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석화업계 한파로 리스크 커져, 신학철 고부가소재 강화 고삐 죈다

▲ LG화학이 석유화학업계 업황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고부가소재 강화의 고삐를 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LG화학이 주력 석유화학 사업에서 한동안 업황 한파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사업구조의 변화까지 염두에 둬야하는 절실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으로서는 고부가가치 소재로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LG화학은 올해 점진적 수준의 실적 회복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48조9161억 원, 영업이익 9168억 원을 거뒀다. 2023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55조2500억 원에서 11.46% 줄었고 특히 영업이익은 2조5290억 원에서 63.65% 급감했다.
 
LG화학 석화업계 한파로 리스크 커져, 신학철 고부가소재 강화 고삐 죈다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증권업계에서는 LG화학의 올해 연간 실적을 놓고 매출 50조 원 안팎, 영업이익은 최대 1조8천억 원 정도를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 

LG화학이 2022년에 역대 최고 수준이 5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을 고려하면 올해 큰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로 읽힌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의 실적 흐름 및 투자 전망을 놓고 “좀처럼 상승 모멘텀을 찾기 쉽지 않다”며 “긴 호흡으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LG화학의 부진은 LG에너지솔루션, 양극재 사업 등 최근 실적 상승을 이끈 2차 전지 관련 사업이 부진에 더해 본업인 석유화학에서 극심한 수익성 악화를 겪는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LG화학의 지난해 석유화학 부문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이 19조890억 원으로 전년 대비 7.2% 증가했으나 영업손실이 1360억 원으로 2023년과 비슷한 수준의 적자를 이어갔다.

LG화학을 비롯한 대부분 석유화학 기업들은 중국에서 에틸렌 같은 범용 기초소재의 생산을 확대한 상황에서 세계적 경기 침체까지 겹치며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

석유화학 기업들의 주요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는 2022년 이후 지속적으로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톤당 300달러를 밑돌고 있다. 2024년 3분기 기준으로는 톤당 180달러대까지 하락했다.

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부과로 중국 압박을 본격화하면 석유화학 제품 수출 등에서 한국 기업이 반사이익이 누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동 지역에서도 정유·석유화학 통합시설(COTC, Crude Oil to Chemicals)을 활용해 범용 기초소재의 생산을 늘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석유화학 기업의 부진은 일시적 문제가 아닌 구조적 위기일 수 있다는 시각에 무게가 실린다.

정유·석유화학 통합시설은 원유에서 바로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어 기존 석유화학 기업들이 원유를 정제해 나프타를 얻은 뒤 에틸렌을 생산하는 것과 비교하면 생산 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쿠웨이트 알주르 정유·석유화학 통합시설의 에틸렌 생산단가는 저렴한 중국산 에틸렌 생산단가와 비교해도 30%가량 낮다.
 
LG화학 석화업계 한파로 리스크 커져, 신학철 고부가소재 강화 고삐 죈다

▲ LG화학 여수공장 전경.


결국 신 부회장으로서는 LG화학의 실적 부진 탈출을 위해 석유화학 산업의 세계적 변화에 따른 적극적 대응책을 서둘러야 할 필요성이 크다.

신 부회장은 LG화학을 넘어 한국석유화학협회장으로서도 범용 기초소재에서 고부가가치 소재의 포트폴리오 비중 확대를 꾸준히 외쳐 왔다.

지난해 5월 아시아서규화학회의(APIC) 개회사에서 신 부회장은 “그동안 산업 사이클에 따른 성장을 예상하고 범용 제품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집중해왔지만 급격한 대외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워졌다”며 “저탄소 기반의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기술 전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 부회장은 지난해 3월 스티렌모노머(SM)를 생산하는 여수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고 대산 SM공장을 철거하는 등 범용 기초소재의 비중 줄이기를 진행하고 있다. 여수 나프타분해설비(NCC) 2공장 매각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고부가가치 소재의 비중 확대를 위해 여수공장 6개 PVC 라인 가운데 2개를 전기차 충전케이블용 초고중합도 PVC 생산라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태양광 소재로 쓰이는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POE), 전기차 타이어용 합성고무인 스타이렌 부타디엔 고무(SSBR), 반도체 세정액 ‘C3-IPA’ 등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화학은 전날 4분기 실적 관련 컨퍼런스콜에서 "범용 사업 구조 재편을 지속하고 신규 고부가 파이프라인을 확대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지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024년에 이어 2025년을 ‘실행의 해’로 지속하여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차별화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솔루션을 구체화하는 동시에 실행력 강화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