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법인세는 동결돼 기업들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지만 법인세를 올리지 않는 대신 각종 세액공제가 줄어들어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대기업의 세제혜택이 집중적으로 조정됐다. 조세감면 제도가 제기업 중심이라는 비판이 많았는데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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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5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함께 통과시킨 세법개정안은 모두 12개다. 이 가운데 법인세 인상안은 포함되지 않았으나 기업 세제혜택을 축소하는 법안들이 여럿 통과됐다.
대기업의 연구개발비 세액공제율 조정이 대표적이다.
현재 대기업은 연구개발비 지출에 대해 당기분 혹은 증가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당기분은 지출액의 2%를 기본공제 받고 매출에서 차지하는 연구개발비 비중에 따라 추가로 1%를 더 공제받는 방식이고 증가분은 전년 대비 지출액 증가액의 40%를 공제받는 방식이다.
하지만 당기분 세액공제의 기본공제를 2%에서 1%로 축소하고 추가공제를 2%로 변경했다. 이전까지 연구개발비 비중이 매출의 2%만 차지해도 최대 공제혜택 3%를 받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같은 공제혜택을 받으려면 연구개발비 비중이 4%까지 커져야 한다.
증가분 공제 역시 지출액 증가액의 40%를 공제하는 데에서 30%로 줄었다.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제율은 각각 40%와 50%로 변동이 없었는데 대기업 공제율만 하향조정됐다. 대기업이 매출 대비 낮은 투자율로 세액공제 혜택을 누린다는 지적이 나온데 따른 것이다.
연구개발비 세액공제는 소득공제가 아닌 세액공제라 혜택이 작지 않았다. 대기업 법인세 실효세율에 미치는 영향도 그만큼 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3분기까지 연구개발비 비중이 7%로 당기분 세액공제율이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현대자동차의 경우 3분기까지 연구개발비 1조5250억 원, 연구개발비 비중 2.2%다. 이전대로 당기분 세액공제를 단순 적용하면 3% 공제를 받아 450여억 원의 세금을 아낄 수 있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공제액은 330여억 원에 그친다.
올해 대기업의 연구개발비 세액공제액은 7700억 원이었는데 개정안이 적용될 경우 1천억~2천억 원 정도 공제액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신성장기술 사업화시설 투자세액공제율도 조정됐다.
당초 정부의 세법 개정안은 기업이 신성장기술을 사업화할 때 들어가는 투자비용을 놓고 대기업은 7%, 중견기업은 8%, 중소기업은 10%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국회를 통과하면서 공제율은 대기업 5%, 중견기업 7%로 낮아졌다. 다만 중소기업은 10%로 유지됐다.
정부가 내년 도입하기로 한 영상콘텐츠 제작비용 세액공제 역시 대기업 혜택이 줄어들었다.
영화·드라마 등 투자금액에 대해 중소기업은 10%, 중견기업은 7%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만 대기업은 3%에 그친다. 정부안은 대기업도 중견기업과 동일하게 7% 공제율이 적용받도록 했으나 최종 개정안은 중견기업보다 공제율이 축소됐다.
박근혜 정부에서 한시적으로 도입된 기업환류세제도 수정됐다. 기업소득환류세제는 기업들이 투자, 배당, 임금에 일정 수준 이상 지출하지 않으면 법인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제도지만 투자나 임금보다 배당만 늘렸다는 비판이 많았다
개정안은 투자와 임금, 배당 가중치를 1:1:1에서 1:1.5:0.5로 조정했다. 배당에 지출한 비용은 절반만 인정하고 임금으로 지출한 비용은 50% 더 많이 인정해 주겠다는 의미다. 당초 정부는 배당 가중치를 0.8로 설계했으나 국회 심사에서 0.5로 가중치가 더 떨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