력 발전자회사인 남부발전은 지난 3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에 92MWh급 BESS를 착공해 동서발전이 한발 늦은 셈이지만 규모에선 국내 최대라는 점이 의미를 가진다.

권명호 사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프로젝트는 전력망 안정화에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며 “지역 주민과의 상생 모델을 구축하고 제주의 2030 무탄소섬 프로젝트 달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동서발전의 BESS사업은 출력제한 문제를 분산화 및 다각화를 통해 해결하는 우수 사례로 평가된다.

동서발전은 이번 제주 BESS 착공을 계기로 앞으로는 다른 제주 지역과 호남지역으로 BESS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최근 신재생에너지사업에서는 전력망의 안정성 확보가 핵심 과제로 꼽히고 있어 BESS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연례 보고서에서 “재생에너지 개발사들은 BESS처럼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줄 유연성 자원을 함께 배치하지 않는 이상 지속적으로 수익 감소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서발전은 권 사장이 취임하기 이전 역대 최고경영자(CEO)들이 신재생에너지에 신경을 쓰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지난해 발표된 공기업 경영평가에서도 동서발전은 “신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기관장의 대응 노력이 우수하다”고 평가됐다. 

공기업 경영평가 자료에 따르면 동서발전은 2023년 말 기준 5개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 가운데 944MW로 가장 많은 누적 신재생에너지 개발 실적을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기조를 이어가 권 사장 역시 앞으로 신재생에너지에서 선두주자를 유지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권 사장은 곧바로 태양광·풍력·연료전지 등의 재생에너지 사업 개발 현황을 점검하고 신사업 분야에서의 체계적이고 질서 있는 사업 확대를 지시했다.

권 사장은 “에너지전환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과 함께 지역주민, 기업, 정부, 학계 등과의 협업을 확대하는 등의 혁신적인 노력을 통해 신사업을 질서있게 추진하겠다"며 "국민의 삶에 꼭 필요한 전기를 안정적이고 깨끗하고 값싸게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동서발전은 중장기 경영계획에서는 연구개발(R&D)비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80%로 설정했는데 이는 다른 발전공기업들과 비교해 차별화되는 지점으로 여겨진다.

앞서 동서발전은 2022년에 발전 공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로 전국 5개 권역에 신재생개발권역센터를 구축했다. 신재생건설운영센터도 운영해 신재생에너지 전환에 보다 집중할 여건도 마련했다. 신재생에너지 관련 초기 투자비용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재무경영처도 강화했다.
 
동서발전 제주도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 사업 가시화, 권명호 신재생 선두주자 지키기 온 힘

▲ 동서발전의 제주 북촌리 BESS 조감도. <동서발전>


권 사장이 앞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키워나가는데 있어 동서발전의 재무구조 상황은 상당히 좋은 여건인 것으로 평가된다.

최영록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발전소 증설 관련 대규모 자금부담이 일단락됐고 현금 창출 흐름이 이어지면서 전반적 재무안정성이 개선됐다”며 “한전 발전자회사 가운데 동서발전은 재무구조가 가장 견조한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부채비율도 지속적으로 관리되면서 100%보다 낮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동서발전의 부채비율은 연결기준으로 2020년 107.3%, 2021년 107.6%이었다가 2022년 90.4%로 100%를 하회했다. 이후 2023년 90.4%,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81.7%까지 개선됐다. 

다만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낮은 수익성은 권 사장의 과제로 남아 있다.

2024년 공기업 경영평가에서도 "동서발전은 신재생에너지 투자 대비 회수가 미미하고 지분투자의 경우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하는 경우가 있어 내실화와 수익성 확보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인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