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전력공사가 인공지능(AI) 혁명에 대응하는 전력 공급 확충을 중장기 성장 비전의 핵심 전략으로 세웠다.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향후 압도적 전력 소비 증가가 예상되는 데이터센터 전력공급 준비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 AI 성장동력으로 삼는다, 김동철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준비 총력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인공지능에 대응하는 전력 공급 확충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전력>


한국전력공사는 13일 첨단 전략산업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전력계통본부 산하에 '전력망입지처'를 신설했다.

전력망입지처는 전력망 입지 선정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현장을 직접 찾아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전력망 사업에서 입지 선정이 핵심요소라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김동철 사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에너지 전환과 국가 경제의 버팀목이 될 첨단 전략산업의 활성화에 필수적인 국가기간 전력망의 적기 확충을 위해 전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가 4대 첨단전략산업에 포함되는 바이오,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은 현재 AI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 역시 기존 범용적 연산 작업 형태에서 AI 데이터센터로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한국 기업의 클라우드 이용률이 30%에 불과해 성장잠재력이 높은 데다 AI 영향이 커지며 '하이퍼스케일(대규모)'부터 '엣지(도심 내 소규모)'까지 다양한 형태의 AI 데이터센터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했다.

AI 데이터센터는 고도의 연산 능력으로 대량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면서 다양한 산업 분야에 혁신을 가져다 줄 수 있다.  

다만 AI 관련 데이터센터가 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설치 및 운영을 위해서는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

유재국 국회입법조사처 연구관은 보고서를 통해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데이터센터의 6배 전력을 소비하기에 대규모 전력 설비를 확충해야 AI 데이터센터의 건설·운용이 가능하다”며 "향후 AI 데이터센터의 설치가 전력 생산과 전력망 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AI 데이터센터는 전력 소비가 현재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만큼 한전으로서는 전력공급에 선제적 대비가 중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에서도 데이터센터가 AI 확산에 따라 대규모 데이터 처리능력이 필요해 관련 전력수요 확대 전망치를 전력 추가 수요에 반영했다.

한국전력공사는 최근 AI와 데이터센터 등에 따른 전력수요 급증에 따른 전력계통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겠다는 의지를 앞으로 10년 간의 새로운 비전에 담아 선포했다.

김동철 사장은 뉴비전 선포식에서 “새로운 비전 달성을 위한 여정을 시작했으며, 국민편익을 제고하고 에너지생태계 혁신성장 견인을 위해 전 직원이 합심하여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최근 AI 성장에 대비하기 위해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인프라 확충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적극적 움직임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구글은 올해 AI 인프라 등 설비투자에 지난해보다 52% 늘리기로 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올해 지난해보다 60% 증가한 800억 달러(약 115조 원)를, 메타도 올해 650억 달러(약 94조 원)를 AI를 위한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구축에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 신도시 네옴은 2028년 데이터센터 설립을 위해 50억 달러(약 7조2천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딥시크를 기점으로 향후 거대언어모델(LLM) 개발 과정에서 투자 효율화를 통한 하드웨어 축소 우려가 제기됐다”며 “하지만 AI의 궁극적 목표를 향해 개척해 나가야하는 빅테크 입장에서 설비투자 확대 기조는 동일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분석했다.
 
한국전력 AI 성장동력으로 삼는다, 김동철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준비 총력

▲ 전력계통영향평가서작성지침서. <한국전력공사>


반면 한국의 데이터센터 구축은 예상보다 상대적으로 지연되고 있다. 이는 전력수요를 지방으로 분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 전력계통영향평가의 영향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데이터센터 대부분이 수도권에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지속해서 데이터센터가 집중되면 전력 수급 균형을 위한 막대한 망 보강이 필요하다는 문제 의식이 컸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전력계통영향평가는 실질적으로 데이터센터 건설에 강한 규제로 체감되면서 상당한 수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유보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경자 삼성증권 팀장은 "내년부터 대규모 데이터센터 공급을 예상했지만 계획한 물량의 절반만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완공물량은 이후로 분산되며 타이트한 수급이 이어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 팀장은 올해는 인허가 공백이, 2029년에는 일시적 공급휴지기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해외에서도 데이터센터의 특정 지역 집중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았고 데이터센터가 실제로 분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김 사장은 앞으로 AI 데이터센터를 위한 전력공급 확충과 함께 데이터센터 분산을 유도하기 위한 전력망 정비에 신경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영록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전력수요는 국내경기 둔화 등으로 단기적으로 성장성은 하락할 것”이라며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AI 및 데이터센터 등 전력 다소비 산업의 성장에 힘입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는 "전력망확충특별법이 속히 제정돼 한국전력공사가 대규모 전력을 요구하는 AI, 반도체 산업 등 첨단전략산업을 뒷받침하는데 속도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인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