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올해 자본시장은 국내 정치 상황과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라 그 어느 해보다 불확실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자본시장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자본시장연구원은 올해 시장 전망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비즈니스포스트가 직접 그들에게 거시경제와 자본시장 전반, 증권과 자산운용업 전망을 들어봤다.

-글 싣는 순서
① 장보성 거시금융실장 “경기 큰 온도차, 올해 한·미 금리 간격 더 벌어질듯”
② 강소현 자본시장실장 “주식시장은 ‘글쎄’, 채권시장은 ‘활짝’” 
③ 이석훈 금융산업실장 “증권산업 부익부 빈익빈 더 심화한다”
④ 권민경 펀드연금실장 “공모펀드 상장시대, 성장성 날개 달린다”

 
[자본연에 듣는다①] 거시금융실장 장보성 "경기 큰 온도차, 올해 한·미 금리 간격 더 벌어질 듯"

▲ 장보성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장이 4일 서울 여의도 자본시장연구원 10층 회의실에서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한국과 미국의 비동조화.”

장보성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장의 2025년 국내외 거시경제 전망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4일 서울 여의도 자본시장연구원에서 만난 장 실장은 2025년 거시경제의 두 축인 ‘경기’와 ‘물가’ 모두 한국과 미국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며 한국은 경기, 미국은 물가 중심의 통화정책을 펼칠 것으로 내다봤다.

장 실장은 “미국은 서비스업 중심의 탄탄한 고용시장이 가계의 소득 여건을 뒷받침해 민간소비 확대가 예상된다”며 “기업 측면에서도 트럼프 정부에서 인공지능(AI)과 에너지 투자가 늘면서 미국의 성장세를 이끌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한국은 수출 둔화 흐름과 함께 경기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바라봤다. 미국 무역정책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의 투자 불확실성이 커지고 소비 심리도 위축돼 민간소비나 설비투자가 정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미국경제는 올해 잠재성장률을 넘어서는 성장, 한국경제는 잠재성장률에 못 미치는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됐다.

장 실장은 “현재 한국과 미국의 잠재성장률은 2% 내외로 비슷한 수준인데 미국은 올해 잠재성장률을 크게 넘어서는 2.5% 성장, 한국은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1.6%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물가도 미국과 한국이 엇갈린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은 주택과 서비스 물가의 하방 경직성으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를 넘어서는 물가 수준을 보이고 한국은 수요 압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2.0% 수준의 안정적 물가 흐름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한국과 미국의 비동조화 흐름은 양국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쳐 기준금리 인하 속도 차별화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장 실장은 올해 한국은행과 연준이 기준금리를 각각 0.75%포인트와 0.25%포인트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장 실장 전망이 맞다면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현재 1.5%포인트에서 2.00%포인트로 확대된다.

이는 최근 큰 이슈가 되고 있는 환율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더 높은 금리를 좇는 자금이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빠져나가며 달러 수요 확대로 이어져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 실장은 경기 부진을 그대로 둘 경우 환율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경기 부진이 심화하면 오히려 자본 유출이 가속화해 환율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연에 듣는다①] 거시금융실장 장보성 "경기 큰 온도차, 올해 한·미 금리 간격 더 벌어질 듯"

▲ 2025년 국내 성장률 전망. 장 실장은 2025년 국내 경기가 상반기 1.0% 하반기 2.3% 성장해 2025년 전체 성장률은 1.6%에 그칠 것으로 바라봤다. <자본시장연구원>

그는 “환율이 한미 기준금리 차이에 반응하는 부분도 있지만 경기에 반응하는 부분도 있다”며 “한 나라의 경기가 계속 좋지 않으면 부정적 시선이 늘면서 자본을 회수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이는 환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말 원/달러 환율 전망치로는 1300원 후반대를 제시했다. 전반적으로 상고하저 흐름을 보여 하반기에는 원/달러 환율이 다소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장 실장은 “환율은 국내적 불확실성 요인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 이후 점진적으로 하향 안정화할 것”이라며 “하반기 세계국채지수(WGBI) 추종자금 유입도 원/달러 환율을 낮추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거시경제의 최대 변수로 자리잡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을 놓고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지만 1기 때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바라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 보편관세가 사실상 쉽지 않은 상황에서 1기 때와 비슷한 선택을 하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장 실장은 “트럼프가 들고 나온 보편관세는 법적 분쟁 소지가 상당히 크고 미국 의회에서 다뤄야 하는 사안이라 사실상 실행을 상상하기 어렵다”며 “1기 때와 마찬가지로 그때그때 상황별로 관세를 부과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택적 관세를 실행하더라도 이에 따른 불확실성 등에 따라 국내 경기는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바라봤다.

그는 “사실 미국 같은 외부적 요인에 직접 대응하기는 쉽지 않고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국내 정책일 텐데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금융비용을 낮춰 소비 유인을 높이고 재정정책 측면에서는 예산 조기 집행과 향후 추경을 통한 내수 부양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 경제발전을 위한 중장기적 조언도 잊지 않았다.

장 실장은 “현재 단기적으로 경기 부진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맞지만 이에 따라 우리 사회 주요 과제인 인구 고령화나 기술혁신 등에 대한 고민이 우선순위에서 밀릴까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며 “이런 고민은 계속 필요한데 단기적 경기 대응만 생각해 우선순위에서 밀려버리면 결국 우리의 잠재성장률을 깎아 버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경기가 어렵더라도 우리 사회가 인구 고령화와 기술혁신 같은 문제를 계속 염두에 둬야 한다”며 “정책당국과 전문가들이 계속 소통을 하면서 청사진을 그리는 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 실장은 연세대학교에서 경제학과 경영학을 전공하고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으로 석사,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금융공학컨설팅 컨설턴트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한국은행에서 16년 동안 일하며 경제통계국, 조사국, 통화정책국, 정책보좌관 등을 거쳤다. 자본시장연구원에는 2021년 합류했다. 현재 기획재정부 국채연구 자문단, 한국증권금융 별도예치신탁금운용위원회 위원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