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박상신 DL이앤씨 대표이사가 지난해 거둔 성과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올해 영업이익 목표를 세웠다. 주택부문이 수익성 개선 기조를 갖추면서 수년 동안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영업이익을 큰 폭으로 반등시키겠다는 것이다.

박 대표가 과거 대림산업 건설사업부 대표이사로 회사 최대 영업이익 성과를 낸 만큼 사실상 복귀 원년인 올해 ‘검증된 리더’로서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DL이앤씨 수익성 후퇴에도 목표 2배 높여, 박상신 '매직 재현' 이유있는 자신감

박상신 DL이앤씨 대표이사.


7일 DL이앤씨와 증권업계 안팎에 따르면 올해 DL이앤씨가 내놓은 경영목표를 보면 박 대표가 기존 예상보다 자신감을 보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DL이앤씨는 올해 연결기준 매출 목표 7조8천억 원, 영업이익 목표 5200억 원을 제시했다. 회사별로보면 DL이앤씨가 4200억, DL건설이 1천억 원이다.

특히 올해 DL이앤씨 영업이익 목표는 지난해 초 세웠던 수치와 같다. DL이앤씨는 지난해에도 첫 영업이익 목표로 DL이앤씨 4100억 원, DL건설 1100억 원을 합쳐 5200억 원을 설정했다.

다만 자세히 뜯어보면 올해 DL이앤씨의 수익성 눈높이가 크게 올라선 것으로 분석된다.

연간 계획에 따르면 올해 DL이앤씨 영업이익률 목표치는 6.7%로 지난해 목표였던 5.8%보다 1%포인트 가까이 높다.

전년도 실적과 비교해보면 올해 목표는 지난해 잠정실적 기준 영업이익 2709억 원보다 92% 증가하는 것이다. 2023년 3307억 원에 이어 지난해 영업이익이 악화했지만 오히려 목표는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높여 잡았다.

박 대표는 올해 들어 DL이앤씨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지만 좋은 실적을 내겠다는 의지를 비친 바 있다.

박 대표는 신년사에서 “올해 국내 경기침체와 시장의 불확실성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건설시장 불황 여파도 심화할 것”이라면서도 “위기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겠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모든 경영목표를 2024년 실적 대비 상향해 설정했다”고 말했다. 이 자신감이 이번 경영목표에서 수치도 나타난 셈이다.

증권업계에서는 DL이앤씨의 경영목표를 두고 긍정적 시각이 많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DL이앤씨 보고서를 내놓은 증권사 13곳 가운데 9곳이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DL이앤씨는 영업이익 목표를 제시하면서 올해 드디어 원가율 부진의 늪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각오를 밝혔다”며 “시클리컬(경기민감주) 기업이 실적의 바닥을 벗어나기 시작하면 일정 기간 방향성이 명확하다”고 내다봤다.

박상신 대표의 자신감에는 주택부문에서 확인한 수익성 개선세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DL이앤씨는 지난해 4분기 별도기준으로 주택부문에서 원가율 85.9%를 기록했다.

2023년 연간 91.9%에서 지난해 1분기와 2분기 93.0%까지 높아졌던 원가율을 3분기 92.3%를 지나 큰 폭으로 낮춘 것이다.

지난해 DL이앤씨 영업이익이 주택부문 원가율 변화와 흐름을 함께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주택부문 원가율이 낮아질수록 영업이익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법인을 포함한 DL이앤씨 별도 영업이익은 지난해 1, 2분기 각각 400억 원대에서 주택부문 원가율 개선 시점인 3분기와 4분기에는 730억 원과 948억 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DL이앤씨는 2021~2022년 원가율이 높은 현장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연초 60%가량에서 연말 30%대 중반까지 축소되는 반면 선별수주와 도급증액 효과 등이 반영된 2024년 이후 수주 및 착공물량 비중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신동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DL이앤씨는 주택부문 매출총이익률(GPM)이 빠르게 회복 기조에 들어선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며 “올해 영업이익 목표 달성 가능성은 지난해와 비교해 매우 높아졌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DL이앤씨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영업이익 감소세를 피하지 못한 상황에서 박 대표가 전신인 대림산업 건설사업부에서 보였던 성과를 다시 재현해 높아진 목표를 계획대로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 대표는 과거 DL이앤씨의 전신인 대림산업 건설사업부 수장으로 대림산업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견인했다.

박 대표는 2018년 3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대림산업 건설사업부 대표이사를 지냈고 이 기간 대림산업은 건설사업부 주택부문 호조에 힘입어 2년 연속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경신했다.

당시 대림산업 건설사업부 주택부문 영업이익을 보면 2017년 6685억 원에서 박 대표가 취임한 2018년 7791억 원, 2019년에는 8275억 원으로 늘어났다.

대림산업 전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18년 8454억 원, 2019년 1조1301억 원을 거뒀다. 2년 연속 최대 기록을 쓰면서 2019년에는 역대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선 것이다.
 
DL이앤씨 수익성 후퇴에도 목표 2배 높여, 박상신 '매직 재현' 이유있는 자신감

▲ 박 대표가 대림산업 건설사업부 대표이사 시절인 2018년 12월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KOSHA18001' 인증서 수여식에 참석한 모습. <대림산업>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대림산업 건설사업부 주택부문 매출은 6조8545억 원, 6조3949억 원, 5조3818억 원을 기록했다. 외형은 후퇴했지만 영업이익률을 크게 끌어올린 것이다. 최근 DL이앤씨가 세운 경영목표와 같은 흐름이다.

박 대표는 현재 건설업계에서 핵심으로 꼽히는 원가 관리 능력을 증명하기도 했다. 대림산업 건설사업부 주택부문 원가율은 2017년 88.2%에서 2018년 85.8%를 거쳐 2019년 81.8%까지 낮아졌다.

다만 올해 영업이익 목표 수준이 절대적으로 높은 데다 이미 지난해에도 한 차례 영업이익 목표를 높게 설정한 뒤 이를 수정한 경험이 있는 만큼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DL이앤씨는 지난해 8월 연결기준으로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 935억 원에 그쳤다는 잠정실적을 발표하면서 연간 영업이익 목표를 기존 5200억 원에서 2900억 원으로 변경했다. 회사별로 보면 DL이앤씨가 4100억 원에서 2900억 원으로, DL건설이 1100억 원에서 손익분기점(BEP)으로 하향 조정했다.

당시 DL이앤씨는 주택사업 업황 부진이 장기화하는 점, 자회사 DL건설에서 지난해 2분기 일부 현장들의 원가율 조정 및 대손 반영을 실시한 점 등을 고려해 연간 목표를 낮춰 잡은 것으로 파악된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DL이앤씨의 올해 경영계획 가운데 영업이익은 현재 시장기대치보다 38% 높은 다소 공격적 수치”라며 “특히 DL이앤씨가 바라보는 주택부문 수익성이 다른 경쟁사와 비교해 크게 우수한 만큼 이를 달성하는지 여부가 매분기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철저한 리스크 관리 및 탄탄한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수익성이 담보된 양질의 신규수주를 이어가면서 2025년에도 점진적 실적 개선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