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산 선박 제재 움직임, 한국 조선업계 수주 반사이득 전망

▲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 조선 산업에 대한 관세 인상 등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 조선 업계가 상대적으로 수주에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미국 정부가 중국 조선 산업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면서 한국 조선업계가 대형 컨테이너 수주전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중국 조선업계는 가격 경쟁력에 더해 조선소 증설로 한국 조선업계가 그동안 강점을 지녔던 컨테이너선 시장을 빠르게 잠식했는데, 트럼프 정부의 제재로 잃어버린 시장 입지를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5일 조선업계와 증권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 정부가 중국산 선박에 각종 제재를 검토함에 따라 한국 조선 업계가 반사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중국산 선박에 차별적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 중국에서 수리한 미국 국적 선박에 대해서는 200%의 관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2043년부터는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의 15%, 2035년부터는 원유 수출의 10%를 미국산 선박으로 운송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19일 보고서에서 “트럼프가 더 이상 재임이 불가능한 마지막 임기이기 때문에 높은 강도의 제재가 시행된다면 글로벌 선주들의 중국 조선소 대상 발주는 급감할 것”이라며 “미국은 어떠한 형태로든 중국 조선업에 대한 제재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세계 조선 시장은 한국과 중국 조선 업계가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산 선박에 제재가 내려진다면 발주를 계획 중인 선주·선사들이 유일한 대안인 한국산 선박을 고려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트럼프 중국산 선박 제재 움직임, 한국 조선업계 수주 반사이득 전망

▲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대형 컨테이너선 모습. < HD한국조선해양 >


조선·해운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선사 CMA CGM은 1만8천TEU와 1만1천TEU급 컨테이너선 발주와 관련해 현재 중국과 한국 조선소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또 대만 선사 에버그린은 발주하는 2만4천TEU급 LNG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을 놓고 중국의 광저우조선과 한화오션이 수주 경합을 벌이고 있는 등 세계 컨테이너선 건조를 놓고 한중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컨테이너선 건조 시장은 최근 한·중 양국의 조선업 수주 점유율 격차가 벌어진 주요 선종으로 꼽힌다. 중국 조선사들은 자국 내 대규모 컨테이너선 발주와 생산능력 확대로 중저가 컨테이너선에서 특히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수주한 컨테이너선은 1102척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한국이 수주한 컨테이너선 347척에 그쳤다.

특히 중국은 최근 한국이 기술 우위에 있는 대형 컨테이너선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키워왔다. 실제 지난해만 보면 9월까지 2만TEU급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이 발주됐는데, 20척 모두 중국 조선소가 수주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한국이 독점적 점유율을 가지고 있었으나 2021년 이후 중국에 1위를 내줬다.

그 이유로는 지난 10년 간 중국이 '중국제조 2025'와 같은 국가전략 아래 기술력과 생산능력 향상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실행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한국 기업의 선박 수주 실적은 1098만CGT(표준선 환산 톤수)로 세계 시장 점유율 17%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중국 기업은 4645만CGT를 수주해 71% 점유율을 차지했다.

국내 조선사들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같이 기술력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대형 선박 수주에선 앞서고 있지만, 수주 물량만 따지면 중국이 월등히 많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난달 24일 보고서에서 “단기적으로 미국 신 행정부가 강경한 대중 정책을 천명하고 있는 만큼, 중국산 선박에 대한 관세를 피하기 위해 세계 선주들의 한국 조선소 발주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박도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