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미국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메타와 아마존이 계획하고 있는 인공지능 데이터서버 등 설비 투자 규모가 3200억 달러 이상으로 집계됐다. 마이크로소프트 인공지능 서버 사진.
대규모 투자의 성과가 불확실한 상황에도 지금 경쟁에서 이탈한다면 후발주자로 머무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7일 “올해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 분야에 3천억 달러(약 434조 원) 이상의 투자를 예고했다”며 “한계 없는 경쟁이 이어지는 셈”이라고 보도했다.
아마존은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에 1천억 달러(약 145조 원) 이상을 들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 4대 빅테크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800억 달러, 구글은 750억 달러, 메타는 650억 달러 넘는 금액을 데이터서버와 같은 인공지능 설비 투자에 쓰겠다고 최근 예고했다.
빅테크 업체들이 일제히 지난해보다 더 많은 투자 집행을 발표하며 총 예상 규모도 3200억 달러(약 463조 원) 안팎에 이르게 됐다. 작년 합산 금액과 비교해 약 24% 늘어나는 수치다.
지난해 4대 기업의 인공지능 투자금도 2023년 대비 63% 증가했는데 공격적 투자 경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의미다.
증권사 RBC캐피털은 이를 두고 “업계 1위를 노리고 있는 기업이라면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기는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을 전했다.
인공지능 시장에서 어떤 기업이 우위를 차지할지 아직 뚜렷하지 않은 만큼 데이터서버 등 인프라 투자를 꾸준히 늘리는 것이 유일한 경쟁 전략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결국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 대결은 투자 금액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 차례대로 이탈하고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기업이 절대강자에 등극하는 ‘치킨게임’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딥시크의 등장과 ‘인공지능 버블’ 우려도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의지를 꺾지 못하고 있다며 당분간 이런 흐름이 지속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중국에서 개발한 딥시크 인공지능 플랫폼은 빅테크 기업과 달리 막대한 투자가 없어도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며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현재 빅테크 업체들이 주도하는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경쟁이 무의미할 수도 있다는 시각을 제시한 셈이기 때문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 투자 대비 실제 사업적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전문가들과 증권사들 사이에서 꾸준히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이미 막대한 투자를 벌인 기업들이 지금 경쟁에서 이탈한다면 인공지능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남는 일은 사실상 확정적이기 때문에 쉽사리 손을 떼기 어려운 상황이다.
컨설팅업체 프레시디오는 파이낸셜타임스에 “빅테크 기업들은 투자 성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도 대규모 자금 집행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강력한 의지가 꺾이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와 동시에 주주들 사이에서 우려 섞인 시선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인공지능 이외 사업에 빅테크 업체들의 투자가 위축된 점도 불안감을 높인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