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가 오는 23일 열린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임시주총 주요 안건을 놓고 엇갈린 의견을 낸 가운데 국민연금과 소액주주 표심이 이번 표 대결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분석된다.
16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은 이달 고려아연 임시주총 집중투표제 적용을 놓고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세계 양대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는 찬성, ISS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 3대 자문사 역시 서스틴베스트와 한국ESG연구소는 찬성, 한국ESG기준원은 반대로 갈렸다.
집중투표제는 기업이 두 명 이상의 이사를 선출할 때 3%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가 요청하면 주주총회에서 투표를 실시해 표를 많이 얻은 순서대로 이사를 선출하는 제도를 말한다. 후보별로 1주당 1표씩 던지는 게 아니라, 1주당 뽑을 이사 수만큼의 투표권을 줘서 선호하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다.
현재 MBK·영풍 측은 고려아연 지분 40.97%(의결권 주식 기준 46.7%)를 들고 있다. 고려아연 최 회장 측은 우호 지분을 포함해 약 34%(약 40%)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반주주 지분은 국민연금 4.51% 포함 약 12.5%로 추정된다.
최 회장 측은 이번 임시 주총에 소액주주 보호와 권한 강화를 명분으로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을 안건으로 올렸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인사 12인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임시주총에는 고려아연 측이 7인, MBK 측이 14인의 신규 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한 상태다.
의결권 지분율에서 밀리는 고려아연 최 회장으로선 집중투표제를 적용하면 MBK 측 추천 이사의 이사회 진입을 막진 못해도, 과반을 차지하는 것을 방어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정관 변경 안건은 주총 특별결의 사항으로 출석주주 3분의2 이상 찬성해야 가결된다. 또 집중투표제를 배제한 정관을 변경하는 때는 발행주식총수의 최대 3%로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다.
영풍의 25% 넘는 지분을 쥔 MBK·영풍 측보다 최 회장과 50여 특별관계자들이 3% 미만 지분을 나눠갖고 있는 고려아연 측이 유리한 상황이지만, 단독으로 특별결의 의결정족수를 채울 순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양측은 정관 변경 안건을 놓고 일반 주주들 지지를 얻기 위해 치열한 위임장 받기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집중투표제 도입에 자문사들의 찬반이 있긴 하지만 제도는 한번 도입하면 쭉 가는 것이고, 결론적으로 소액 주주에 도움이 된다"며 "일반 주주들 사이 다른 시각이 있더라도 방향 자체엔 찬성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현황을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MBK 측은 앞서 이번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를 전제로 한 이사 선임 안건을 임시주총 의안으로 상정해선 안된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의안상정금지 등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상법에 따르면 집중투표는 소수 주주가 이를 청구하는 시점에 이미 정관으로 허용됐어야 하는데, 최 회장 측은 정관 변경과 함께 집중투표로 이사를 선임할 것을 청구했기 때문에 상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고려아연 측은 회사가 정관에서 집중투표를 배제하고 있는 경우에도 주주가 회사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안건을 제안하는 것은 다른 기업의 여러 선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적법한 행위이고, 이미 대법원 판례로 충분히 입증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가처분이 인용되면, 집중투표제 정관 변경 안건이 가결되더라도 23일 임시주총 이사 선출에는 집중투표제를 적용할 수 없게 된다.
고려아연 측은 법적 문제가 없는 만큼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은 17일 해당 가처분 첫 심문을 진행한다. 23일 임시주총이 열리는 만큼 주총 전에 법원 판단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17일엔 국민연금의 고려아연 임시주총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할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도 열린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지분 7.49%를 쥐고 있었지만 작년 10월 고려아연 공개매수 과정에서 주식을 처분해 4.51%로 지분율이 낮아졌다. 그럼에도 수책위 결정은 임시주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연금이 의결권 기준 고려아연 지분 46.7%를 보유한 MBK 측 손을 들어주면 과반수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다.
고려아연은 이사회 이사 수를 19인으로 제한하자는 안건도 상정했는데, 이에 대해선 5개 의결권자문사 모두 찬성 의견을 냈다. 이사 수 상한을 전제로 신규 이사를 뽑으면 집중투표제가 적용되지 않더라도 MBK 측이 이번에 최대 확보할 수 있는 이사 자리는 7석으로 제한된다.
이번 고려아연 임시주총 이사 선출 과정에 집중투표제가 적용되지 않으면, MBK 측 이사들이 대거 이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MBK 측은 이번 임시주총에 집중투표제가 적용될 경우, 올해와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고려아연 측 이사 자리를 순차적으로 가져올 계획을 갖고 있다. 허원석 기자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임시주총 주요 안건을 놓고 엇갈린 의견을 낸 가운데 국민연금과 소액주주 표심이 이번 표 대결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분석된다.
