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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터 슈라이어 총괄디자인 책임자(CDO) 겸 사장 |
“삼성에서 혁신과 성취를 이룩해 정상의 위치에 도전하고 싶다. 또 향후 아프리카 정부와 삼성의 프로젝트 협력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최근 삼성전자에 지원한 한 외국인 청년의 입사동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해외에서 채용한 인원이 총 9만7937명으로, 공개채용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수가 뽑혔다고 지난달 3일 밝혔다.
청운의 꿈을 품고 삼성전자에 들어온 외국인 인재들은 삼성전자에서 어느 위치까지 오를 수 있을까?
세계 각국에 진출해 있는 국내 대기업들의 외국인 임원 비중은 평균적으로 2%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국내 30대 그룹의 외국인 임원이 가장 많은 곳은 삼성그룹이다. 삼성그룹에 총 93명의 외국인 임원이 있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가 48명으로 국내기업 중 장 많은 외국인 임원이 근무하고 있다.
삼성물산 18명, 삼성엔지니어링 8명, 삼성테크윈 6명, 삼성SDI와 삼성화재 4명, 삼성전기 3명 순이었다. 제일모직과 삼성생명은 각 1명이었다.
삼성그룹 다음으로 많은 수의 외국인 임원이 일하고 있는 곳은 두산그룹으로 총 12명이었다. CJ그룹 5명, LG그룹 4명, 한화그룹 3명, 현대차그룹 2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신세계와 금호아시아나, 에쓰오일, 효성, 동국제강, 미래에셋, 코오롱그룹에 각각 1명의 외국인 임원이 있다. 반면 SK와 롯데, 포스코, 현대중공업, GS, 한진, KT, LS, 대우조선해양, 동부현대, 현대백화점, 대우건설은 외국인 임원이 전혀 없다.
국내기업들이 글로벌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데도 정작 현지사정에 밝은 외국인 임원은 턱없이 부족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특히 삼성전자 전체 임원이 1200명 인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조차도 외국인 임원의 비중이 4%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외국인 임원의 영입비용이 보통 100만 달러, 최고 1천만 달러에 이른다”며 “고액연봉에 비해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기업들이 채용을 꺼린다”고 말했다.
외국인 임원들이 올라갈 수 있는 자리를 얼마나 열어줄 지도 관심이다.
조기훈 딜로이트컨설팅 전무는 “한국기업은 설계 디자인 등 특정분야 기술만 보고 외국인 임원을 채용한다”며 “미래 경영자로서 길을 열어주지 않으면 생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2012년 팀 백스터 삼성전자 미국법인 총괄 부사장이 최초로 부사장에 올랐다.
현대기아차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는 피터 슈라이어 기아차 사장은 외국인 임원 가운데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 경우다. 슈랴이어 사장은 외국인 임원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된다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피터 슈라이어 사장이 2006년 기아차 부사장으로 영입됐을 때만 해도 기아차는 여러 면에서 현대차에 한참 뒤졌다. 피터 슈라이어 사장의 디자인이 빛을 본 것은 K5를 출시하면서부터다.
K5는 2010년 9월 당시 16년간 중형차 부문에서 1위를 놓치지 않던 소나타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기아차는 K5를 등에 업고 2010년 9월 처음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이 30%를 넘어섰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슈라이어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하고 현대기아차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다.
슈라이어 사장이 성공을 거두면서 대기업들도 외국인 임원을 영입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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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통 삼성전자 부사장 |
지난 1월 롯데호텔에서 처음으로 외국인 임원이 탄생했다. 롯데호텔 모스크바의 몰튼 앤더슨 총지배인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2011년 9월 홋데호텔과 인연을 맺고 당시 롯데호텔의 해외지점 1호인 롯데호텔 모스크바를 이끌었다.
삼성전자 베이징연구소장 겸 중국 휴대폰 영업담당인 왕통 전무는 올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백스터 부사장에 이어 두 번째 외국인 부사장의 탄생이었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 말 창사 25년 만에 처음으로 야마무라 아키요시를 안전보안실장으로 선임했다.
조기훈 딜로이트컨설팅 전무는 "슈라이어 사장처럼 성공사례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기업들이 글로벌기업들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경험과 기술, 지식을 골고루 갖춘 글로벌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그런데도 여전히 주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때문에 슈라이어 사장처럼 성공한 사례가 많이 나와야 외국인 인재 영입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