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3세 김동선 아워홈 인수 만만찮다, 구지은 우선매수청구권 행사가 변수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왼쪽)이 아워홈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워홈 네 자녀 가운데 유일하게 아워홈 경영수업을 제대로 받은 구지은 전 아워홈 대표이사 부회장은 경영권 방어 의지가 강할 것으로 관측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이 아워홈 인수를 마무리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아 보인다.

아워홈은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치열했던 곳인데 현재 경영 전면에서 물러난 구지은 전 아워홈 대표이사 부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한다면 김동선 부사장으로서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20일 유통업계 따르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아워홈에 대한 실사를 시작하며 경영권 인수를 위한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사업 다각화를 위해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하지만 아워홈 인수에 대해서는 아직 밝힐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아워홈 인수는 김동선 부사장의 주도 아래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부사장이 한화그룹 유통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면서 식음료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는 데 집중했던 만큼 아워홈이 이런 전략을 가속화하기에 적합한 매물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워홈은 급식업계 2위의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기준으로 연매출이 2조 원에 육박한다. 덩치가 작지 않은 데다 업력도 상당한 만큼 한화그룹이 펼치고 있는 다양한 식음료 사업과 시너지를 낼 여지도 충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일각에서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추진하고 있는 푸드사업과 시너지를 내기 위해 아워홈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부사장은 현재 아워홈 오너일가의 네 남매 가운데 장남과 장녀가 보유한 지분을 사들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워홈 지분은 고(故) 구자학 아워홈 명예회장의 자녀들인 구본성 부회장, 구미현 회장, 구명진 전 캘리스코 대표, 구지은 부회장 등이 나눠서 들고 있다. 구본성 부회장이 38.56%, 구미현 회장 19.28%, 구지은 부회장 20.67%, 구명진 대표가 19.60%를 보유하고 있다.

김동선 부사장은 구본성 부회장과 구미현 회장 등 두 사람의 지분을 인수해 아워홈 경영권을 가져오려는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몫을 합치면 아워홈 지분 57.84%를 확보할 수 있어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다.

문제는 두 사람의 지분만 사는 것이 현실적으로 여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인수 협상 과정에서 아워홈 4남매가 맺은 우선매수청구권 계약이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4남매는 누군가가 지분을 제3자에 매각하려고 하면 그 지분을 남은 형제·자매가 같은 조건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한 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구본성 부회장과 구미현 회장이 김동선 부사장에게 보유 지분을 넘기려고 한다면 구지은 부회장과 구명진 전 대표가 먼저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구지은 부회장은 아워홈 경영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라는 점에서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구지은 부회장은 구자학 아워홈 명예회장의 네 자녀 가운데 아워홈 경영수업을 제대로 받은 유일한 인물이다.

구자학 명예회장은 자녀 1남3녀 가운데 막내딸인 구 부회장을 특히 아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 부회장을 직접 불러 아워홈 경영에 참여하도록 한 것은 구 명예회장의 막내딸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구지은 부회장은 아워홈에서 물러나기 전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아워홈의 배당가능이익 5331억 원을 활용해 자사주 61%를 매입하는 카드를 꺼낸적도 있다.
 
한화 3세 김동선 아워홈 인수 만만찮다, 구지은 우선매수청구권 행사가 변수

▲ 구본성 전 아워홈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구미현 아워홈 대표이사 회장은 구지은 전 아워홈 대표이사 부회장이 물러나기 전부터 지분 매각에 대한 의지를 보여왔다.

과거 이력을 생각하면 구지은 부회장이 이번 한화그룹과의 인수 협상에서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아워홈 경영에 복귀하는 그림을 그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법조계 관계자는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사람이 행사한다든지 하는 실체적 문제나 절차적 문제가 없으면 우선매수청구권 행사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두 사람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 김 부사장과 같은 조건으로 주식을 인수한다고 해서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것도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구지은 부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 행사가 현실화한다면 김동선 부사장이 아워홈 4남매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넘어 아워홈 경영권을 손에 넣는 일이 꼬일 확률이 커질 수 있다.

물론 구지은 부회장이 의지만으로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아워홈 사이의 협상을 깨기 힘들다는 시선도 상당히 많다.

한화그룹쪽이 아워홈 지분 인수에 고려하고 있는 자금은 8600억 원 정도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구지은 부회장이 짧은 시간 안에 이 자금을 마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보유 현금으로 매수 자금을 마련할 수 없다면 투자를 받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경영권 리스크 해소라는 장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아워홈 실적을 놓고 봤을 때 9천억 원에 가까운 금액을 투자받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아워홈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9835억 원, 영업이익 943억 원을 냈다.

일각에서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아워홈을 인수하는 것이 아워홈의 미래를 놓고 봤을 때 나쁠 것이 없다는 시각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워홈이라는 기업만 놓고 보면 한화가 인수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그림”이라며 “한화가 해외 사업도 많이 하고 있고 공장도 많은 만큼 단체급식 수주에 있어서도 지금보다는 유리한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아워홈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인수와 관련해 아직 정해진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