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우리금융 지배구조가 과점주주 이탈로 변화의 기로에 섰다.

우리금융 주요 주주인 IMM PE가 지분정리에 이어 사외이사 추천을 포기하면서 이사회 내부 과점주주 역할이 줄게 됐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금융 '과점주주 집단지성' 칭찬했던 임종룡, IMM PE 빠진 이사회 구성은?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임 회장은 새해 화두로 신뢰회복을 내건 만큼, 지난해 전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논란 등 금융사고의 와중에 ‘거수기’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은 이사회를 변화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11일 금융권 의견을 종합하면, 금융사와 사모펀드 등으로 구성된 우리금융의 과점주주 체제가 변화기를 맞았다.

우리금융 이사회에는 과거 민영화 과정에서 진입한 과점주주 5곳(IMM PE·한국투자증권·푸본현대생명·키움증권·유진PE)이 지분율 4% 안팎으로 사외이사를 추천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IMM PE가 지분율 하락 이후 사외이사를 추천하지 않기로 하면서 우리금융 이사회 구도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우리금융을 비롯한 금융주는 지난해 밸류업 열풍을 타고 크게 올랐고 IMM PE는 차익실현에 나서 지난해 지분율을 1%대까지 낮췄다. 이후 우리금융과 IMM PE는 주주 사이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 IMM PE 몫의 사외이사를 추천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다른 과점주주는 4% 안팎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IMM PE가 낮아진 지분에도 추천권을 유지하면 지분 1% 가량을 보유한 다른 주주도 같은 권리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과점주주 이탈로, 우리금융 이사회 내부에서 우리금융의 자체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내다본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현재 사내이사 1명(임종룡 회장)과 사외이사 7명(과점주주 추천 5명, 우리금융 추천 2명) 등 모두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금융이 과점주주 이탈 이후, 이사회 구성을 어떻게 바꿀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금융당국이 꾸준히 경영진을 견제하는 이사회 역할을 강조한 만큼 사외이사 숫자는 유지되거나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과정에서 우리금융 추천 이사 숫자가 늘어나고 특히 이사회에 유일히 사내이사로 참여하는 임 회장의 이사회 장악력도 높아질 수 있는 셈이다.

임 회장은 최우선적으로 우리금융 이사회가 직면한 ‘거수기’ 논란을 지우는데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과점주주 집단지성' 칭찬했던 임종룡, IMM PE 빠진 이사회 구성은?

임종룡 당시 금융위원장(가운데)이 2016년 11월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우리은행 과점주주 매각 낙찰자 선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지난해 우리금융에서는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논란과 한 지점 직원의 횡령 등 금융사고가 벌어졌고 이사회가 견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임 회장은 또한 우리금융이 외풍에 흔들리지 않도록 지배구조를 다져야 할 필요성도 있다.

우리금융은 2016년 과점주주에 매각되며 민영화에 성공했지만 정부 지분(예금보험공사)이 완전히 정리된 것은 지난해의 일이다. 그만큼 '관'의 영향력이 남은 것으로 여겨졌고 고위 관료 출신 임 회장이 민간금융사 우리금융을 이끌게 된 것을 두고도 '관치'란 지적이 나왔다.

임 회장은 자신이 과거 안착시킨 우리금융의 과점주주 체제의 경과 또한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우리금융에는 공적 자금 12조8천억 원가량이 투입됐고 정부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영권 매각을 네 차례 시도했지만 수요 부족으로 모두 무산됐다.

금융위원회는 그뒤 임 회장이 금융위원장이던 시절 과점주주 분리매각 방안을 제시했고 2016년 과점주주가 선정됐다.

임종룡 당시 금융위원장은 당시 매각 방안을 발표하며 “우리은행 경영은 과점주주 중심으로 자율적이고 상업적이며, 투명하게 이뤄질 것”이라며 “다양한 성격의 과점주주가 기업가치 제고란 공동 목적을 지니고 집단지성과 경험으로 ‘합리적 경영’을 추구할 것이다”고 기대했다.

임 회장은 새해 화두로 ‘신뢰 회복’을 제시한 만큼 이에 방점을 찍고 지배구조를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신년사에서 “이번이 마지막 기회란 절박한 심정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각오로 신뢰회복을 위한 발걸음을 내딛을 때”라며 “올 한해를 비상경영 체제로 운영해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도 강한 대응력을 유지하고 신뢰받는 금융그룹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