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이창용 금리인하 숨고르기, 정치적 불확실성이 통화완화 멈춰 세웠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경기만 보면 금리 인하가 맞지만 환율이 너무 높아 동결을 결정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치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애초 시장은 심상치 않은 국내경기 상황을 고려했을 때 지난해 10월 금통위에서 시작된 금리 인하 흐름이 이날도 이어질 것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이 총재와 금융통화위원들은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연 3%로 동결했다.

이 총재는 금리를 동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경기 부양’보다 ‘금융 안정’에 통화정책의 무게를 실어야 할 만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을 들었다.

특히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국내 정치적 혼란이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확대하고 있는 점에 대해 강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이 총재는 “환율이 1400원에서 1470원 수준까지 올랐는데 그 가운데 50원 가량이 미국 달러화 강세에 따른 영향이고 20원이 정치적 이유”라며 “외환당국의 안정화 정책에 따른 하락 효과 등을 고려할 때 계엄에 따른 환율 상승분은 30원 정도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도 “정치적 리스크 확대로 성장의 하방위험이 증대되고 있다”는 문구가 새롭게 등장하며 금융 안정을 위협하는 요소 중 하나로 꼽혔다.

이 총재는 “숨 고르기를 하면서 정세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신중하고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라든지 대외 불확실성이 큰 상태에서 상황을 조금 더 보고 확신을 갖고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사실상 인화와 같은 동결’이었다는 평이 나올 만큼 이날 금통위 분위기는 ‘완화적’이었다.

이 총재는 비록 금리를 동결하는 결정을 내리기는 했으나 금리를 점진적으로 내리는 큰 틀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연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지금 금리 인하 사이클에서 벌써 2번 인하를 했고 3개월 포워드가이던스(선제 전망)에서도 인하 전망을 얘기했듯 이 사이클은 지속될 것이다”며 “그 시기를 지금 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경기가 어려운 건 사실이다” “소비나 내수, 건설, 경기 등이 저희가 예상하는 것보다 많이 떨어지고 있다” 등 경기 하방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열어뒀다. 
 
한은 이창용 금리인하 숨고르기, 정치적 불확실성이 통화완화 멈춰 세웠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금리 전망 의견을 밝히지 않는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모두가 3개월 안에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낸 점도 금리 인하 기대감을 키우는 대목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말 마지막 금통위만 하더라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고 했던 금통위원은 3명에 불과했는데 한 달 반 사이 2배로 늘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한목소리로 다음 2월 금통위부터 다시 금리 인하가 이어질 것으로 바라봤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2월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올해 금리 인하 횟수는 최소 3회 정도로 연말 2.25%를 전망한다”고 말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은 불가피한 휴식시간으로 볼 수 있다”며 “2월 인하를 다시 시작해 연내 3회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