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은행장 인사에도 박근혜 게이트가 영향을 끼치게 될까?
박근혜 게이트로 민간은행장의 인사에 정부의 입김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그러나 박근혜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에 조금이라도 휩싸일 경우 엄청난 부담을 안을 수도 있게 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박근혜 게이트에 촉각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광구 우리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조용병 신한은행장 등이 2017년 3월에 임기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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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구 우리은행장. |
한때 정부가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차기 행장으로 낙하산 인사를 앉히기 위해 압박할 수 있다는 말이 나왔는데 박근혜 게이트로 힘을 잃고 있다.
민간은행 관계자는 “박근혜 게이트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국책은행에도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데 우리은행은 민영화에 성공해 이 행장이 과점주주들의 지지만 확보한다면 연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행장이 박근혜 정부 들어 금융권의 인맥으로 부상한 '서강금융인회(서금회)'라는 배경으로 우리은행장에 오른 만큼 우리은행 과점주주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옛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전산통합을 성공적으로 끝냈고 노조통합도 순조롭게 이뤄 연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KEB하나은행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기업이 주로 이용하는 보증신용장을 통해 수억 원을 빌려준 사실이 확인된 점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KEB하나은행 측은 정유라씨에게 합법적으로 돈을 빌려줬으며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유라씨가 대출상환능력을 확실하게 보장하기 힘든 대학생 신분인 점을 감안하면 KEB하나은행이 돈을 빌려준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며 “검찰의 수사결과를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병 신한은행장은 신한은행이 정부의 영향력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에서 연임 여부에 박근혜 게이트가 영향을 거의 끼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 행장은 신한금융지주 회장후보 가운데 한명으로 꼽히는데 회장후보 선임결과가 연임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은행은 돈을 주고받는 과정을 주관하는 기관이고 외부압력을 받기도 쉽다는 특성상 정치권의 비리에 언제 어떻게 연루될지 모른다”며 “박근혜 게이트의 파장이 가라앉기 전까지 은행장들도 긴장을 늦추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 금융지주 회장도 예외 아니다
일부 금융지주 회장들도 박근혜 게이트의 영향을 어떤 형태든 받게 된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의 경우 국민은행장을 계속 겸직할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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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 |
그러나 박근혜 게이트가 터지고 금융당국의 인사개입이 다소 주춤할 것으로 보여 윤 회장은 행장 겸임을 놓고 좀더 자유롭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은 내년 11월 임기가 끝나는데 KB금융에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는 것을 막을 제도적 잗치를 마련할 힘도 얻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최순실씨가 국민은행을 주로 이용한 정황이 포착된 점은 윤 회장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국민은행은 최순실씨 일가에 2005~2015년 동안 10번에 걸쳐 60억 원가량을 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검찰에 출두하기 직전에 국민은행 봉은사로지점에서 5억 원을 인출했는데 이 지점의 건물주는 최씨의 언니인 최순득씨 부부다.
국민은행의 한 지점이 최순득씨의 딸인 장시호씨의 해외 편법투자를 도와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장씨는 유령법인을 세운 뒤 그 법인을 통해 베트남의 유치원사업에 투자하는 방식을 이용했는데 이 과정을 국민은행의 한 지점이 도왔다는 것이다.
성세환 BNK금융지주 회장 겸 부산은행장도 부산 엘시티사업과 최순실씨 연루의혹이 제기돼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엘시티 개발사업을 주도한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은 건설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최근 검찰에 검거됐는데 이 회장은 최순실씨와 같은 친목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은행은 지난해 1월에 엘시티 측에 3800억 원을 빌려줬으며 개발사업 주주로도 참여했는데 이를 놓고 최씨의 비호를 받은 이 회장에게 특혜대출을 내준 것 아니냐는 말을 듣고 있다.
이런 의혹이 어떨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성 회장의 입지가 흔들릴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