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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사장이 올해로 경영수업을 받은 지 10년을 넘기면서 해외 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사내이사에 올라 책임 경영에 나설지 주목된다. <한화생명>
김 사장은 현재 활동 중인 다른 3세 경영인들과 비교할 때 가장 먼저 회사와 인연을 맺었다. 한화생명과 김 사장의 인연은 햇수로 이미 11년째다. 또 보험회사들이 미래 먹거리로 주목하는 해외사업 지휘에 자신을 특화시키고 있는 중이다.
한화생명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할만한 성과를 내는 순간, 한화그룹 금융계열사 안에서 김 사장의 위상에도 즉각적인 변화가 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16일 금융업계 소식을 종합하면, '경영수업' 10년을 넘기면서 김 사장이 사내이사에 올라 책임경영에 나설 시기도 멀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사장은 지난 2014년 한화그룹에 입사했다.
김 사장은 대학을 졸업하고 작은 공연기획사를 운영하다 그해, 한화L&C에 입사해 파견 형태로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디지털팀 팀장을 맡았다.
이듬해인 2015년 12월, 김 사장은 한화생명으로 자리를 옮겨 전사혁신실 부실장을 맡았다.
이후 10년, 상무와 전무, 부사장, 사장으로 빠르게 승진했고 담당 업무도 디지털에서 글로벌로 확장했다.
특히 김 사장은 2023년 최고글로벌책임자에 오른 뒤 외국계 금융회사 지분 인수를 3건이나 추진하는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23년 한화손해보험과 함께 인도네시아 손해보험회사 리포제너럴인슈어런스의 지분 62.6%를 인수했다.
2024년 5월에는 인도네시아 노부은행의 지분 40%를 매입하는 주식매매계약을 맺었고, 같은 해 11월에도 미국 증권회사 벨로시티의 지분 75%를 사들이는 주식매매계약을 맺었다.
대규모 지분 인수 작업이 최근 2년 새 잇따라 이뤄지면서, 회사 안팎에서 김 사장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김 사장이 한화그룹 금융 계열사의 경영권을 승계받기 위한 명분을 차근차근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김 사장은 3세 경영인으로서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최근 해외시장에서의 행보는 기존 평가를 뒤집으면서 그룹에서의 입지를 단단히 하는 데 보탬이 되고 있다.
한화생명도 회사 차원에서 김 사장이 주도하는 인도네시아 사업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지난해 11월엔 ‘인니법인TF팀’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올해 3월 주주총회를 주목한다. 김 사장이 경영수업을 받아온 지 10년을 넘기고, 해외사업으로 경영능력도 입증하고 있는 만큼 사내이사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사내이사에 오르면 이사회를 통해 한화생명의 주요 의결사항을 직접 결정하면서 경영 전반에 개입하게 된다. 경영 승계를 위한 사전 포석으로 '책임 경영'의 이미지를 심는 작업으로도 이해될 수 있다.
지난해 한화생명의 한화저축은행 인수가 결정되면서, 한화의 금융계열사 지배구조도 어느 정도 정리된 상태다. 김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통해, 금융계열사 전체에 대한 영향력도 부여할 수 있게 된다.
▲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오른쪽)이 2024년 4월25일 한화생명 본사인 서울 여의도 63빌딩을 방문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왼쪽)의 방명록 작성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한화그룹>
다만 한화생명이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부회장 체제 아래서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은 김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이 다소 늦어질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김동원 사장의 형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경우 그룹을 대표하는 격이라서 사내이사 선임이 빨랐을 수 있지만 김 사장은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한화생명이 여승주 부회장 체제에서 잘 운영되고 있고 여 부회장이 성과도 인정받고 있어 김 사장의 사내이사 진입 시기는 다소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둘째 아들이다.
1985년 서울에서 태어나 미국 예일대학교 동아시아학과를 졸업했다. 한화L&C에 입사해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디지털팀장을 맡았다. 이후 한화생명으로 자리를 옮겨 전사혁신실 상무, 디지털혁신실 상무 등을 지내며 한화생명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 오고 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