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민, 대우건설 매각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 들어가나  
▲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이 8월23일 오후 서울 대우건설 사옥에서 열린 대표이사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마친 뒤 임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이 매각을 앞두고 기업가치를 올릴 방안을 어떻게 찾아낼까?

해외사업은 부진에서 탈출하기가 쉽지 않고 그동안 대우건설 실적을 지탱해온 주택사업도 정부의 부동산대책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매각작업을 내년 10월 안에 끝내기로 한 만큼 박 사장에게 허용된 시간도 많지 않다.

박 사장이 결국 인력감축을 포함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 박창민, 대규모 구조조정 나서나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정기인사가 애초 이번주에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으나 다음주로 미뤄졌다.

박 사장은 매년 12월에 실시하던 대우건설 정기인사를 2주가량 앞당겨 24일 조직개편과 함께 발표할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정기인사는 박 사장이 8월 대우건설 사장에 취임한 뒤 실시하는 첫번째 정기인사로 해외사업 축소와 주택사업 강화 등이 담길 것으로 업계는 예상했다.

특히 이번 조직개편에 인력감축 계획이 포함될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대우건설이 여러 차례 인위적 인력감축은 없다고 밝혔지만 내년 매각을 앞두고 단기간에 외형성장을 통해 기업가치를 올리는 일은 사실상 어려운 만큼 결국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내년 초 대우건설 매각작업을 시작해 10월 안에 끝낸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박 사장에게 실적을 개선할 만한 시간이 거의 주어지지 않은 셈이다.

대우건설은 3분기 말 기준으로 전체 직원이 6201명이다. 국내 대형건설사 가운데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GS건설 다음으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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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건설이 9월 수주한 카타르 이링 고속도로 조감도.
박 사장이 해외사업 인력을 주택사업 등 국내 쪽으로 재배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는 말도 나왔지만 앞으로 주택사업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어 인력재배치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력재배치가 사실상 인력감축을 위한 수순이라는 말도 나온다. 해외사업과 국내사업은 근무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결국 자발적인 퇴사를 유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산업은행이 외부출신인 박 사장에게 대우건설을 맡긴 이유 역시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가치를 올리겠다는 뜻이 반영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산업은행은 해외사업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고 대우건설 출신이 아니어서 조직 장악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대우건설 안팎의 우려 속에서도 박 사장을 선택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부출신이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박 사장이 주택사업 전문가라는 점 외에 외부출신이어서 구조조정에 대한 부담이 적다는 점이 산업은행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이 구조조정을 추진할 경우 노조의 반발을 극복해야 한다.

대우건설 노조는 박 사장 취임식 당일까지 ‘낙하산 인사’라며 박 사장의 취임을 반대했는데 박 사장이 구조조정을 추진할 경우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 해외사업 이어 주택사업도 전망 어두워

대우건설은 그동안 국내 주택사업을 버팀목 삼아 해외사업의 부진을 이겨냈다.

그러나 국내 부동산시장은 계속되는 정부의 부동산대책으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부는 ‘11ㆍ3’ 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집단대출도 심사를 엄격히 하겠다는 대책도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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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양을 앞둔 세종시 아파트 견본주택에 많은 청약 예정자들이 몰려 아파트 위치와 각 평형의 구조 등을 살펴보고 있다.<뉴시스>
부동산업계는 경기침체와 대출심사 강화 등이 맞물려 앞으로 국내 주택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 대형건설사들의 주가가 일제히 떨어진 점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박상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17년 분양물량 축소가 불가피하다”며 “앞으로 건설업의 키워드는 주택에서 해외로 전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업계는 내년 주택 공급량이 40만 가구 이하로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45만 가구, 지난해 51만 가구에서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해외사업에서 몇년째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올해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신규수주는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치면서 앞으로 2~3년 안에 외형이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건설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해외인프라부문에서만 누적영업손실 2036억 원을 냈다. 지난해 해외인프라부문 영업손실은 1110억 원이었지만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장문준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우건설의 경우 해외 저가수주 문제가 반복될 경우 실적 개선을 도모하기 어렵다”며 “이렇게 되면 적절한 인수주체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