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현대자동차의 실적은 중국판매를 늘리느냐에, 기아차의 실적은 국내공장 수출량을 방어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문용권 KTB 연구원은 5일 “현대차의 중국공장 생산량이 줄어든다면 신흥국 생산회복만으로 전체 생산감소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내년부터 고소득층 중국소비자가 차량을 교체할 시기인데 차량교체 수요를 얼마나 잡느냐에 따라 중국실적이 달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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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2015년 말 기준으로 중국에 등록된 승용차 가운데 사용기간이 4년 이상인 차량은 47%에 이르렀다. 차량교체 주기가 통상 5~10년인 점을 감안하면 중국 승용차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2009년과 2010년에 차를 구매한 중국소비자가 내년에 차량을 교체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 시기에 중국 승용차시장을 견인했던 수요층은 중국에서도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하이, 베이징 등 남부와 북부지역 소비자다.
문 연구원은 “중국의 고소득층 소비자가 내년에 배기가스량1.6L 이상인 중형차 또는 고급차량 구매를 고려할 것”이라며 “중국정부가 내년에 배기가스량 1.6L이하 차량에 대한 취득세를 소폭인하하거나 종료한다면 중형차 또는 고급차 판매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아프리카와 중동지역 경제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는 점도 현대차의 내년 실적에 보탬이 될 수 있다.
문 연구원은 “올해 현대차의 수출부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이 바로 아프리카와 중동 수출부진”이라며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합의로 유가상승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의 경제회복에 따른 현대차의 수출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수출국기구는 11월30일 석유생산량을 줄이기로 합의했다. 석유생산이 줄어 국제유가가 높아지면 현대차는 아프리카와 중동수출에 힘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현대차는 10월 아프리카와 중동지역 수출이 지난해 10월보다 2.8% 늘어났는데 이는 15개월 만에 성장세로 돌아선 것이다.
KTB투자증권은 현대차가 내년에 매출 97조8650억 원, 영업이익 5조8710억 원을 낼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 실적전망치보다 매출은 2.9%, 영업이익은 2.5% 늘어나는 것이다.
기아차의 내년 실적은 국내공장의 수출축소 방어에 달려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문 연구원은 “기아차의 내년 실적은 멕시코공장 생산확대에 따른 국내공장 수출축소를 막을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며 “기아차가 기존차보다 내년에 출시될 니로와 CK를 국내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수출 회복을 기대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아차는 올해 5월부터 미국수출용 K3를 멕시코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멕시코로 옮겨간 K3생산 물량이 국내 수출량의 11~14%를 차지하는 핵심모델인 데 따라 기아차 국내공장의 미국수출 물량이 줄어들게 됐다.
기아차가 국내공장의 미국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K3를 제외한 나머지 모델 생산을 늘려야 한다. 그러나 K5와 쏘렌토는 미국의 조지아공장에서 생산되고 있고 K2는 내년부터 멕시코공장에서 생산된다. 남아있는 미국수출용 차량인 스포티지와 쏘울, 카니발은 신차효과가 떨어지고 있다.
기아차는내년 상반기에 니로 하이브리드차를 미국에 출시하고 하반기에 CK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를 출시하기로 했다.
KTB투자증권은 기아차가 내년에 매출 53조8310억 원, 영업이익 2조4550억 원을 낼 것으로 봤다. 올해 실적예상치보다 매출은 4.6%, 영업이익은 0.9% 줄어드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