▲ 오는 23일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과 MBK파트너스·영풍 측이 표대결을 벌이는 가운데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이번 경영권 분쟁의 승패를 결정할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장영진 영풍 고문. <각사>
16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은 이달 고려아연 임시주총 집중투표제 적용을 놓고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세계 양대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는 찬성, ISS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 3대 자문사 역시 서스틴베스트와 한국ESG연구소는 찬성, 한국ESG기준원은 반대로 갈렸다.
집중투표제는 기업이 두 명 이상의 이사를 선출할 때 3%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가 요청하면 주주총회에서 투표를 실시해 표를 많이 얻은 순서대로 이사를 선출하는 제도를 말한다. 후보별로 1주당 1표씩 던지는 게 아니라, 1주당 뽑을 이사 수만큼의 투표권을 줘서 선호하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다.
현재 MBK·영풍 측은 고려아연 지분 40.97%(의결권 주식 기준 46.7%)를 들고 있다. 고려아연 최 회장 측은 우호 지분을 포함해 약 34%(약 40%)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반주주 지분은 국민연금 4.51% 포함 약 12.5%로 추정된다.
최 회장 측은 이번 임시 주총에 소액주주 보호와 권한 강화를 명분으로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을 안건으로 올렸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인사 12인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임시주총에는 고려아연 측이 7인, MBK 측이 14인의 신규 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한 상태다.
의결권 지분율에서 밀리는 고려아연 최 회장으로선 집중투표제를 적용하면 MBK 측 추천 이사의 이사회 진입을 막진 못해도, 과반을 차지하는 것을 방어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정관 변경 안건은 주총 특별결의 사항으로 출석주주 3분의2 이상 찬성해야 가결된다. 또 집중투표제를 배제한 정관을 변경하는 때는 발행주식총수의 최대 3%로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다.
영풍의 25% 넘는 지분을 쥔 MBK·영풍 측보다 최 회장과 50여 특별관계자들이 3% 미만 지분을 나눠갖고 있는 고려아연 측이 유리한 상황이지만, 단독으로 특별결의 의결정족수를 채울 순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양측은 정관 변경 안건을 놓고 일반 주주들 지지를 얻기 위해 치열한 위임장 받기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집중투표제 도입에 자문사들의 찬반이 있긴 하지만 제도는 한번 도입하면 쭉 가는 것이고, 결론적으로 소액 주주에 도움이 된다"며 "일반 주주들 사이 다른 시각이 있더라도 방향 자체엔 찬성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현황을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MBK 측은 앞서 이번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를 전제로 한 이사 선임 안건을 임시주총 의안으로 상정해선 안된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의안상정금지 등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상법에 따르면 집중투표는 소수 주주가 이를 청구하는 시점에 이미 정관으로 허용됐어야 하는데, 최 회장 측은 정관 변경과 함께 집중투표로 이사를 선임할 것을 청구했기 때문에 상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고려아연 측은 회사가 정관에서 집중투표를 배제하고 있는 경우에도 주주가 회사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안건을 제안하는 것은 다른 기업의 여러 선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적법한 행위이고, 이미 대법원 판례로 충분히 입증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가처분이 인용되면, 집중투표제 정관 변경 안건이 가결되더라도 23일 임시주총 이사 선출에는 집중투표제를 적용할 수 없게 된다.
고려아연 측은 법적 문제가 없는 만큼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은 17일 해당 가처분 첫 심문을 진행한다. 23일 임시주총이 열리는 만큼 주총 전에 법원 판단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17일엔 국민연금의 고려아연 임시주총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할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도 열린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지분 7.49%를 쥐고 있었지만 작년 10월 고려아연 공개매수 과정에서 주식을 처분해 4.51%로 지분율이 낮아졌다. 그럼에도 수책위 결정은 임시주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연금이 의결권 기준 고려아연 지분 46.7%를 보유한 MBK 측 손을 들어주면 과반수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다.
고려아연은 이사회 이사 수를 19인으로 제한하자는 안건도 상정했는데, 이에 대해선 5개 의결권자문사 모두 찬성 의견을 냈다. 이사 수 상한을 전제로 신규 이사를 뽑으면 집중투표제가 적용되지 않더라도 MBK 측이 이번에 최대 확보할 수 있는 이사 자리는 7석으로 제한된다.
이번 고려아연 임시주총 이사 선출 과정에 집중투표제가 적용되지 않으면, MBK 측 이사들이 대거 이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MBK 측은 이번 임시주총에 집중투표제가 적용될 경우, 올해와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고려아연 측 이사 자리를 순차적으로 가져올 계획을 갖고 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