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서쪽 지역에 위치한 한 가옥이 산불로 불타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초부터 캘리포니아 대화재가 터지면서 기후재해에 따른 보험업계 피해는 더욱 불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9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는 ‘뮌헨 재보험’이 내놓은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 세계가 허리케인, 산불, 홍수 등 기후재해로 입은 피해 규모가 약 3200억 달러(약 467조 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전반적으로 지난해 세계가 입은 전체 기후피해 규모는 2023년과 비교해 약 30% 증가했고 경제적 피해로 좁히면 약 4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보면 피해가 가장 컸던 곳은 북아메리카로 전체 피해액 가운데 3분의 2가 발생했다. 그 다음으로는 중앙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일대가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뮌헨 재보험은 피해가 커진 주요 원인으로 기온상승을 지목했다. 기온이 높아지면서 허리케인, 산불, 가뭄 등의 강도가 모두 강해졌다는 것이다.
뮌헨 재보험 연구진은 “허리케인 같은 강력한 재난급 위험 외에도 상대적으로 위험이 작은 편에 속하는 뇌우 등도 이제는 과거 심각한 허리케인과 비슷한 정도로 누적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기후재해 피해액 가운데 글로벌 보험업계가 보험금으로 지불한 금액은 약 1400억 달러(약 204조 원)에 달했다. 2017년 이후로 가장 많은 금액이었다.
토비아스 그림 뮌헨 재보험 기후자문 대표는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새로운 태풍, 홍수 등이 발생할 때마다 30년 또는 50년 전에 그랬던 것보다 더 큰 피해를 입힌다”며 “과거보다 각지에 사람들이 가진 자산이 더 많아진 것도 영향을 미쳐 피해를 키우는 것에 일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보험업계의 부담은 올해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온상승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 데다 새해 초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대형 재난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 9일(현지시각) 앞서 6일부터 발생한 산불로 전소된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외곽 퍼시픽 팰리세이드 일대 모습. <연합뉴스>
산불 영향권에 들어간 지역 전체에 걸쳐 위치한 자산의 환산액만 따져도 약 2조 달러(약 2915조 원)에 달하는 만큼 피해 규모는 더 불어날 수도 있다.
조나단 포터 어큐웨더 대표 기상학자는 공식성명을 통해 "이미 지금 발생한 피해만으로도 이번 산불은 캘리포니아주 역사상 최악의 재해가 됐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화재가 캘리포니아를 넘어 미국 역사상 최악의 재난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다니엘 스웨인 로스엔젤레스대 기후학자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산불은 캘리포니아주 뿐만 아니라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과거 미국 역사상 피해가 가장 컸던 산불은 2018년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부트카운티 캠프' 화재로 약 165억 달러(약 24조 원)의 손실을 입혔다.
10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JP모간이 이번 캘리포니아주 산불로 미국 보험업계가 지불해야 할 보험금 규모가 약 200억 달러(약 29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고 보도했다.
JP모간은 앞서 하루 전만 해도 보험금 규모는 약 100억 달러로 추산했는데 피해 확산이 우려되자 예상액을 두 배로 높인 것이다.
이에 블룸버그는 "이번 화재는 캘리포니아주 보험업계에 커다란 압박을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미 많은 보험사들이 산불 리스크를 들어 캘리포니아주에서 철수해 주민들은 주 차원에서 운영하는 보험으로 눈을 돌려야 했는데 해당 보험 프로그램도 이제는 대규모 재난에 따른 보험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다고 시인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10일 기준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캘리포니아주 남부 일대 산불로 인해 건물 약 300여 채가 전소되고 약 1만3천여 채가 피해를 입을 위험에 처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북부에서 번지고 있는 불길로 인해 약 4만여 채에 달하는 건물들이 추가로 위협받고 있다.
벤자민 헤쳇 콜로라도대 화재 기상학자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캘리포니아주 산불이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단정 짓고 싶진 않다"며 "하지만 기후변화가 이같은 재난 영향을 강화시키고 있어 우리는 이번과 같은 상황을 더 자주 보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