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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지희, 디자인 전문기업 대표도 변신이 필요하다  
▲ 신지희 비즈니스피플 회원.

신지희 사장은 디자인 전문기업 ‘오니트(ON_it Co., Ltd. www.on-it.kr)’ 대표이사다. 95년 영화전문 주간지 '씨네21' 창간멤버로 활동한 뒤 상상마당의 '브뤼트' 등 다양한 매거진의 아트디렉팅을 담당했다.

현재 서울시와 함께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을 기획해 운영하고 있다. 그 밖에도 재능기부, 전시회 개최 등을 통해 디자인이 문화콘텐츠로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방안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

◆ '씨네21'부터 '브뤼트'까지, 매거진 전문 아트디렉터

- 이력사항을 보니 잡지 관련 일을 많이 했다.

“웅진출판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계속 편집 디자인 일을 했다. 그러던 중 영화 관련 공부를 하고 싶어 회사를 그만두고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한겨레신문가 영화 전문지를 창간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특채로 준비팀에 들어가서 95년 4월 씨네21 창간 때부터 일했다.”

- 유학 준비를 중단할 만큼 그 일이 하고 싶었던 이유는?

“우선 내가 편집디자이너면서 영화에도 관심이 있었으니 그야말로 적격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당시 한겨레신문이 발행하고 있던 한겨레21이 디자인계에서 매우 유명했다. 한겨레21은 국내 최초로 전 과정을 컴퓨터로 작업한 잡지였다. 이전까지의 잡지들은 매주 찍어내는 것만으로도 벅찼기 때문에 디자인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으나, 한겨레21은 컴퓨터작업 덕에 디자인에 공을 들일 수 있었다.

이런 회사가 새로 창간하는 영화 잡지인 만큼 나도 디자인을 마음껏 해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 이후 독립해 다른 회사를 세웠다. 직접 회사를 만들기로 결심한 계기는?

“결심한 것은 아니고 회사정책 때문이었다 (웃음). 2000년 경 한겨레신문사에 분사(分社) 바람이 불면서 내가 있던 디자인센터가 독립하게 되었다.

당시 디자인센터 총괄팀장이었던 내가 대표이사가 되어 ‘디자인이즈’를 세웠고, '한겨레21'과 '씨네21'을 외주받아 계속 작업을 했다.”

- 그 외에 어떤 다른 잡지들을 만들었나? 

“KT&G 상상마당의 의뢰를 받아 2009년 컬쳐매거진 브뤼트(BRUT)를 창간했다. 상상마당은 인디 문화를 지원하는 곳이기 때문에 틀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분방함이 컨셉이었다. 덕분에 하고 싶은 디자인을 무엇이든 시도해 볼 수 있었다.

브뤼트를 그만둔 뒤에도 문화 관련 잡지 디자인은 꾸준히 맡고 있다. 한국영상자료원,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 서울문화재단 등 여러 문화 관련 기관이 발행하는 잡지들을 회사에서 대행 제작하고 있다.”

◆ 오랜 전시디자인 경험으로 탄생한 ‘서울밤도깨비야시장’

- 편집디자인 외에 다른 분야의 디자인도 많이 했다.

“디자인이즈에서 전시회를 연 적이 있었는데 당시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관계자들이 보러 왔었다. 이를 계기로 2004년 프레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특별전으로 초대를 받았다.

그리고 이듬해 광주 디자인비엔날레가 정식으로 1회를 맞이했을 때, 내가 큐레이터가 되어서 신진 디자이너들의 New Wave in Design전을 진행했다.

이 경험을 계기로 전시디자인으로 영역을 확장하게 됐다. 전시사업팀을 꾸리고, 런던이나 도쿄 등 해외 디자인 전시회에도 많이 참여했다.”

- 최근 서울시와 함께 서울밤도깨비야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것도 전시디자인의 연장선으로 서울시의 의뢰를 받은 것인가?

“그렇다. 우리가 맡은 일은 서울형 야시장의 형태에 대한 연구 용역이었는데, 처음엔 그다지 큰 규모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기획안을 토대로 진행한 시범사업이 예상보다 훨씬 좋은 성과를 냈다. 상인들의 수익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방문객이 하루 2천 명이었는데, 첫 날 2만 명이 모였다.

이를 계기로 야시장을 상설화하기로 했다. 현재 오니트가 기획, 홍보, 마케팅, 디자인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 야시장 이름이 ‘밤도깨비’인 것이 독특하고 기억에 오래 남는다. 누가 지은 이름인가?

“우리가 만들었다. 브랜드명뿐 아니라 캐릭터, 로고도 디자인했다. 또 SNS 홍보와 같은 마케팅과 야시장 운영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사업체들 간의 커뮤니케이션도 맡고 있다.”

  신지희, 디자인 전문기업 대표도 변신이 필요하다  
▲ 신지희 비즈니스피플 회원이 대표로 있는 오니트가 기획 및 운영을 맡은 서울밤도깨비야시장 전경.

