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송종민 대한전선 대표이사가 해저케이블 사업 확장을 가속화하며 국내 전선업게 1위 도약을 노린다. <연합뉴스>
12일 대한전선 안팎 취재를 종합하면 송종민 대한전선 대표이사는 충남 당진 해저케이블 2공장 등 설비투자 확대로 2027년경 LS전선과 국내 해저케이블 시장을 양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대한전선은 급증하는 해저케이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27년까지 총 9400억 원 규모의 해저케이블 생산공장 투자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투자 일정을 보면 2025년 상반기까지 당진 해저케이블 1공장 2단계(외부망) 완공을 마친 뒤 2027년에는 당진 2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회사에 따르면 1공장 2단계의 생산능력은 연간 3천 톤, 2공장 생산능력은 연 매출 기준 1조 원 이상이다.
증설 투자를 마치면 현재 포화상태에 있는 전선 공장 가동률에도 여유가 생기고, 국내외 일감 확보에 더 속도를 낼 것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현재 회사는 안마 해상풍력 프로젝트 등 해상풍력용 해저케이블 공급과 관련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획득했으며 구체적 납품 계약 조건을 협상중이다. 영광낙월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수주 후 해저케이블을 생산하고 있다.

▲ 전남 영광-낙월 해상풍력 발전소 건설 현장 모습. <연합뉴스>
송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지중 케이블 분야의 턴키 프로젝트 수주 확대와 초고압직류송전케이블(HVDC)·해저케이블 프로젝트의 가치 체인 확장으로 사업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회사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3조2820억 원, 영업이익 1146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5.4%, 영업이익은 43.6% 각각 늘었다. 이는 2021년 호반그룹 인수된 이후 최대 실적이다.
대한전선이 예전 전선 사업 위용을 되찾아가면서, 국내 전선 1위 기업인 LS전선과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 외형만 보면 LS전선이 앞선다.
LS전선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수주액 5조7073억 원으로, 대한전선 연간 수주실적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도 5조939억 원으로 역시 대한전선 매출보다 많다.
LS전선은 약 1조 원을 투자해 미국 버지니아주에 세계 최대 규모의 해저케이블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2025년 착공해 2027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전선업계를 양분하고 있는 두 회사는 ‘기술유출 논란’, ‘공동피고소송’ 등의 법적 분쟁으로 껄끄러운 사이다.
LS전선이 대한전선을 상대로 제기한 배전기기 특허침해 소송 2심 선고가 오는 19일로 예정돼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앞선 1심에서는 LS전선의 일부 승소 판결이 내려졌다. 대한전선은 해당 제품의 폐기와 LS전선에 4억9623만 원의 배상을 명령받았다.
또 기아가 화성공장 정전으로 발생한 피해 배상을 두 회사에 청구한 이른바 ‘공동피고소송’의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앞서 2심 재판부는 시공사인 LS전선의 책임을 인정 72억 원을 배상판결을 내렸으나, 자재 납품업체인 대한전선 책임은 없다고 판결했다.
1941년 설립된 대한전선은 무려 60년 동안 국내 전선업계 1위 기업으로 군림하다 2004년 설원량 전 회장이 뇌출혈로 갑자기 사망한 이후 LS전선에 왕좌를 내줬다.
대한전선은 전문 경영인 중심으로 운영됐으나, 이들이 추진한 사업다각화가 부메랑으로 돌아와 결국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에 2015년 인수됐다.
IMM PE 산하에서 부실 자산 정리와 재무구조 개선에 힘쓴 대한전선은 2021년 호반그룹에 인수됐다. 이 당시 인수를 주도한 것이 지금의 송 대표다.
송 대표는 1964년생으로 조선대 회계학과를 졸업했다. 2000년 호반건설에 입사해 재무 분야에서 주로 일했다. 그는 2023년 5월 대한전선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박도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