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맥스 'K-자외선 차단제' 투자, '철옹성' 한국콜마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사이에 자외선 차단제 시장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챗GPT를 통해 생성한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대표 화장품 제조자설계생산(ODM) 기업 코스맥스가 올해 자외선 차단제 시장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며 한국콜마와의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다만 코스맥스가 단기간 내에 한국콜마의 독보적인 입지를 뛰어넘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코스맥스는 올해 자외선 차단 제품의 생산량을 3배로 늘리겠다고 선언하며 정면 승부를 예고했으나 한국콜마는 이미 국내 ODM 업계에서 자외선 차단제 시장을 주도하며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상태. 증권가에서는 국내 유통되는 자외선 차단제의 70% 이상이 한국콜마 제품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6일 유통업계에서는 K뷰티 열풍과 함께 국내 화장품 수출이 증가하면서 자외선 차단제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특히 주요 수출 국가인 미국에서 이러한 흐름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피부암 예방을 위해 선크림 사용을 적극 권장하면서 자외선 차단 제품이 필수재로 자리 잡았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리포트링커에 따르면 자외선 차단제 시장 규모는 2028년 134억 달러(약 18조8500억 원)에 이르며 2022년부터 2028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8.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국내 ODM 업계의 양대 강자인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모두 자외선 차단제 생산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국내 ODM 기업 가운데 자외선 차단제 부문에서 독보적인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콜마에서 제조한 다수의 제품이 미국 아마존에서 상위 랭크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마존 톱10에 자리하는 다수의 자외선 차단 제품을 한국콜마가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자외선 차단 성분을 수분층과 오일층에 이중으로 안정화시키는 ‘피팅 SPF 부스팅’기술이 적용된 ‘조선미녀 맑은쌀 선크림’은 아마존 블랙프라이데이 자외선차단제부문 1위에 오른 바 있다.

지난해 3분기에는 한국콜마의 자외선 차단제 수출 수요가 급증하며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실제 3분기 매출의 30% 이상이 자외선 차단제 제품군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콜마는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6265억 원, 영업이익 545억 원을 기록했다. 2023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21%, 영업이익은 76% 증가한 수치다.

코스맥스도 한국콜마를 추격하며 자외선 차단제 시장 경쟁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코스맥스 화성공장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일반의약품(OTC) 제조시설과 품질관리 시스템에 대한 적합 승인을 획득했다. 자외선 차단제는 미국에서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기에 해당 승인을 받아야만 미국 내 유통 및 판매가 가능하다.

북미 법인인 코스맥스USA의 뉴저지 공장 또한 동일한 승인을 유지하고 있어 두 공장에서 모두 OTC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코스맥스는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생산을 유연하게 조정해나간다는 방침을 세워둔 상태다.
 
코스맥스 'K-자외선 차단제' 투자, '철옹성' 한국콜마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 한국콜마는 2022년 업계 최초로 자외선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유브이테크이노베이션 연구소’를 신설하며 관련 기술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유브이테크이노베이션 연구소. <한국콜마>


코스맥스 관계자는 “미국 법인 및 한국 본사 간 유기적 협업 체계를 갖추고 OTC 전담 조직 설립 및 제형 다양화를 통해 증가하는 고객사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며 “고객사가 국내 혹은 미국 현지 생산을 원하는 경우 수요에 맞춰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맥스는 이를 발판으로 올해 자외선 차단제 생산 품목을 3배 이상 키우는 등 글로벌 자외선 차단제 시장 공략을 강화해나간다. 코스맥스에 따르면 올해 OTC 자외선 차단제 시장에 진출하는 고객사가 지난해보다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생산능력 확대뿐만 아니라 제품의 다양성 강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자체 경쟁력을 높이고 다양한 제품군을 통해 고객층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코스맥스는 미국 MZ세대 소비자 수요에 맞춰 OTC 제품 제형을 크림뿐 아니라 세럼, 미스트, 쿠션, 립밤 등으로 확장하며 ‘선케어의 일상화’ 트렌드에 발맞추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한국콜마가 자외선 차단제 시장의 ‘선두주자’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어 점유율을 빼앗아 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미국 화장품 시장에서 한국콜마의 영향력은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콜마는 2013년 업계 최초로 미국 FDA의 일반의약품 인증을 획득하며 미국 자외선 차단제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출해 입지를 다져왔다. 실제 한국콜마가 보유한 자외선 차단제 관련 특허만 50여 개에 달한다. 

한국콜마는 올해 상반기 미국 2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다. 해당 공장에서는 기초 스킨케어와 자외선 차단 제품을 생산한다. 이에 자외선 차단제 생산량은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현지 생산을 통해 최근 부각되고 있는 관세 부담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콜마가 강점을 보유한 기초 및 자외선 차단 제품을 생산할 미국2공장이 올해 상반기 가동될 예정”이라며 “미국2공장이 한국 세종 공장 수준의 자동화 시스템으로 설계된 점, 한국 브랜드사의 미국 수출 확대 기조,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 한국 브랜드사의 미국2공장 수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연간 미국 사업의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과거 로레알이나 에스티로더 등 글로벌 기업 위주로 형성됐던 미국시장에서 최근 국내 기업의 판매 경로가 확대되고 있다”며 “현지 생산을 확대함으로써 국내 고객사들의 미국 진출 기회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