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로 원자재·해외투자 부담 커진다, 바이오·반도체·정유·식품 '흐림'](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1/20250120114355_52425.jpg)
▲ 고환율 산업기상도: 최근 고환율 기조가 주요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경로. <대한상공회의소>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요 업종별 협회 12곳과 함께 ‘고환율 기조가 주요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기상도로 표현한 결과, 바이오·반도체·배터리·철강·석유화학·정유·디스플레이·섬유패션·식품산업은 ‘흐림’, 조선·자동차·기계산업은 ‘대체로 맑음’으로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제약·바이오산업은 원료의약품 수입의존도가 높고 해외임상시험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고환율에 따른 비용 부담이 크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위탁개발생산 업체의 수출분에 대해선 환율 효과가 있기도 하지만, 국내 기업들 대부분은 원료의약품과 소재부품장비 수입 의존도가 높아 수입 원가가 상승하고, 해외 임상비용 상승 등 연구개발(R&D) 투자비용이 증가하고 있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업은 수요산업 부진에 따른 수출단가 인하, 높은 원자재 수입비중으로 인한 어려움이 크다. 다만 냉연·강관 등 수출비중이 높은 일부 품목 중심으로 기대감을 비치기도 했다.
석유화학산업은 나프타 등 원재료 가격 상승과 업황 악화를 가장 큰 부담요인으로 꼽았다.
정유산업은 주요국 경기부진과 수출경쟁 심화로 작년 하반기부터 업황이 좋지 못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고환율 지속에 따른 채산성과 재무구조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반도체산업은 고환율에 따른 제조원가와 해외투자비 상승을 걱정하고 있다.
고종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략기획실장은 “반도체는 환율상승에 따른 단기적 매출 증대 효과는 분명 존재한다”면서도 “반도체분야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율이 30% 수준으로 생산원가가 증가하고, 국내 주요기업이 미국 등 해외 반도체 제조공장 설립에 투자하기 때문에 이런 효과가 상쇄된다”고 진단했다.
배터리산업도 대규모 해외투자에 따른 외화부채와 리튬, 흑연 등 핵심 원자재의 높은 해외 의존도로 인해 고환율이 부담되고 있다.
디스플레이산업도 ‘흐림’으로 나타났다. 노광장비 등 수입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장비의 구매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섬유패션산업은 부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10인 미만의 영세업자가 많아 환율상승에 따른 타격에 더 민감할 것으로 보인다.
식품산업도 원자재가격 상승부담을 첫 손에 꼽았다. 국내 식품제조업의 국산 원재료 사용 비중은 31.8%로 밀, 대두, 옥수수, 원당 등 주요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고환율의 긍정적 측면을 더 크게 보는 곳은 수출비중이 높은 조선, 자동차, 기계산업이었다. 하지만 이들도 고환율이 장기화됐을 때 원가상승에 따른 판매가 상향, 수요시장 위축, 물류비 상승 등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이제 막 출범한 트럼프 2기에서 관세인상, 금리인하 속도조절 등이 시행되면 당분간 고환율이 지속될 것”이라며 “국내 경제가 고환율 파고에 휩쓸리지 않게끔 환헤지 등을 위한 기업의 노력과 더불어 미국 등 주요국과 통화 스와프라인 확대 추진, 환율 피해 산업에 긴급 운영 자금과 금융지원 제공 등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