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강신호 대표이사 부회장의 임기 첫 해인 지난해 CJ제일제당은 주력사업인 식품사업 국내사업과 해외사업에서 엇갈린 실적을 거뒀다. 

내수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국내 식품기업들은 해외시장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다만 CJ제일제당의 해외 식품사업은 성장세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성장률은 줄어드는 추세이다.
 
강신호 CJ제일제당 내수 침체에 'K-푸드'로 뛴다, 해외 영토 확장 박차

강신호 CJ제일제당 대표이사 부회장이 올해 해외 생산거점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유럽과 호주 지역 식품사업 대형화를 본격화하며 해외식품사업의 한단계 도약을 노린다. 사진은 강신호 CJ제일제당 대표이사.


강신호 부회장은 올해 해외 생산거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유럽과 호주 등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지역 식품 사업 대형화를 본격 추진하며 주력사업의 한 단계 도약을 노리고 있다.

11일 CJ제일제당 IR 자료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본업이라 할 수 있는 식품사업 문에서 매출 11조3530억 원, 영업이익 6201억 원을 거뒀다. 그 중 국내 식품사업 매출은 5조7716억 원으로 전년보다 1.5% 줄어든 반면 해외 식품사업 매출은 5조581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6%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만 따로 놓고 보면 국내 식품사업 매출은 1% 줄었고, 해외 식품사업 매출은 7% 증가했다.

올해도 CJ제일제당이 국내 식품사업 외형을 성장시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내수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식품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하고 시장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

회사 측은 “올 상반기 내수 부진 환경이 이어져 실적 회복이 제한적일 전망이나, 하반기엔 가공 핵심제품 판매 확대와 온라인 전환 가속화 등에 힘입어 실적 개선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들의 올해 CJ제일제당 연간 실적 추정치를 보면 국내 식품 사업은 1~2%대, 해외 식품사업은 5~7%대의 전년 대비 매출 신장을 예측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해외 식품사업 매출은 2019년 3조1540억 원에서 2023년 5조3861억 원으로 4년 동안 70% 급성장했다. 

회사는 2019년 미국 냉동식품 업체 슈완스를 인수한 뒤 미국 내 5개이던 현지 생산 거점을 20개로 늘렸고, 슈완스의 물류·유통만을 활용해 북미를 중심으로 해외 식품사업 규모를 빠르게 확장했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의 해외 식품사업 매출 중 북미 매출은 4조7138억 원으로 84.5%를 차지했다. 

다만 해외 식품사업 매출이 2022년 5조1811억 원으로 처음 5조 원을 돌파한 뒤 전년 대비 성장률은 2023년 4.0%, 지난해 3.6%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에 유럽과 호주 시장에서는 여전히 높은 매출 신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CJ제일제당의 유럽과 호주 합산 연간 매출은 2023년 1천억 원을 처음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유럽에서만 연간 매출 1천억 원을 돌파했다. 유럽·호주 합산 매출의 전년대비 신장률은 2023년(1065억 원) 38%, 지난해(1498억 원) 41%를 기록했다.

강 부회장은 해외 생산능력 확장을 통한 해외 식품사업의 한 단계 도약을 노린다. 유럽 헝가리 신공장 건설을 통해 현지 중장기 글로벌 전략제품(GSP)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회사는 현재 미국에 20개, 베트남 3개, 일본 4개, 중국 4개 등의 현지 생산공장을 구축하고 있지만 유럽엔 2018년 독일 냉동식품 기업 ‘마인프로스트’를 인수하며 확보한 첫 생산기지가 전부다.

CJ제일제당의 유럽 헝가리 신공장은 축구장 16개 크기의 부지(11만 5천㎡)에 최첨단 자동화 생산라인을 갖추고 2026년 하반기부터 가동을 시작한다. ‘비비고 만두’ 생산을 시작으로 비비고 치킨 생산라인도 증설할 예정이다. 헝가리 신공장을 거점으로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등 인근 국가로 진출해 유럽 사업을 대형화하는 전략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강신호 CJ제일제당 내수 침체에 'K-푸드'로 뛴다, 해외 영토 확장 박차

▲ 호주의 한 '울워스' 매장에서 비비고 만두를 구매하고 있는 소비자의 모습. < CJ제일제당 >

강 부회장은 올해 북미에서 판매량 확대 중심 전략을 펼쳐 주요 제품의 압도적 지위를 강화할 계획을 세웠다.

CJ제일제당은 미국에서 비비고 만두와 슈완스의 피자 브랜드 ‘레드바론’으로 현지 만두·피자 시장에서 지난해 기준 각각 41%, 20.8% 점유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미국에서도 ‘북미 아시안 푸드 신공장’을 건설하며 추가적 성장 기반 마련에 나섰다. 자회사 슈완스는 지난해 미국 사우스다코타 주 수폴스에서 신공장을 착공했다.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축구장 80개 규모(57만 5천㎡)의 부지에 건설된다. 이 공장은 찐만두∙에그롤 생산라인과 폐수처리 시설, 물류센터 등을 갖춘 북미 최대 규모의 아시안 식품 제조시설로 미국 중부 생산거점 역할을 맡게 된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3분기 호주에서도 위탁생산(OEM) 시설을 확보해 현지에서 만두와 김치를 생산하고 있다. 나머지 현지 수요는 품목별로 한국과 베트남, 일본 생산거점에서 수출해 대응한다.

회사는 만두와 김치, 가공밥(P-Rice) 등 글로벌 전략제품(GSP)을 앞세워 2027년까지 호주 식품사업 매출을 연간 3천억 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CJ제일제당은 호주에서 대형 유통 채널 확장에 주력해 현재까지 호주 주요 유통채널 점포수 기준 80%에 입점하는 성과를 냈다. 2023년 5월 현지 최대 마트 체인인 ‘울워스’(Woolworths) 1천여 개 모든 매장에서 비비고 만두 판매를 시작한 데 이어 지난해 4분기 현지 마트 2위 ‘콜스’(Coles)에 입점, 올 1분기에는 4위 IGA에도 입점을 앞두고 있다.

김진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는 유럽과 호주 시장이 미국을 잇는 CJ제일제당의 새로운 거점이자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 부회장은 공채 출신으로서 CJ그룹에서 지주사 및 주요 계열사 요직을 두루 거치며 경력을 쌓아왔다. 2020년 CJ제일제당 대표이사를 역임했고 이듬해 CJ대한통운으로 자리를 옮긴 뒤 대표이사를 맡았다. 지난해 2월 CJ제일제당으로 복귀해 대표이사를 맡으며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