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트럼프 2기 경제 정책에 대한 우려가 줄고 기대감이 퍼지면서, 서학개미의 미국주식 매수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서학개미는 테슬라를 중심으로 미국주식 사냥에 나서고 있다. 테슬라를 포함한 미국 대형 기술기업(빅테크)은 이익 성장을 바탕으로 기초체력(펀더멘탈)이 더욱 단단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학개미의 미국주식 추가 매수, 비중 확대가 점쳐지는 이유다.  
 
트럼프 취임 때 확인된 'M7과의 밀월', 서학개미 '빅테크' 추가 매수 나서나

▲ (오른쪽부터) 일론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과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 제프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아내,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현지시각으로 20일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여하고 있다. < AP연합 >


22일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올해 들어 1월20일까지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순매수 금액은 20억9577만 달러로 집계됐다. 

올해 1월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지난해 1월(7억2979만 달러)보다 187% 급증했고 전월(10억4621만 달러)보다 2배 넘게 증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 월별 최고 순매수 금액(2024년 6월, 21억1274달러)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때 일론머스크 테슬라 CEO 겸 정부효율부(DOGE) 수장뿐 아니라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팀 쿡 애플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눈도장을 찍었다. 젠슨황 엔비디아 CEO는 중국 방문 일정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형 취임 다음날 현지시각으로 21일 기술기업의 환대에 화답하며 백악관 루즈벨트 룸에서 미국 내 인공지능 인프라에 5천억 달러(71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차세대 인공지능을 구동하기 위한 물리적·가상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며 “역사상 가장 큰 인공지능 인프라 프로젝트를 통해 즉시 10만 개 이상의 미국 일자리를 창출할 회사가 등장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서학개미들은 매그니피센트7(M7,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엔비디아·테슬라·메타)으로 대표되는 미국 대형 기술기업에 대한 투자에 집중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더욱이 증권가가 미국 증시에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는 점도 매수에 거리낌 없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백찬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2기 정책은 증시 변동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실적개선에 따른 기초체력(펀더멘탈) 강화가 기대된다”며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의 2025년 매출은 전년보다 5.6%, 영업이익은 14.5% 늘어날 것이다”고 바라봤다. 

서학개미는 기존 보관금액 1위 테슬라를 더욱 늘렸다. 20일 기준 테슬라 보관금액은 254억3325만 달러로 지난해 말 245억2553만 달러보다 9억771만 달러(1조3천억 원)가 증가했다. 

이 기간 서학개미는 테슬라를 3억6370만 달러가량 순매수했다. 추가 매수에 더해 테슬라 주가가 오르면서 보관금액이 증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더해 1월20일까지 테슬라 주가 수익률 2배를 추구하는 테슬라2배레버리지TSLLETF도 2억4353만 달러를 산 것으로 집계됐다. 

일론머스크 CEO가 트럼프 2.0시대 핵심 인사로 떠오른 영향에 서학개미들이 공격적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엔비디아 보관금액은 9556만 달러 늘어난 122억3787만 달러로, 마이크로소프트는 1116만 달러 증가한 32억5313만 달러로 증가했다. 또한 알파벳은 4824만 달러 커진 25억8490만 달러, 아마존은 2124만 달러 늘어난 19억2308만 달러로 조사됐다. 

메타는 2465만 달러 증가한 8억9233만 달러로 집계됐다. 최근 주가가 하락한 애플이 4억3351만 달러 줄은 44억2108만 달러로 나타났고 젠슨황 CEO가 양자컴퓨터에 부정적 언급을 해 주가가 급락했던 아이온큐가 3억712만 달러 감소한 28억5636만 달러를 기록했다. 
 
트럼프 취임 때 확인된 'M7과의 밀월', 서학개미 '빅테크' 추가 매수 나서나

▲ 서학개미들이 다른 국가보다 미국 주식에 더욱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학개미들은 미국 주식 비중을 계속 늘리고 있지만, 유럽과 중국·일본 등 주요국 비중은 줄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체 외화주식 보관금액에서 미국 주식 보관금액이 지난해 말 기준 92%를 차지한 상황에서 더욱 집중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셈이다. 

서학개미의 미국주식 보관금액은 2023년 680억 달러에서 2024년 1121억 달러, 2025년 1월 1150억 달러로 급증했다. 

반면 미국에 이어 큰 시장으로 꼽히는 일본주식 보관금액은 2023년 37억3857만 달러, 2024년 40만5887만 달러로 늘었다가 2025년 1월 39억8428만 달러로 감소해 정체를 보이고 있다.

유럽 전체 보관금액은 2023년 8억18001만 달러, 2024년 7억8505만 달러, 2025년 1월 7억8729만 달러로 줄었고 중국도 같은 기간 10억2673만 달러, 8억2588만 달러, 7억7549만 달러로 감소했다. 

미국이 기술혁신을 주도하면서 대형 기술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효과적 전략이란 사실을 체감하고 있는 서학개미들이 미국 중심으로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미국 기술기업들을 지칭하는 다양한 별칭이 인기를 얻는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FAANG은 페이스북(현 메타)·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알파벳)을 지칭하는 말로 2010년 중반부터 2020년 초까지 뉴욕증시를 이끈 주요 기업을 뜻한다. 매그니피센트7은 FAANG에 이어 2023년부터 미국 기술주시장을 이끈 빅테크를 의미한다. 

2024년에는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AMD, 대만 TSMC, 브로드컴 등 인공지능 기술 발전과 함께 급격히 성장한 5개 기업이 AI5란 이름으로 묶이며 주목 받았다. 올해 뉴욕증시를 이끌 배트맨(BATMMAAN) 기업은 브로드컴, 애플,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다. 

하장권 LS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매그니피센트7 종목에 매수세가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매그니피센트7을 포함한 시가총액 대형주 종목 중심으로 이익 추정치가 올라오고 있어 주가 움직임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