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화솔루션이 2020년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가 통합해 출범한 뒤 처음으로 지난해 영업 적자를 봤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은 미국에서 힘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태양광 사업에 더해 초고압케이블 소재를 통해 올해 실적 반전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한화솔루션 첫 연간 영업손실, 김동관 힘 받는 태양광에 케이블 소재 더해 반등 노린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한화솔루션은 6일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12조3940억 원, 영업손실 3002억 원을 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2022년 12조9322억 원, 2023년 13조785억 원 등과 비교하면 크게 후퇴하지 않았다. 하지만 2022년과 2023년 영업이익 9225억 원, 5792억 원을 냈으나 지난해는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한화솔루션은 2020년에 기존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등 한화그룹 내 계열사를 통합해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을 본 것이다.

한화솔루션의 출범 뒤 첫 연간 적자는 핵심사업인 태양광과 케미칼 양축이 모두 흔들린 데 따른 결과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신재생에너지(태양광) 부문에서 5조7658억 원, 케미칼 부문에서 4조8172억 원의 매출을 거뒀으나 각 부문에서 2575억 원, 1213억 원의 영업손실이 났다.

한화솔루션이 역대 최고 실적을 냈던 2022년에는 케미칼 부문에서만 59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데 더해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도 3686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2023년에는 업계 전반의 불황으로 케미칼 부문의 영업이익이 607억 원으로 크게 줄었으나 신재생에너지 부문이 역대 최고 수준인 5398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전체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책임졌다.

김 부회장으로서는 태양광 사업의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 영업 여건이 유리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큰 상황인 만큼 올해 실적 회복과 관련한 부담은 한결 가벼울 수 있다.

한화솔루션은 미국에 직접 생산 공장을 짓는 등 미국 시장 공략에 공을 들여왔으나 그동안 중국산 저가 태양광 제품에 고전해 왔다.

하지만 1월에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에너지 정책에서 태양광에 긍정적 태도를 보이는 데 더해 무역 정책에서 중국 견제를 추진하면서 한화솔루션의 경쟁력 및 시장가격 상승 등이 기대된다.

김 부회장은 지난 1월 트럼트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으며 귀빈(VIP)들만 참석하는 부대행사에도 함께해 시장에선 한화그룹의 미국 사업을 향한 기대감을 높아지기도 했다.

백영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태양광모듈 시장 전망을 놓고 “현재 미국 내 태양광모듈 재고는 20~30GW(기가와트)로 추정되는 데 관세에 따른 수입 물량 감소를 고려하면 하반기에는 수급이 매우 빡빡해질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 내 태양광 모듈의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한화솔루션 첫 연간 영업손실, 김동관 힘 받는 태양광에 케이블 소재 더해 반등 노린다

▲ 한화솔루션은 올해 주력 제품인 가성소다의 연간 생산량을 기존 85만 톤에서 올해 111만 톤으로 늘린다.


김 부회장은 한동안 전반적 업황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케미칼에서는 한화솔루션이 경쟁력을 갖춘 특화 제품으로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솔루션은 주력 제품인 가성소다를 놓고 생산설비 증설을 마무리해 올해 연간 생산량이 기존 85만 톤에서 111만 톤으로 확대가 예정돼 있다.

가성소다는 반도체, 배터리 양극제와 같은 첨단산업에서 섬유, 비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산업 영역에서 널리 쓰인다. 대다수 범용 소재의 가격이 크게 떨어져 있는 가운데 가성소다 가격은 지난해 11월에는 톤당 475달러로 1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을 정도로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올해 가성소다 관련 시장 전망을 놓고 “하반기 들어 전기차 관련 산업군에서의 수요 증가로 점진적 수급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케미칼 부문에서 ‘초고압케이블 소재’라는 새로운 승부수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12월 케미칼 부문의 폴리올레핀(PO) 사업부에서 조직을 분리해 W&C(와이어&케이블) 사업부를 신설했고 올해 1월에는 사업 부문으로 격상시켰다.

W&C 사업부문은 최초로 국산화에 성공한 400kV(킬로볼트)급 케이블용 및 해저케이블용 가교폴리에틸렌(XLPE)이 주력 제품이다.

세계적으로 인공지능 확산, 산업의 전기화 등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와 이에 따른 전력망 증설을 겨냥한 대응으로 읽힌다.

W&C 사업부문장으로는 카를로 스칼라타 전 프리스미안 최고사업책임자(CCO)를 영입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기업인 프리스미안은 세계 최대 규모의 케이블 제조업체로 꼽힌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