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에 이어 건설업계에도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건설업계도 해외수주가 급감하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데 건설업계 구조조정 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다. 건설업계는 정부주도의 구조조정에 앞서 선제적으로 몸집을 줄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에도 인력 구조조정 한파 몰아친다  
▲ 한찬건 포스코건설 사장(왼쪽),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형건설사들이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해외사업 규모를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이 올해 1월부터 지금까지 해외에서 확보한 일감은 모두 233억3182만 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수주금액이 43%나 줄었다.

그동안 국내 건설사는 중동을 중심으로 해외수주 금액을 늘려왔다. 하지만 2014년부터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중동국가들의 재정상황이 악화해 발주가 늘어나지 않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은 중동에 편중됐던 기조에서 벗어나 남아메리카 등의 신흥시장을 개척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발주금액 자체가 중동 및 아시아지역과 비교해 10분의 1 수준에 그쳐 일감확보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해외수주의 급감에 따라 건설사들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10월 말에 “건설업에 대해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선제적인 구조조정 필요성 등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형건설사들은 정부의 구조조정 칼날이 오기 전에 미리 플랜트부문 등의 해외사업을 축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플랜트부문은 2010년 초반에 중동을 중심으로 수주가 급격히 늘어나 조직이 커졌는데 현재 신규수주가 부족해 조직을 통폐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설계인력들에 대한 구조조정도 일정부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건설은 올해 연말까지 기존 5200명 규모의 인력 가운데 10%가 넘는 500명을 내보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10월에 약 300명의 희망퇴직을 받았는데 12월에 추가로 200명을 내보낼 수 있다.

포스코건설은 3분기에 매출 1조7780억 원, 영업손실 1062억 원을 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4.6% 줄었고 적자로 전환하는 등 실적이 부진하다.

포스코건설은 최근 포스코엔지니어링을 흡수합병하기로 했는데 포스코엔지니어링의 경우 전체인력의 절반가량을 이미 줄였다. 포스코건설은 포스코엔지니어링과의 조직통폐합을 통해 설계부문 등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말부터 건설부문의 인력을 지속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인력은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 6742명인데 지난해 말과 비교해 1200명가량 줄었다.

삼성물산은 9월에 건설부문 빌딩사업부에 있던 주택사업본부와 하이테크사업본부를 본부 단위에서 팀으로 축소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한 데 이어 최근 불필요한 조직을 통폐합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건설사에도 인력 구조조정 한파 몰아친다  
▲ 임병용 GS건설 사장(왼쪽),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GS건설과 대림산업은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내부인력을 재배치할 방침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GS건설은 3분기 말 기준으로 플랜트부문의 인력이 전체인력(6223명)의 절반에 이른다. GS건설은 올해 해외사업에서 수주목표치의 40%를 달성하는데 그쳤는데 한동안 이런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플랜트부문의 조직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림산업은 최근 위기관리팀을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해외사업뿐 아니라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대책에 따라 국내 주택경기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고 보고 선제적으로 위험요소 관리에 나선 셈이다.

SK건설도 설계부문 인력을 대폭 구조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SK건설은 설계인력을 사내협력사로 분사하는 방안을 놓고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들은 해외시장이 언제 다시 호황을 맞을지 불확실하다고 판단하고 있어 해외사업을 축소하는 한편 국내사업을 확대하거나 개선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