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더차지, 글로벌 차량업계 평가에서 "한국 제조사의 철강 탈탄소화 필수"

▲ 국내외 기후단체들이 모인 캠페인 협의체 '리드더차지'가 내놓은 2025 리더보그 보고서의 표지. 리드더차지는 여기에 세계 주요 차량 제조사 18곳의 지난해 공급망 실태를 평가한 결과를 담았다. <리드더차지>

[비즈니스포스트] 국제 기후단체들이 모인 캠페인 협의체에서 진행한 평가에서 한국 차량 제조사들의 탈탄소화 진행도가 매우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리드더차지’는 글로벌 차량업계의 친환경 공급망 구축 진척도와 관련해 연례 평가 결과를 담은 리더보드 보고서를 내놓고 언론에 설명하는 자리를 열었다.

리드더차지는 자동차산업 친환경 공급망 전환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국제 캠페인 협의체로 국내 환경 단체 가운데 기후솔루션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 리더보드는 세 번째 연례 보고서로 18개 주요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를 평가했다. 1584개 데이터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88개 지표를 바탕으로 기업들의 성과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각 지표에서는 기업들이 자사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기후, 환경, 인권 관련 영향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를 다뤘다.

리더보드 총점 만점은 100%로 전반적으로 차량 제조사들의 평가는 전년 대비 약 3%포인트 상승했다.

탈탄소화 정도를 평가하는 친환경 공급망 분야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곳은 볼보로 45%를 기록했다. 테슬라(40%), 메르세데스(38%), 포드(33%) 등 서방권 제조사들이 그 뒤를 이었다.

한국 제조사 현대는 19%로 10위, 기아는 12%로 12위를 기록했다.

리드더차지에 참여하고 잇는 크리스 알포드 선라이즈 프로젝트 선임 담당자는 “한국 제조사들은 그동안 점수를 꽤 많이 높여왔다”며 “하지만 동아시아권에서 일본 제조사들은 거의 진전을 이루지 못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리더보드에 따르면 토요타(5%), 혼다(4%), 닛산(12%) 등 일본 주요 제조사들은 탈탄소화 진척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제조사는 인권과 책임성 분야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아 전체 점수 평가에서도 모두 최하위권에 위치했다.

로저 스미스 스틸워치 아시아 대표도 “일본 차량 제조사들이 철강 분야에서 탈탄소화 점수를 거의 얻지 못했다는 점이 충격적이었다”며 “이는 현대와 기아 등 한국 제조사들이 단기간 내에 크게 점수를 늘린 것과 대조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기후솔루션은 국내 제조사들의 평가가 서방권 제조사들과 비교하면 한참 뒤져 있어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국내 철강업계가 전환 속도를 높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량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의 70%는 철강, 알루미늄, 이차전지 분야에서 배출돼 철강이 탈탄소화하지 못한다면 차량 제조사들은 공급망 내 감축이 어렵다.

안혜성 기후솔루션 철강팀 연구원은 “한국 철강을 향한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등이 시행을 앞두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차량 운행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뿐 아니라 철강을 사용하는 차체와 부품 제조 공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도 관세 적용 대상이 돼 현대와 기아에도 큰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안 연구원은 이어 “한국 차량 제조사들의 탈탄소화 점수는 여전히 국제 기준으로 하면 낮은 편”이라며 “철강 분야에서 탈탄소화를 빠르게 진행하지 않는다면 우리 제조사들은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