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없는 숫자 동남아에 있다' 김상현 롯데쇼핑, 해외에 무게중심 두다](https://admin.businesspost.co.kr/news/photo/202410/20241011114646_130929.jpg)
▲ 롯데쇼핑이 사업의 무게중심을 해외 쪽으로 옮기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HQ(헤드쿼터)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이 2024년 10월11일 서울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호텔 서울에서 '롯데쇼핑 CEO IR데이'를 진행하는 모습. <롯데쇼핑>
롯데쇼핑이 이런 성과를 해외 백화점사업에서 달성했다. 롯데쇼핑의 해외 할인점사업의 영업이익이 국내 할인점사업의 영업이익을 앞질렀다.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HQ(헤드쿼터)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은 조만간 동남아시아에서 사업 기회를 넓힐 새 조직을 구성하는데 이를 통해 실적 닻 하나를 해외에도 내릴 것으로 보인다.
7일 롯데그룹 유통군에 따르면 상반기 안에 동남아시아 사업을 총괄할 조직 인터내셔널헤드쿼터(iHQ) 구성을 마무리한다.
롯데쇼핑은 싱가포르홀딩스를 인터내셔널헤드쿼터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싱가포르홀딩스는 롯데쇼핑의 100% 자회사이자 중간지주회사로 베트남법인 롯데베트남쇼핑과 롯데쇼핑플라자베트남, 인도네시아법인 롯데쇼핑인도네시아와 롯데마트인도네시아 등을 보유하고 있는 특수목적법인(SPC)이다.
롯데쇼핑은 인터내셔날헤드쿼터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면 이와 관련한 인력이 필요할 만큼 싱가포르 현지에 파견할 인력을 뽑고 조직을 구성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내셔널헤드쿼터는 조직도상 김상현 부회장이 이끄는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 총괄 조직인 롯데쇼핑 산하 유통군HQ의 지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은 자연스럽게 유통군HQ 총괄대표로서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의 글로벌 사업과 관련한 전략을 아우르게 된다.
롯데쇼핑이 인터내셔널헤드쿼터의 닻을 올리게 되면 회사의 글로벌 사업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은 현재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나라 2곳에서 주력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복합쇼핑몰과 할인점을, 인도네시아에서는 할인점을 위주로 한다. 하지만 인터내셔널헤드쿼터가 출범하면 동남아시아의 더 많은 나라로 진출할 가능성도 열리게 된다는 것이 롯데그룹 유통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롯데그룹 유통군은 지난해 8월 롯데마트와 롯데슈퍼의 자체브랜드인 ‘오늘좋은’과 ‘요리하다’를 싱가포르 최대 유통기업인 페어프라이스에 공급하고 판매하기로 하는 내용으로 업무협약을 맺었다. 페이프라이스 현지 매장에 숍인숍 형태로 입점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는데 인터내셔널헤드쿼터 출범을 계기로 협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에서는 기존 백화점 매장이 위치한 하노이와 호찌민 이외에도 성장성이 높은 주요 도시 출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며 할인점 역시 동남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자체브랜드 제품 수출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회장은 롯데쇼핑의 해외사업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그는 1월 내부 인트라넷에 올린 CEO레터에서 올해 성장전략을 제시하면서 그 가운데 하나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시장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사업 확대’를 꼽았다.
지난해 10월에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기업설명회 CEO IR데이에서 ‘고객의 첫 번째 쇼핑 목적지’라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6대 핵심전략 가운데 하나로 ‘동남아 프리미엄 쇼핑 1번지 도약’을 제시했다. 김 부회장이 롯데쇼핑의 기업가치를 올릴 핵심 열쇠 가운데 하나로 해외사업에 시선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들인데 여기에는 그만한 배경이 있다.
!['국내에 없는 숫자 동남아에 있다' 김상현 롯데쇼핑, 해외에 무게중심 두다](https://admin.businesspost.co.kr/news/photo/202309/20230921030940_76964.jpg)
▲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HQ(헤드쿼터)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이 2023년 9월20일 베트남 하노이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초대형 복합 상업단지인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를 베트남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롯데쇼핑은 지난해 해외 할인점사업에서 영업이익 478억 원을 냈다. 국내 할인점사업과 슈퍼사업에서 낸 합산 영업이익 465억 원을 따돌렸다. 국내 할인점·슈퍼사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에 통상임금 관련 일회성 비용 222억 원을 반영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해외사업 성과의 의미를 축소하긴 어렵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국내 할인점·슈퍼사업이 롯데쇼핑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8%, 10%. 해외 할인점사업은 매출 구성비 11%에 불과하지만 국내 할인점·슈퍼사업보다 오히려 더 많은 돈을 번 셈이다.
성장성은 말할 것도 없다. 롯데쇼핑의 백화점과 할인점사업부의 동남아시아 성장률은 눈에 띌 정도로 높다. 롯데쇼핑 해외 백화점사업의 지난해 매출 성장률은 43.7%. 국내 백화점사업 매출이 1.6% 후퇴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극명하게 명암이 갈렸다. 해외 할인점사업의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률은 각각 3.0%, 19.6%였는데 이 역시 국내 할인점·슈퍼사업의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률인 –3.8%, -36.2%를 크게 상회한다.
롯데쇼핑이 해외사업에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는 국내 유일한 유통기업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초부터 분기별 실적발표 자료에서 국내외 해외사업을 본격적으로 분리해 발표하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백화점사업부와 할인점사업부의 실적을 통째로 설명하면서 각각 국내와 해외 실적을 밝혔다면 지난해 2월부터는 ‘국내백화점’, ‘국내 마트&슈퍼’와 ‘해외백화점·마트’ 등으로 구분해 발표했다. 현재는 이를 ‘해외백화점’, ‘해외할인점’으로 더 세분화했다.
국내 유통기업 가운데 해외사업 성과를 별도로 분리해 공개한 회사는 롯데쇼핑이 처음인데 그만큼 김 부회장이 해외사업과 관련한 성과에 자신감을 갖고 있고, 육성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