◆ 디자인하지 않는 것이 진짜 디자인이다

-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어보면 특정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매우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우리 회사가 확실히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고 있다. 규모가 비슷한 다른 회사들은 특정분야를 전문으로 맡는 경우가 많다.

반면 오니트는 편집디자인을 중심으로 기업이미지, 전시, 어플리케이션 등 여러 분야를 폭넓게 시도하고 있다. 또한 홍보, 마케팅도 함께 하고있다. 현재 우리회사 직원 절반은 디자이너가 아닌 기획자다.”

- 홍보, 마케팅은 디자인과 별개의 영역이 아닌가?

“넓은 관점에서 마케팅 역시 디자인이다. 디자인은 드로잉(drawing)이 아니고 상상(imagination)이다. 이제 ‘그래픽 디자인(graphic design)’은 ‘커뮤니케이션 디자인(communication design)’이라 명명되고 있다.

어떤 기업이나 행사에 대해 홍보를 진행 할 때 포스터와 팜플렛을 제작하는 것뿐 아니라, 브랜드의 아이덴티티(Identity)를 구축하는 전반적인 과정에 마케팅 과정까지 포함한다.

따라서 기획 과정에서 디자이너들과 기획자들은 함께 의견을 내고 행사운영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 디자인에 대한 철학은?

“언제나 함께 일하는 디자이너들에게 디자인질 하지 마라고 이야기한다.

디자인이 먼저 보이면 안된다는 의미다.

디자인은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작업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책을 디자인할 때 중요한 것은 사진과 글이 잘 보이게 배치하는 것이다. 장식은 부수적 요소에 불과하다.

설사 디자인이 먼저 눈에 띄더라도 그것은 오로지 그 책의 특성 때문이어야 한다. 상품의 내용, 구조와 관계 없는 것은 과감하게 버리는 것이 철학이다. 디자인은 표면을 꾸미는게 아니고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다. 

디자인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짜 디자인이다.”

- 관점이 명확한 것 같다. 원래부터 디자이너가 꿈이었나?

“어릴 때 꿈은 화가였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잘 그렸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진로를 미대로 정했다.

하지만 회화과 시험에 떨어지고 나서 화가로서 꿈을 버렸고 디자인으로 진로를 바꾸게 되었다.

80년대 당시 우리나라에서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그리 높지 않았다. 나 역시 디자인이 정확히 무엇인지 몰랐다. 단지 디자인을 전공하면 화가는 아니지만 계속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디자이너가 된 것이 훨씬 내 적성에 맞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 디자이너에서 ‘디자인 매니지먼트’로 변신

- 15년 이상을 최고경영자(CEO)로 일하고 있는데 힘들지 않나?

“CEO 자리에 있는 지인들끼리는 우스갯소리로 ‘우리는 전생에 죄가 많아 사장이 된 것이 아닐까’하고 말한다.

그만큼 힘들다. 사장의 자리가 이렇게 힘들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처음부터 하지 않았을 것이다.

‘디자인이즈’를 세울 때 내가 가장 연장자였기 때문에 회사의 뜻에 따라 대표이사가 됐다. 사장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는 채로 사장이 되었기 때문에 첫 1년간 매우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 여성 CEO이기 때문에 겪는 일들도 있었을 것 같다.

“여성이기 때문에 선입견을 지니는 사람들이 많다. 일을 맡길 때에도 대표이사가 여자라면 덜 미더워한다. 내가 남성이었다면 받지 않았을 대우를 받는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반면 여성이기 때문에 창의성, 섬세함에 대한 신뢰를 받는 경우도 있다. 예술 관련 업종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다른 업계에서 CEO가 되었다면 지금보다 더 힘들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 그렇다면, 선배로서 여성 직장인들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미리부터 성별을 의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성처럼 행동하려 애쓸 필요도 없고, 여성이기 때문에 주변에서 갖는 기대에 무작정 맞추려고 할 필요도 없다.

자신이 잘 하는 것을 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 이제 디자인 실무는 하지 않나?

“사장이 된 이후 아트 워크(art work) 작업을 직접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트디렉팅뿐 아니라 회사를 경영하는 것 또한 일종의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디자이너들이 만들어 낸 디자인을 이용해서 어떻게 부가가치를 높일 것인지를 기획하는 디자인 매니지먼트를 하고 있다.”

- 지금까지 다양한 도전을 해 왔다. 앞으로 더 해 보고 싶은 일이 있나?

“디자인을 문화콘텐츠로 확장하는 것을 좋아한다. 전시회 개최, 야시장 운영도 같은 맥락에서 시도했던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즐기는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이 디자인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문화 콘텐츠 생산 경험을 키워서 디자이너들만이 할 수 있는 리조트나 테마파크를 만들어 보고 싶다.”

대한민국 고급인재 네트워크, 비즈니스피플 www.businesspeople.co.kr

신지희 대표 프로필 보기 https://www.businesspeople.co.kr/jsbilli [커리어케어 정보기술연구소 김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