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4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의 퇴직연금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는 가운데 ‘중소기업 영업 톱클래스’를 자신한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영업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KB·신한·하나은행이 지난해 퇴직연금 시장에서 나란히 적립금 40조 원을 넘겼으나 우리은행은 홀로 27조 원에 머무르면서 경쟁력을 강화해야할 필요성도 커졌다.
 
'퇴직연금 적립' 4대 은행 중 우리은행만 20조대, 영업 강한 정진완 비책 내놓나

▲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우리은행의 영업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금융감독원 퇴직연금공시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에서 4대 은행 가운데 3·4위인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격차가 지난해 더욱 벌어졌다.

2024년 말 기준 두 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 차이는 13조1745억 원이다. 2023년 말 10조357억 원보다 격차가 3조1388억 원 확대된 것이다.

KB국민은행 5조2216억 원, 신한은행 5조5137억 원, 하나은행 6조5747억 원 등 다른 은행들이 5조 원 이상 규모를 키운 반면 우리은행은 3조4368억 원을 늘리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특히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에서 증가폭이 작았다.

우리은행의 DB·DC형 퇴직연금 적립금은 2024년 한 해 동안 1조4995억 원 증가했다.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적은 증가 규모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수익률이 주요 경쟁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2024년 말 기준 우리은행의 원리금 비보장형 퇴직연금 수익률은 DB형 5.84%, DC형 9.79%, 개인형 퇴직연금(IRP) 9.69%로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낮았다.

원리금 보장형 퇴직연금 수익률에서는 DB형과 DC형이 각각 3.60%, 3.34%로 나타났다. 역시 4대 은행에서 최하위였다.

특히 지난해 우리은행이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내걸고 기업금융에 힘을 실었다는 점에서 기업금융과 맞닿은 퇴직연금 시장 성적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새롭게 우리은행을 맡은 정진완 행장의 어깨는 더욱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다른 은행과 격차가 벌어진 상태로 올해 경쟁을 시작하게 됐기 때문이다.

다만 정 행장에게 거는 기대감은 여전하다. 정 행장은 “저는 영업만 30년 했고 은행과 중소기업 영업은 제가 톱 클래스다”고 말할 정도로 기업 영업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정 행장은 1995년 한일은행으로 입행해 종로3가지점장과 기관영업전략부장, 중소기업전략부장, 삼성동금융센터장, 테헤란로금융센터 본부장, 본점영업부 본부장 등을 거쳐 지난해 말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에 올랐다.
 
'퇴직연금 적립' 4대 은행 중 우리은행만 20조대, 영업 강한 정진완 비책 내놓나

▲ 정 행장은 기업 대상 영업 채널을 확대해 퇴직연금 성장에 힘을 싣는다.


국내외 영업 현장을 두루 경험했으며 특히 중소기업금융 분야에서 오랜 기간 역량을 쌓은 ‘영업전문가’로 평가된다.

정 행장은 우리은행의 강점인 기업금융 부문을 중점적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경영전략도 제시했다.

정 행장은 기업 대상 영업 채널을 확대해 퇴직연금 성장에도 힘을 싣는다.

우리은행은 현재 10곳이 운영되고 있는 중소기업 특화 채널 ‘비즈프라임센터’ 지속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비즈프라임센터 확장으로 기업의 가입이 증가한다면 DB형, DC형 적립금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퇴직연금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정비도 마쳤다.

우리은행은 2024년 말 조직개편에서 ‘연금사업그룹’과 ‘자산관리그룹’을 통합한 ‘WM(자산관리)그룹’을 새롭게 출범시켰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상품이 중요한 만큼 부서 통합에 따라 그룹 내 시너지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며 “올해는 고객의 투자성향을 파악하고 상장지수펀드(ETF), 펀드 라인업을 강화해 수익률 제고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조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