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삼성그룹 지배구조개편에서 당분간 한발짝 물러나게 됐다.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되 삼성물산과 합병은 당분간 추진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앞으로 자체사업을 통해 기업가치를 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 삼성물산 주가 하락
이상훈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사장은 29일 삼성전자의 주주환원정책과 관련한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더라도 현 시점에서 지주회사와 삼성물산의 합병을 검토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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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는 10월에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삼성전자지주회사와 삼성물산이 합병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삼성물산의 합병방안을 전혀 검토하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다. 다만 ‘현 시점에서’라고 표현하며 향후 합병을 다시 고려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열어놨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향후 삼성물산이 삼성그룹 지배구조개편에서 핵심역할을 할 것으로 바라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분 17.02%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이 어떤 식으로든 중심에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그룹이 삼성물산의 합병방안을 검토하는데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만큼 삼성물산에 대한 기대감도 당분간 가라앉게 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삼성물산 주가는 전일보다 1만2천 원(8.63%) 내린 12만7천 원에 장을 마감했는데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삼성물산, 건설부문 실적으로 기업가치 증명해야
삼성물산은 앞으로 자체사업을 통해 기업가치를 올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물산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설부문의 실적개선이 더욱 중요해졌다.
삼성물산은 올해 1분기에 건설부문에서 영업손실 4150억 원을 내며 크게 부진했다. 해외사업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손실을 미리 재무제표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설부문은 2분기와 3분기에 각각 영업이익 1180억 원, 1530억 원을 내며 정상궤도로 진입하고 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이 해외사업 주요 부실 프로젝트의 손실을 선반영하고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한 효과로 내년에 건설부문에서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삼성물산이 건설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 않은 점은 기업가치를 올리는 데 한계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은 해외수주 여건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일정한 마진이 나는 프로젝트의 입찰에만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건설부문의 외형이 커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다”고 파악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3분기 말 기준으로 수주잔고 35조4480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수주잔량이 14.8% 감소했다.
수주산업의 특성상 수주잔고가 앞으로 매출을 결정하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실적이 줄어들 가능성이 존재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