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인적분할계획을 공식화했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합병 등 지주사제체 전환을 위한 지배구조개편은 장기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의 인적분할 뒤 지주회사 지분을 확보해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당분간 삼성전자 지주회사 위에 삼성물산이 있는 '옥상옥' 구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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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30일 “삼성전자가 인적분할한 뒤 지주회사를 이른 시일 안에 삼성물산과 합병할 가능성은 낮다”며 “향후 3~4년이 지난 뒤에야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파악했다.
삼성전자는 지주회사와 사업회사의 인적분할계획을 처음으로 공식화하며 6개월 정도의 검토기간을 거친 뒤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엘리엇매니지먼트 등 투자자가 제안한 것과 같이 삼성전자 지주회사를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추가적인 계획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포함한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개편은 계열사 간 지분관계가 정리되고 중간금융지주사의 도입 여부 등 변수가 해소돼야 하는 중장기적 과제이기 때문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지주회사를 합병할 경우 지난해 제일모직과 합병 때처럼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일가가 경영승계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보는 만큼 논란을 빚을 수도 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논란과 야당의 경제민주화법안 강화 등 불리한 환경에서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의 추가합병계획을 내놓으며 정면돌파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당분간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주회사의 지분을, 지주회사가 삼성전자 사업회사의 지분을 대량 보유하는 ‘옥상옥’ 구조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가 인적분할할 경우 이런 지배구조를 이뤄내기 위해 삼성물산과 오너일가가 사업회사 지분의 현물출자를 통해 시가총액 비중이 낮은 지주회사의 지분을 확보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지분을 매입할 수도 있다.
윤 연구원은 삼성물산 또는 오너일가가 삼성전자 인적분할 뒤 이른 시일 안에 지주회사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면 지배력에 공백이 생겨 외부 투자자에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지분 7.1%로 그룹 전체를 흔들었던 것처럼 전략적 투자자가 삼성전자 지주회사의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 삼성그룹과 대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합병이 당분간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지주회사 지분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됐다.
윤 연구원은 삼성물산이 건설과 상사, 레저부문 등을 매각해 재원을 마련한 뒤 삼성전자 지주회사의 지분을 대량으로 매입하는 극단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봤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보유한 3.5%의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에 증여할 가능성도 있다. 이 부회장 등 오너일가가 직접 상속할 경우 상속세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윤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인적분할 검토에 6개월의 기간을 제시했지만 지주사 전환을 오래전부터 준비한 만큼 정치권 상황 등 외부여건이 개선된다면 생각보다 빨리 진행될 수 있다고 봤다.
또 장기적으로 봤을 때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삼성물산 합병을 통한 삼성그룹의 지주사체제 완성계획은 유효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사업과 주주가치를 우선으로 두고 오너의 지배력 강화는 차선으로 둔 계획을 내놓았다”며 “하지만 SK그룹과 같이 장기적으로는 옥상옥 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추가적인 지배구조개편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