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 올해 적자 5조 볼 수도, 수율 개선 더디고 공급처 없고 분사론 또 고개

▲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적자 규모가 갈수록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구원투수로 투입된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한 사장은 투자 속도조절과 수율(완성품 비율) 개선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올해도 파운드리 사업부는 적자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할 필요가 있다는 일각의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6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올해 5조 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폭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사업부는 2024년 약 5조1800억 원의 영업손실 기록했다. 파운드리사업부 실적만 따로 집계되지는 않지만, 약 4조 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증권가는 추정했다. 이는 2023년 약 2조 원의 영업손실에 비해 배로 늘어난 것이다.

올해 파운드리 사업부 영업환경은 지난해보다 더 좋지 않다.

예상과 달리 삼성전자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2500이 갤럭시S25 시리즈에 들어가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당초 엑시노스2500은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설계해 파운드리 사업부가 3나노 공정으로 생산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수율 부족과 성능 개선 지연으로 결국 탑재가 이뤄지지 못했다.

신석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삼성전자 파운드리/시스템LSI사업부 영업손실은 2조6450억 원, 2025년 전체 영업손실은 6조2410억 원에 이를 것”이라며 “파운드리 가동률 상승과 수율 안정화에 따른 적자 축소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올해 들어가야 할 파운드리 설비투자액은 약 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 가동 시점을 2024년 말에서 2026년으로 연기하고, 지난해보다 투자 예정액을 대폭 줄이는 등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있지만, 공정 개선을 위한 투자를 지연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반도체지원법에 따른 47억4500만 달러(약 6조9천억 원)의 보조금도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며 지급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정기 인사를 통해 파운드리 사업부를 이끌게 된 한진만 사장은 우선 3나노 공정의 수율 안정화를 바탕으로 하반기 갤럭시Z폴드·플립7 시리즈에 들어갈 엑시노스를 생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예정대로 엑시노스2500을 생산한다면 하반기엔 적자 폭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나노 파운드리 공정의 대형 고객사 확보도 한 사장의 시급한 과제다.

현재 삼성전자는 대만 TSMC와 2나노 고객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엔비디아와 퀄컴 등이 일부 물량을 TSMC 외 삼성전자 등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주문생산 위탁사 입장에선 TSMC의 가격 인상,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공급망을 다각화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사장은 2022년 말부터 2024년 DS부문 미주총괄(DSA)을 맡으면서 미국 빅테크 기업들과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한 만큼, 대형 파운드리 수주를 이끌어낼 최적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올해 적자 5조 볼 수도, 수율 개선 더디고 공급처 없고 분사론 또 고개

▲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고객사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파운드리사업부를 분사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프소트>

다만 일각에서는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려면 결국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빅테크 등 대형 고객사 입장에서는 삼성전자에 반도체 파운드리를 맡길 때 기술 유출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인텔도 지난해 말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하기로 결정했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위원장)는 “삼성은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이미 3위 사업자이고, 이대로 가면 파운드리도 TSMC뿐만 아니라 인텔에도 밀려 3위 사업자가 될 수 있다”며 “독립된 회사로 분사하고, 각 회사마다 세계 최고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전략적 의사결정이 가능해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운드리를 분사해 ‘KSMC(Korea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와 같은 공기업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첨단 공정만 떼어내 KSMC로 독립하는 것이 삼성전자 부담을 완화하고, 시장 경쟁력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이라며 “국가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사기업보다 쉽고, 기술 유출 걱정도 덜 수 있어 고객사 확보에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지금은 분사를 추진할 시점이 아니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수조 원의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분사가 이뤄진다면 사실상 독자적 운영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일단 흑자 전환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다음 분사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파운드리의 성장 가능성, 메모리반도체와 시너지 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원칙적으로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부를 따로 떼어내는 것이 맞다”며 “하지만 당장은 힘들 뿐만 아니라, AI 반도체 수요가 늘수록 메모리보다 파운드리가 중요해질 가능성이 큰 만큼, 다각도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